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해돋이로 명성이 자자한 명승지들이 많다. 낙산사나 휴휴암 그리고 기장의 해동용궁사를 비롯해서 정동진과 포항 호미곶 등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신년 해돋이 명소들이다.
하지만 이런 명승지들은 많이 알려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해돋이을 보러 찾아가면 사람들에 치이기 일쑤다. 뿐만 아니라 거리가 멀어 드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인구 절반이 모여살고 있는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거리도 가깝고 아름다운 해돋이가 펼쳐지며 주변 풍광까지 아름다운 곳은 없을까. 왜 없겠는가. 결론은 ‘있다’이다.
그런 조건이 모두 맞아 들어가는 곳, 바로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의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는 수종사를 손꼽을 수 있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환상적인 일출장면. 사진제공=추양일 사진가

수종사 일주문을지나면 만날 수 있는 석조미륵입상.

수종사 경내에 있는 5백년된 은행나무 앞에서 본 경관. 환상적이다.

해탈문과 수령 5백년의 은행나무. 그 모습 자체로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모습이다.
수종사 일출의 풍경은 알음알음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서울근교의 해돋이의 명소로 자리 매김했다. 멀리 북한강 너머 유명산 자락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의 풍경이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북한강 위에 물안개라도 피어오를라 치면 그야말로 별유천지가 된다. 그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풍경을 접해 본 사람들이라면 신년 해맞이 장소로 두 번 세 번 거듭해 수종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수종사는 세조가 지은 사찰로 잘 알려져 있다. 신병치료차 오대산을 다녀오던 세조는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는데 이날 밤 운길산 기슭에서 은은한 종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운길산 숲속을 조사해보니 폐허가 된 한 천년고찰에 있는 조그만 바위굴 암벽에서 18나한상이 줄지어 앉아 있고, 그 바위틈에서 낙숫물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게 된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세조는 신이한 일이라고 여겨 그 자리에 불사를 일으켰으니, 지금의 수종사가 된 것이다. 어쩌면 조카 단종의 목숨까지 빼앗아 가며 얻은 권력이기에 영월로 향하는 물줄기의 시작점인 이곳 두물머리에 불사를 일으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수종사는 천년의 향기를 품고 아름다운 종소리를 온 누리에 울리며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온 셈이다. 수종사는 신라 때 지은 고사인데 절에는 샘이 있어 돌 틈으로 흘러나와 땅에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낸다." <유수종사기>에 다산 정약용 선생이 남긴 글이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수종사는 지금의 수종사가 있기 오래전부터 사찰이 존재해 있었고, 그만큼 명당이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다.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합수머리 양수리. 사시사철 언제 찾아와 바라봐도 환상적인 풍경이 펼치지는 곳이다.

수종사 대웅전의 모습.

대웅전 왼쪽에 자리한 수종사의 성보들. 부도와 팔각오층탑이 고풍창연한 절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수덕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두물머리의 잔잔한 풍경.

응진전에서 바라본 수종사의 전경. 작은절이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수종사는 다른 어느 절보다 큰 절이 되었다.
눈발이 나부끼는 날, 습관처럼 절경을 향해 집을 나서는 버릇이 다시 도졌다. 망설임 없이 수종사를 찾았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에 전철을 타고 이내 수종사에 당도했다.
5백년 묵은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옆 해탈문을 통해 수종사 경내로 들어선다. 이 문을 들어서면 해탈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문을 나서면 비로소 해탈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이 해탈문으로 들어서면 해탈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경내로 발을 들이며 망상을 떨어본다.
그러나 그런 망상도 잠시. 바로 대웅전 앞마당 낮은 담장 아래로 펼쳐지는 풍광이 모든 것을 멎게 하고 있음이다. 이것이다! 해탈의 경지를 절로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왜 출입문을 해탈문이라 명명했는지 알 것 같다. 번뇌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자유로운 경지는 바로 이 낮은 담장 앞에 서면 그 누구나 맛볼 수 있다.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느낌이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마음까지도 청아하게 만드는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아마도 영화 ‘피에타’를 본 분들은 주인공 강도(이정진 분)가 수종사 마당에서 휄처어를 탄 스님을 들어 올려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이런 느낌을 알기에 나는 양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종종 수종사를 찾는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 이런 곳에서 꼭 한 번은 일출을 보겠다는 다짐을 여러 차례 해 보았다. 나름 여러 해 사진촬영을 해온 터라, 일출 뷰포인트로 응진전 앞을 점찍어 둔다. 그리고는 비밀스러운 곳을 발견이나 한 듯 싱긋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내일 모레 신년 첫 날 이곳을 찾아오리라.

조안면 북한강변의 풍경. 이곳은 현재 물의정원으로 꾸며졌다.

조형미가 돋보이는 뱃나들이교의 모습. 공원으로 말끔하게 조성되어 있다.

꽁꽁 얼어붙은 설경이지만, 흐르는 물이 보이지 않아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경관, 그리고 아름다운 절 수종사의 곳곳을 돌아보고 수종사를 내려온다. 굽이굽이 구불구불 힘들게 올라왔던 비탈길은 역시 오를 때 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욱 즐거움이 가득하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북한강과 두물머리의 풍경들이 보기 좋기 때문이다.
조안면보건지소 앞에서 길을 건너 수변공원으로 들어선다. 이 수변공원이 얼마 전 정비공사가 마무리된 ‘물의정원’이다. 지난 늦여름 한 번 찾았을 때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더니 이제는 아주 깨끗하고 멋진 공원으로 탈바꿈해 있는 것이다.
강변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걷는다. 북한강이 하얗게 얼었다. 꽁꽁 얼어있는 북한강 위에 하얀 눈이 쌓여 하얀 강 풍경이 돼 있다.
서늘한 아름다움이 펼쳐지고 있다. 강 건너 산들도 모두 하얗다. 이렇게 아름다운 겨울 강 풍경을 바라보며 산책로를 걷다보니 조형미가 훌륭한 인도교가 나타난다.
‘뱃나들이교’이다. 뱃나들이교를 건너자니 얼지 않은 강물 위에서 “후두둑” 겨울 철새들이 날아오른다. 수십 마리의 흰뺨검둥오리들의 휴식을 방해해 버린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강바람이 얼굴을 할퀸다. 그런 매서운 바람이지만 아름다운 강 풍경에 홀려 산책로를 마저 걷는다. 아침 일출 환상적이고 두물머리 조망 아름답고 북한강 풍경 걷기 좋고 무엇보다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수종사.
마침 수종사는 신년 새해맞이 철야정진기도 및 타종식을 준비하고 있다. 2012년 12월 31일 오후 9시부터 2013년 1월 1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철야정진이 끝나면 새해 새벽 떡국 대중공양까지 있다고 하니 새해 해맞이로 수종사를 ‘강추’한다.
수종사에서의 아름다운 일출과 함께 신년 소원도 빌어보고 따끈한 떡국 공양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뀌어 있는 ‘물의정원’도 거닐어 보면 새해 일출 여행지로 또 마음공부를 하는 시간으로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미디어붓다 김진호 기자
첫댓글 두물머리 풍경은 아마 오타로 수덕사라했나봅니다. 참조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