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rcedes & IWC, The Dream Factories | |||||||||||||||||||||||||||||||||
메르세데스 벤츠 관계자들이 들으면, 쓴웃음을 지을 지도 모르겠다. 2년 전, 신형 SLK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열릴 때의 일이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모여든 SLK의 데뷔 무대는 스페인 남부의 휴양지 마요르카 섬. 파란 물감을 들인 듯 선명한 하늘과 짙푸른 지중해, 거기에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완전신형 SLK…. 도무지 벌렁대는 가슴을 진정시킬 도리가 없었다. 바로 그 행복에 겨운 순간에 내 인생 최악의 '한눈 팔기'가 시작되었다. 호텔 주차장에 마치 알루미늄 헬멧을 쓰고 도열한 근위병들처럼 쭉 늘어선 SLK를 훑어가던 나의 시선은, 주차장 한 모퉁이에 '아무렇게나' 서있던 엉뚱한 차에 꽂히고 말았다. 공식 데뷔한 지 채 몇 시간 되지도 않은 SLK를, 60억 인구 가운데 어림잡아 100위 안쪽에 들만큼 빨리 타본다는 감격은 그만 하얗게 지워지고 말았다. 나를 그토록 눈치 없는 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차는 바로 벤츠 C 32 AMG. 그나마 다른 브랜드의 차가 아닌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처음엔 그냥 C클래스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트렁크 리드에 박힌 C 32 AMG라는 엠블럼을 보자마자 나를 감동시켰던 스페인 휴양지의 모든 것들이 까맣게 잊혀져 버렸다.
지난해 더욱 강력한 C 55 AMG에 자리를 물려주긴 했지만, C 32 AMG는 기막힌 퍼포머였다. AMG의 손길이 닿은 V6 3.2ℓ 354마력 엔진은 그 수치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그 사운드는 또 어떻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눈길이 애처로웠던지, 마침 곁을 지나던 벤츠 아시아 태평양 지역 PR 매니저는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할 때 몰아볼 기회를 주겠노라 약속했다. 그날 저녁, 그녀를 다시 만났다. 반짝이는 키를 빼앗듯 받아 들고, '컴팩트 초고성능'의 세계로 경건하게 빠져들었다. 어둠이 깔린 스페인의 한적한 고속도로를,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미친 듯 달린 기억은 그저 감동일 뿐이다. 추억이 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희귀성이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 차를 실컷 타랴' 싶은 생각이 나를 더 조바심 나게 했다. 애써 마련한 행사의 본분을 잠시나마 잊고 C 32 AMG에 집착하는 꼴을 보며, 벤츠 PR 담당자가 혀를 끌끌 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희귀성은, 내게 비아그라와 같았으니까. 그로부터 2년. 희귀성에 조바심 치던 나를 자극할 만한 일이 다시 한번 찾아왔다. 이번에도 무대를 마련해준 이는 벤츠. 하지만, 이번에는 눈치 없이 한눈 팔며 머쓱해 하지 않아도 좋다. 취재의 대상 자체가 초강력 비아그라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스페인에서 조우한 C 32 AMG는, 안타깝게도 오늘의 주인공에는 비할 바도 되지 못한다. 지금 내 눈 앞에 등장한 차는 바로 CLS 55 AMG 'IWC 인제니어' 리미티드 에디션. 기나긴 이름을 지닌 이 차는, 전세계 통틀어 단 55대만 만들어진, 말 그대로 완벽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이쯤이면 조바심이 아니라, 뒤로 넘어가 마땅할 일. 벤츠는 그 55대 가운데 딱 한 대를 한국에 배정했고, <톱기어> 한국판은 그 한 대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지금 단독으로 촬영하고 있는 거다. 장인정신과 자존심, 자신감으로 가득한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와 시계 브랜드는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너로 꼽힌다. 벤틀리와 브라이틀링, 애스턴 마틴과 예거 르꿀뜨르, 맥라렌 메르세데스 F1 팀과 태그 호이어, 캐딜락과 불가리.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브랜드들이 그렇게 어울리곤 했다. CLS 55 AMG 'IWC 인제니어'도 마찬가지다. 테크니컬 마에스트로 AMG의 엔진을 얹은 벤츠의 신개념 4도어 쿠페 CLS. 이것만으로도 벅찬데, 여기에다 세계 최고 수제 시계 브랜드로 꼽히는 IWC의 노하우까지 곁들였으니 '희소성 과잉'일 지경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전담 디비전 AMG는 1967년 당시 다임러-벤츠 연구소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한스-베르너 아우프레흐트에 의해 세워졌다. 고성능 차 개발과 한정판매 특수차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문제작이나 특수 통신 및 정보제공 시스템 개발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99년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인수되어 계열사로 탈바꿈했다. 이 회사의 존재 이유는, 극소수의 마니아 층을 만족시키기는 데 있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이들이 바로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명성을 좌우하는 핵심 그룹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양산형 벤츠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좀더 뛰어난 성능과 독특한 디자인을 원하는 부호들에게 벤츠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벤츠의 목표다.
