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 조선일보 사설에 언급된 것 말고 어제까지 보도된 내용을 보면 <야간 시위 금지>가 헌법불합치라는 말만 나와서 참 아쉬웠다.
성질부터 부리지 말고 찬찬히 이게 무슨 뜻인지 살펴야 한다. 판결이나자마자 곧장 작년 촛불시위자들이 무죄니 어쩌니 하는 기사부터 뜨고, 참여연대라는 곳에서는 당장 오늘 야간시위를 벌이겠다고 나섰다니, 제 뜻을 관철하는 방법들이 치졸하기 짝이 없다.
일단 시위금지, 야간시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보자. 한국어 쓰니 다 안다고 하면 착각이다. 야간이 무엇인가? 이걸 또 한자로 적어야 뜻이 통하니 참 답답하다.
- 夜間.
우리말 연구하는데 꼭 한자를 적어야 풀이가 되니 이를 어쩌나. 하여간 우리말로 '밤사이'라는 뜻이다. 그럼 밤은 언제인가? 여론조사를 해보면 밤에 대한 의미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6월에 밤 9시까지 들일을 하는 농부들은 그 시각을 야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에는 오후 7시 53분(경기도 용인 기준)에 해가 지므로 그 시각까지 사물이 보이기 때문이다. 또 동지에는 17시 16분(경기도 용인 기준. 내가 여기 사니까 기준으로 삼을 뿐 아무 이유 없음.)에 해가 지는데, 회사원들 퇴근 시각 18시가 되기 전에 야간이 된다. 하지만 17시 16분에 해가 졌다고 나머지 44분의 근로에 대해 야간수당을 주지 않는다. 야간은 여름 겨울 상관없이 오후 6시 이후 근무라고 사규와 통념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름에는 해가 떠있는데도 야간 근무를 하는 셈이 된다.
이렇게 저마다 생각이 다를 때에는 이를 법률로 정한다. 집회시위법 10조에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엔 옥외(屋外) 집회나 시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것으로 보아 우리 법은 야간의 정의를 '해가 져서 해가 뜰 때까지'로 규정하고 있는 것같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조선시대 경점법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때는 야간이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었다. 우선 야간을 3마디로 나누어 저녁에 해가 져서 1등성 별이 보일 때까지는 혼각(昏刻), 아침에 별이 지고 해가 뜰 때까지를 신각(晨刻)이라고 하여 이 혼각고 신각을 뺀 나머지 시간을 야간이라고 하여, 이 시간을 5등분하여 초경, 2경, 3경, 4경, 5경이라고 하였다. 여름과 겨울은 야간 길이에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5경법은 고정된 시각이 아니다. 그래서 북과 징을 쳐서 이 시각을 알렸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형법에서 다루는 야간은 조선시대보다 더 엄격해져 해가 지면 바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래놓고 시위를 하면 불법이라고 규정했으니 이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법률개정 과정에서 논의되겠지만, 너무 늘려잡은 현재의 야간 시간 규정이 잘못된 것이지 밤 열두시고, 밤 한시고 아무 때나 시위를 허용하여 시위를 하지 않는 다른 시민들의 권리를 방해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견이지만 밤 열시 이후라면 '확성기, 북, 꽹과리 등 소리나는 도구를 이용한 시위'는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주택가라면 아이들이 잠드는 오후 8시 이후는 '소리를 이용한 시위'는 금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선거법에도 밤 10시 이후 유세는 금지하고 있다. |
출처: 알타이하우스 원문보기 글쓴이: 알타이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