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계속
일본문화 속에서 빛나는 한국의 얼
면암 순국비에서 넋 위로, 기상 새겨
▲수선사에서 장승재 시인의 주도로 면암 최익현 선생의 넋을 위로하는 묵념을 올렸다.
대마도의 아침 공기는 정갈하다. 이른 아침부터 산책길에 나선 회원이 제법 많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녹지위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토끼풀꽃이 싱싱하고도 상큼한 매력을 발산한다. 회원들은 네잎크로바 찾기에 나섰고 어렵잖게 네잎크로바를 찾아내기도 한다. 네잎크로바를 찾으면서 행복해하는 회원들은 토끼풀처럼 풋풋하다.
▲면암 최익현선생 순국비
▲수선사 납골묘 입구 천을 두른 돌인형은 낙태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버스를 타고 여객터미널에 짐을 맡겨두고 도보관광길에 나섰다. 수선사로 가는 길 구석구석 봄꽃이 활짝 피어나 있다. 대마도 주민들의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수선사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잡념을 버리고 머리를 숙였다.
▲이즈하라 시내 면세점 앞에 흐르는 천의 물이 맑아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수선사는 면암 최익현 선생이 1907년 순국했을 때 장례를 치른 절이다. 1986년 한일 양국의 유지들이 뜻을 모아 세운 순국비문에는 “최익현 선생은 대한제국의 위대한 유학자요, 정치가였다.(중략) 수선사 창건에는 백제 비구니가 관여한 것으로(중략) 순국비를 세워 선생의 애국애족의 뜻을 기리고자 한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장승재 시인의 주도로 순국비 앞에서 엄숙하게 묵념을 하고 넋을 기렸다. 목숨을 초개처럼 여긴 면암 선생의 정신은 국경을 넘어 영원히 빛나는 인류의 교훈이 된다.
▲팔번궁 신사의 시작은 도리이에서부터 시작된다.
절에는 납골묘가 공존하고 있는데, 절의 공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묘를 가까이에 두지 않으려 하는 우리와 달리 삶과 죽음이 일상적으로 공존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입구 천을 두른 돌 인형 무리에 눈길이 간다. 낙태아를 위한 돌인형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영혼이 많은 모양이다.
▲팔번궁 신사 안에는 마리아라는 여인을 위한 사당이 있다.
수선사에서 나와 걸어서 10평 남짓한 면세점에 들러 필요한 선물 몇 가지를 구입했다. 한국여성도 점원으로 있어 물건을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그다지 종류가 많지 않다. 면세점 앞 도심을 가로지르는 천 내벽에는 조선통신사들의 행렬도가 그려져 있고 맑은 물에는 갖가지 고기가 유유자적 노닐고 있다.
▲진학합격을 기원하는 위패가 걸려 있다.
곧, 시내 한 복판 2차선 도로 옆에 있는 팔번궁(하치만 궁) 신사로 향했다. 신사 이름에 ‘궁’이 들어가는 것은 일본 신화 속의 인물을 기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종교를 가진 일본인 절반 이상이 신도들이다. 신도(神道)는 교리는 없고 신사의 의식을 중시한다.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신, 전쟁영웅은 물론 각종 귀신이나 동물 등 죽은 자도 살아생전 또는 죽어서 영험을 떨칠 것으로 여겨지면 신사를 세워 모신다. 그래서 전국에 신사가 10만 여개가 넘고 거의 동네마다 신사가 있는 셈이다.
▲신화 속 신마가 눈길을 끌고 있는데,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팔번궁 신사는 대마도에서 제일 유명한 신사다. 이곳 신사 역시 도리이(鳥居)에서 시작된다. 입구에 있는 ‘天’ 이라는 글자 모양의 커다란 문으로서 신도에서는 새를 신의 사신이라고 믿어 왔고, 사람의 뜻을 신에게 전달해 주는 새가 쉬어 가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이 문을 도리이라고 부르는 것.
이 신사는 우리와도 관계가 있다고 전한다. 삼한을 정벌하였다는 신화속의 인물 신공황후를 모시는 신사라 그리 유쾌하지 않다. 더군다나 신사 안쪽 신화와 관련해 신마(神馬)상이 눈길을 끌고 합격을 기원하는 위패가 즐비하게 걸려 있다. 자식의 진학합격을 비는 부적, 자동차 사고를 예방 기원 부적, 사업을 번창 기원 부적 등 갖가지 기원문이 적힌 상징물들이다. 일본사람들은 매년 정초 80% 이상이 신사를 방문한다고 한다. 앞서가는 선진국 일본에 신도(神道)가 사람들의 기복(祈福)과 관련해 제일의 종교로서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사실에 놀랄 따름이다. -다음에 계속
고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