CLS 55 AMG 'IWC 인제니어'의 심장은 AMG의 섬세한 손길을 거친 V8 5.5ℓ 476마력 엔진. 최고출력은 6천100rpm에서 나오고, 무려 71.4kg·m에 이르는 최대토크는 2천650~4천500rpm의 넓은 영역에서 골고루 유지된다. AMG 버전 특유의 '정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초고성능을 보장하고 있는 수치. 고성능임에도 최근 벤츠가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7G-트로닉이 아닌 5단 자동기어를 얹은 점이 특이하다. AMG 엔진의 성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한 조합. 보어×스트로크는 97.0×92.0mm로 전형적인 숏 스트로크 엔진 구성을 보여준다. 고급성과 더불어 스포츠성에 승부를 건다는 뜻. 정지상태에서 스타트 하고 단 4.7초만 지나면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최고시속은 250km(리미터 작동)에 이른다. 가속성능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수퍼 스포츠에 필적할 만한 수준. 차체무게는 1천845kg으로 무난하다. 올 시즌 F1 무대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벤츠의 공력 기술에 걸맞게 0.31의 뛰어난 공기저항계수를 실현했다. 무서운 엔진 성능을 뒷받침하는 타이어는 앞 255/35 ZR19, 뒤 285/30 ZR19 사이즈의 피렐리 P-제로 로소. 불행하게도, 이 리미티드 에디션을 한국 도로에서 마음껏 몰아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땅에 오직 한 대뿐인 차이어서다. 온 세상 통틀어봐야 고작 55대뿐이니, 언젠가는 탈 수 있으리라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 그저 수치를 보며, 예전 CLS 노멀 버전을 탔을 때의 운전감각을 떠올리며, 유럽 출장 때 운 좋게 타봤던 AMG 버전의 모든 기억을 되살리며 '휴먼 브레인 시뮬레이션'을 해볼 밖에 도리가 없다.
