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노협>주간노동정세동향135호(9/27)
▷노동소식 1. 2009 철도파업, 청와대가 불법파업으로 만들어
2.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 새로운 국면으로
▷노동관계법률 : 연장근로거부는 업무방해인가?
▷노동시론 :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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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소식 1. 2009 철도파업, 청와대가 불법파업으로 만들어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지난 9월23일 민주당 김진애 의원의 철도공사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청와대가 주도해 합법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내몰고 국방부 등 관련 부처를 압박해 국가위기상황을 관리하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위반하고 개정을 시도하며 노조탄압을 기획 주도했던 것. 철도 노사 간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집중교섭이 진행되던 2009년 11월 철도공사는 이미 관련 법률을 무시한 채 뻔뻔스럽게도 합법파업시임에도 불구하고 군 지원 협조를 요청했다. 동시에 단체협약 해지와 파업유도 계획을 진행했다.
국방부는 11월18일 “국가위기관리훈령은 국가핵심시설 종사자 불법 집단행동에 의한 기능 마비시 정부 가용수단 동원을 규정한 것”이라며 “노사합의로 체결하고 필수인력을 유지한 합법파업시 정부 대체수단 지원은 명백한 정부 개입”이라면서 정부(군)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방부가 이렇듯 상식적 의견을 내놨지만 11월23일 총리실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 군 대체기관사 투입이 결정됐다. 심지어 청와대와 협의해 ‘국가위기관리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불법파업에서만 군 대체인력을 투입케 돼 있는 지침이 한순간에 노조파괴와 파업무력화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월28일 “공기업 노조 파업, 적당한 타협 안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후 12월1일 국무총리실장이 주재한 관계부처 차관회의가 열렸고,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 나서 불법파업으로 매도해 법적 행정적 탄압책들이 난립한 것은 이미 온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26일 오전 10시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철도파업 청와대 개입을 규탄과 노동권 말살을 규탄하며 이명박정권 심판을 다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회견 참가자들은 국회 차원의 철저한 진상파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총력투쟁을 경고했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친재벌 반노동정책을 펼치기 위해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파괴하고 청와대가 부당하게 개입한 증거가 드러났다”고 말하고 “한국노동연구원노조에 민주노총을 탈퇴하라고 협박하다가 연구과제를 발주 안하고 결국 연구원 노동자들이 직장을 떠나게 만들었고, 이같은 탄압은 국민연금공단, 한국가스공사 등 부당한 단협해지로 이어졌으며, 이 모든 사태가 청와대 개입 하에 이뤄졌다”고 비난했다.(노동과 세계)
2.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 새로운 국면으로
올 1월부터 불붙었던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지난 달 27일 공식 출범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아래 새통추)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5일 임시당대회를 열어 “5.31 최종합의문에 동의한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승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른바 ‘민노-참여 합당안’은 재석 7백 87명 중 5백 10명(찬성률 64.8%)의 찬성으로 의결정족수인 3분의 2에 모자라 부결됐다.
이에 앞서 진보신당은 지난 4일 당대회를 열어 ‘5.31 연석회의 합의문’과 ‘8.27 진보-민노 합의문’ 승인을 시도했으나 찬성 54.1%로 3분의 2 찬성에 못 미쳐 부결됐다. 그 뒤 진보신당은 이달 20일 새통추 쪽에 탈퇴의사를 구두로 밝혔다.
새통추는 8월27일 공식 출범했다. 당시 새통추는 △가입원서를 제출하고 소정의 가입비를 납부한 개인 △5.31 합의문에 대한 의결 절차를 거친 뒤 명단과 분담금을 제출한 단체 회원 △신설합당 방식으로 참여하는 정당 당원 전체를 회원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같은 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잠정)합의문’ 타결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고 다음날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최종 타결됐다.
그 결과는 △5.31 최종합의문에 의거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에 대해 합의되지 않더라도 새통추에 참가한 개인과 세력을 중심으로 창당대회를 개최함 △당명은 공모와 여론조사를 거쳐 당원 및 새통추 추진위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결정함 △당 운영 구체적 방안을 담은 합의서와 강령과 당헌에 대한 합의를 별도 첨부함 △자산과 부채 승계, 인원 조정 등 통합에 필요한 제반사항 양당 합의를 전제로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결정키로 하는 등 5개 항목이었다.
