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휴가길 The Hills Have Eyes> 웨스 크레이븐 | 1977 | 로버트 휴스톤, 디 왈라스
데뷔작 <왼편 마지막 집>(1972)의 대성공 후 웨스 크레이븐은 생각지도 못했던 곤경에 처하게 된다. <왼편 마지막 집>으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했다고 생각한 크레이븐은 향후 일반 극영화 감독으로 전향할 것을 꿈꿨지만, 제작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의 ‘일반 극영화 프로젝트’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왼편 마지막 집> 덕분에 크레이븐은 모든 이들에게 ‘싸구려 저질 호러물을 만드는 이단아’로 낙인찍혀버린 것이다. 크레이븐은 몇 년 동안이나 이 불명예스러운(?) 낙인을 지우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지만, 아무런 결실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생활비마저 바닥나자 어쩔 수 없이 호러물의 세계로 복귀하게 된다. 만일 이 시기에 크레이븐이 소원대로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의 향후 커리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었다. 결국 그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으로 호러물 전문 감독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제작된 크레이븐의 두 번째 연출작 <공포의 휴가길>은 ‘급진적 호러작가’로서 그의 역량을 다시 한 번 만방에 과시한 작품이다.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전설 ‘소니 빈 이야기’(식인 가족에 관한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무시무시한 영화는 과도한 폭력 묘사와 적나라한 고어 신 등으로 <왼편 마지막 집>에 버금가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식인 가족이 개를 도륙하여 먹는다는 설정, 카터 가족(영화 속 피해자들)의 자녀들이 어머니의 시체를 미끼로 이용해 식인 악당을 제거하는 장면 등은 당시 관객들의 도덕관으로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충격적인 것이다.
이 영화는 이후 좌파 성향의 평론가들에 의해 ‘혁명적인 영화’로 재해석돼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식인 가족에 의해 카터 가족(기술 문명과 현대 중산층 계급의 상징)이 공격받는다는 설정은 월남전에 대한 은유로, 카터 가족의 생존자들이 문명인임을 거부하고 ‘야만인 본성’을 각성함으로써 죽은 이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마무리한다는 플롯은 가부장제도와 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각각 해석됐다. ‘호러 신동’ 알렉산드르 아야는 2006년에 연출한 리메이크작에서도 이 모티브를 재현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물은 절반의 성공에 머무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