돈이라는 소망
김은영
돈 나고 사람 났지. 사람 나고 돈 났나
황금만능주의 사회에 쓴 맛을 본 사람은 누구나 한 번 뱉었을 말이다. 돈은 있어도 탈 없어도 탈. 요즘은 돈에 휘둘리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돈에 초연할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한 지인이 휴대전화 카카오 스토리에 돈나무(금전수)라 불리는 나무 사진을 올리며 돈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로 금화든 은화든 주렁주렁 열리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아침이라는 글을 올려 두었다. 돈 땜에 늘 동동대던 내게, 부유하지는 않지만 늘 여유롭게 격려해 주던 그이가 그런 소망을 하다니 조금 의외라 생각하며 금전과 관련해 맘 상한 일이 있나 짐작해 보았다.
다른 이들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돈은 잡을 수 없는 무지개 같은 것이다. 그리고 수술 후 목마른 내 입술을 적시던 물수건의 물 같은 갈증이다. 열심히 찾고 가지려고 애쓰지만 돈은 늘 잡힐 듯 잡힐 듯 멀어지기만 하니 말이다.
돈놀이를 하는 할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 난 비교적 유복하게 자랐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글자를 모르는 할머니를 대신해 그것이 뭔지도 모르는 일수표를 그려주며 역 주변과 왜관 읍내 가게집들에 수금 다니는 할머니를 졸졸 따라 다니곤 했다. 그것은 젊어 혼자되신 할머니의 생계였던 일이기도 했고 그 당시 노점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목돈을 빌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도 당신의 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는 걸 두려워 하셨고 작은 돈이나마 쌈지에 늘 챙겨 두셨다. 이후 아버지의 잇단 사업 부진으로 힘들게 대학을 가고 아주 어렵게 졸업을 하였지만 돈에 대한 욕심은 그다지 없었다. 일부의 친구들처럼 조건을 따져가며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을 봐도 돈에 대한 욕심은 크게 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결혼을 하고 남편의 사업 실패로 많이 힘들어져 여기저기 이사를 다녀야 했어도 별 욕심은 없었다. 늘 한탕을 해서 큰돈을 벌어 보겠다는 내 남편과는 달리 말이다.
요즘은 그러나 다른 생각이 든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아 돈이 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언젠가 점쟁이에게서 우리 부부에겐 횡재수는 없으니 착실히 성실하게 모아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욕심내지 않고 그저 아이들 공부나 시킬 정도만 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 공부 시키는 것도 힘에 부치다 보니 이젠 욕심을 부려 돈이 왕창 쏟아지는 횡재수를 소망해 보기로 한 것이다. 돈이 효도를 하고 돈이 우애를 두텁게 하기도 하는 세상이 되다보니 돈이 없는 나는 늘 사람 노릇 다 못하고 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돈이란 맘 먹은 대로 붙어주는 것이 아닌 줄 안다. 그렇다고 돈나무 들여놓고 돈이 주렁주렁 열리는 상상만으로 즐거운 아침을 보내는 그이처럼, 소망한다는 것이 뭐 그리 나쁠 것인가? 지금의 집에 이사 오고 좀 지나 집 앞 빌라 마당에서 돈항아리를 캐냈다는 남편의 꿈처럼. 순전히 동전으로 가득 차 있었더라면서도 복권을 산다, 새로운 일을 구상한다 한동안 들떠 있은들 어떤가?
내 복에 돈은 늘 들어왔다 스르륵 빠져 달아나는 연기 같은 것이지만 ,또 어떤 이는 속물이다 손가락질 할지 모르지만 이제 난 소망해본다. 돈이 주렁주렁 열리길.
우리집 거실에도 돈나무 한 그루 들여놓아야 할까 보다.
첫댓글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없으면 불편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돈 보다 우리들의 만남이 더 좋구나 내게는...
늘 일확천금을 꿈꾸는 내짝 때문에 속썩였지만 나도 이제 좀 바라본다. 내 돈나무에도 돈이 열리길.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