그 뒤 민주노동당은 8월 28일 임시 당대회에서 이같은 ‘진보-민노 양당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진보신당은 이달 4일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 뒤 지난 8일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진보신당 전 대표 세 명과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심호섭 전국빈민연합 공동의장,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 조돈문 학단협 공동 대표 등 90명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통합연대)’를 만들어 진보통합 운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통합연대는 새통추 가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9월 19일 밝히기도 했다.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은 지난 23일 진보신당을 탈당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25일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 결과에 따라 새통추는 새 국면을 맞게된 셈이다.
하지만 새통추의 의미가 이전보다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새통추 내에 정당이 민주노동당 하나만 남은 조건.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은 26일 낮 2시 20분 경 “향후 진보대통합 추진방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짤막한 대변인브리핑만 내놓은 상태다.
반면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전 대표)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명한 결정을 내린 민주노동당 대의원 동지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통합연대를 중심으로 여러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통추가 민주노동당의 당 대회 결정 사항이기도 하고 이정희 대표가 부결돼도 진보통합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민주노동당이 다른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볼 수도 있다. (금속노조)
▷노동관계법률 : 연장근로거부는 업무방해인가?
광주지법 형사6단독 허양윤 판사는 25일 연장근로를 거부해 생산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기아차 노조 광주지회장 남모(46)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연장근로 거부가 사측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자동차 생산에 일부 차질이 있다 해도 사측이 주장하는 막대한 영업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항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을 때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운영에 큰 혼란과 손해를 가져오는 등의 경우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남씨는 조합원 6천400여명과 함께 지난해 7월 22일 오후 5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연장근로를 거부하는 등 이 무렵 28시간의 연장근로를 거부해 자동차 생산업무를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됐다.(연합뉴스)
▷노동시론 :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를 보내며
지난 9월7일 대학로에서 이소선 어머니의 영결식이 열렸다. 대학로에서 영결식 뒤에는 청계천 평화시장 전태일 다리까지 행진하여 노제를 마치고 이소선 어머니 장례행렬은 전태일 열사 묘가 있는 마석공원으로 향하였다.
이소선 어머니는 그렇게 아들 곁에 고이 잠드셨다. 많은 노동자들과 사회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이소선 어머니를 추모하고 노제를 지내는 것을 지나가는 시민이 보았다면 "이소선씨가 누굴까?"라는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내가 전태일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그 당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영화가 나왔고 담임선생님이 소개해주셨다. 어린 여공들을 위해 차비를 아껴서 풀빵을 사주고 자신은 걸어서 집에 가고 비참한 노동환경,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는 이야기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당시에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내용은 나의 결심이 담긴 편지였다. 선생님이 써준 답장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 죽음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네 앞에 놓인 일들을 헤치우거라!" 라고 하셨다.
그렇게 전태일 열사는 우리 모두에게 '사람횃불'이었다. 수많은 노동자들, 청년 학생들이 '전태일 평전'을 읽었고 그의 삶과 정신을 따르고자 했다. 해마다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여 노동자들의 힘을 모으고자 노동자대회가 열린다. 이소선 어머니는 그때마다 나와서 연설을 하셨다. "노동자가 말로만 하나가 아니라 진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비정규직을 나 몰라라 해서는 안된다고"
나 역시도 어머니가 그렇게 많은 활동을 하신지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장례식에 가서 그 동안 활동보고를 보면서 청계피복 노동조합 결성부터 동일방직 노동조합 연대투쟁, 민청학련 수배자들을 숨겨주시고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건설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0여 년 동안 해마다 투쟁을 하셨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희망버스를 타고 가서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을 보기를 원하셨다. 노동자 민중이 투쟁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맨몸으로 달려가셨다.
한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자식을 떠나보내야 했던 슬픔은 매우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살아서 아들의 영혼을 가슴에 품고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셨다. ‘노동해방’의 꿈은 처음에는 전태일의 꿈이었지만 이제는 어머니의 꿈이기도 했다.
세상의 많은 어머니들이 자신의 자식을 위하여 헌신한다. 그러나 이소선 어머니처럼 가정의 굴레를 벗어나 사회에 헌신하기란 쉽지 않다. 어머니는 한국 근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산증인이셨다. 어머니의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역사공부를 한다. 어머니는 섬세함과 따뜻함으로 자식처럼 노동자들을 품어주셨고 때로는 강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씩씩하게 앞장서고 질책도 아끼지 않으셨다. 형제들끼리 싸우지 말라고 달래듯이 노동자의 단결을 늘 강조하셨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어머니처럼 여성들이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투쟁한다면 세상이 더 많이 변화되지 않을까.
이소선 어머니의 정신을 이어받아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을 더 많이 조직해야겠다. 그리고 여성동지들! 어머니의 따뜻하고 강한 힘으로 멋지게 한번 투쟁해봅시다! (중부일반노조 허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