안팎 디자인은 주행성능 못지않게 화려하다. 이 차 인테리어의 디자인 모티브를 제공한 'IWC 인제니어(Ingenieur)'는 지난 2005년 4월 제네바 주얼리 & 시계쇼에 첫 선을 보인 최고급 시계. 인제니어는 엔지니어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이 시계에 담은 의미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게 한다. IWC가 인제니어 라인을 처음 선보인 때는 1976년으로, 첫 제품의 이름은 '인제니어 SL'이었다. 이번에 선보인 인제니어 라인은 IWC 최고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70여 가지 샘플 가운데 고르고 고른 섬세한 숫자와 묵직한 바늘로 중후한 멋을 풍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절정의 완벽함을 드러내는 IWC 특유의 고급스러움으로 가득하다. IWC의 터치를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CLS 55 AMG의 계기판. 기본형에 비해 한결 심플하면서도 말끔히 정돈된 분위기로 가득한 계기판은 속도계를 중심으로 왼쪽에 IWC 아날로그 시계가, 오른쪽에 rpm 게이지가 자리잡은 배치를 보여준다. 바늘과 숫자는 모두 인제니어 라인 시계에서 그대로 옮겨왔다. 시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차에서도 여전히 뛰어난 시인성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놀라울 따름. 시계의 IWC 로고와 rpm 게이지의 AMG 로고가 묘한 설레임을 자아낸다. 기어 노브 앞 재떨이 커버에도 인제니어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이 밖에 다크 티타늄 그레이 메탈릭 보디컬러와 같은 톤으로 단장한 AMG 스포츠 가죽 시트와 역시 비슷한 톤으로 마무리한 트림, 스웨이드로 치장한 천장에서도 빈틈없는 완벽성을 느낄 수 있다. 스웨이드로 감싼 스티어링 휠에는 스포티한 맛이 가득하다. 좌우에 달린 팁트로닉 버튼은 금방이라도 AMG V8 엔진을 흔들어 깨우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기어노브의 금속 장식은 인제니어 시계의 뒷면과 똑 같은 문양. 무광택 티타늄으로 다듬어낸 라디에이터 그릴과 안개등 몰딩, 투톤 도어 핸들도 강렬하면서 세련된 인상을 준다. 역시 무광택 티타늄으로 만든 19인치 5스포크 AMG 휠은 스타일링의 절정. 보디컬러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한편 최적의 핸들링 성능을 뒷받침한다.
벤츠 AMG 엔지니어들은 지난 2004년 10월, IWC 디자인 하우스와의 CLS 55 AMG 공동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한쪽은 차를, 다른 한쪽은 시계만을 만들어왔지만 두 회사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같은 철학과 엄격함을 서로에게서 발견했던 것이다. 반가운 소식은 이들의 협력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데 있다. IWC는 AMG가 진행할 벤츠 퍼포먼스 버전 개발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그 관계는 최장 20년 정도 이어지리라는 장밋빛 전망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지금 등장한 CLS 55 AMG 'IWC 인제니어'는 시작일 뿐이라는 말. 차와 시계의 두 거장은 각자가 오랜 세월 전력을 쏟아 부어온 차와 시계 모두에 최상의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이 결합의 주동자는 마리오 스피츠너 메르세데스-AMG 마케팅 총괄이사. 하이엔드 시장의 선두를 점하고자 하는 그는, 이를 "자동차 메이커들이 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시계와 차의 조합에 대해서는 "자동차의 탄생과 더불어 차와 시계는 동의어가 되었으며, 둘은 같은 정신과 기술을 공유해왔다"고 말했다. AMG와 IWC의 기술력을 한데 담은 IWC 인제니어 AMG 에디션 시계는 모두 세 가지 버전. 범접하기 어려울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잔고 그득한 계좌와 욕망만 있다면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다. 똑 같은 과정을 거쳐 태어난 벤츠 CLS 55 AMG 'IWC 인제니어' 리미티드 에디션은 지금 현재 이 세상에 단 하나의 버전만 존재한다. 2억1천400만 원쯤 망설임 없이 내놓을 만큼 계좌가 아무리 두둑해도, 사고자 하는 열망이 아무리 뜨거워도 마음대로 손에 넣을 수도 없다. 이 세상 통틀어 오직 55대만 존재할 뿐이니까. 지난 3월 한국 땅을 밟은 벤츠 CLS 55 AMG 'IWC 인제니어' 리미티드 에디션은 지금, 4천만 분의 1의 확률을 뚫고 시동키를 거머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SPECIFICATION: MERCEDES-BENZ CLS 55 AMG IWC INGENIEUR
Price: 21,400만 원 Engine: V8 5493cc 476마력/6100rpm 71.4kg·m/2650~4500rpm Transmission: 5단 자동, 뒷바퀴굴림 Performance: 0→시속 100km 가속 4.7초 최고시속 250km 연비 6.5km/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