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차대전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푸른달]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마이클 매클리어 저/유경찬 역 | 을유문화사 2002년 08월 ■ 소개 해외특파원 25년 경력의 기자가 쓴 베트남전에 대한 해부서. '얼굴없는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베트남전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 시작과 끝을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다시 썼다. 한편의 소설처럼 스피디하게 읽히며 중간 중간 흑백사진이 실려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베트남은 멀리 있지만 베트남전의 여파는 우리 가까이에도 있다. 미국 '군사서적클럽'과 '문학협회'에서 필독 도서로 선정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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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마이클 매클리어

CBC(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의 극동 특파원과 런던 주재원을 지낸 매클리어는 약 25년에 걸쳐 해외 특파원을 지내는 동안 수많은 전장을 현지에서 보도했다.

1959년 미 군사고문단의 남베트남 주둔이 시작되면서 매클리어의 베트남 취재가 막을 올렸다. 확전 과정에서 그의 보도는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1969년 9월 호치민이 사망했을 때, 북아메리카 기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하노이 방문이 허용되어 호치민의 장례식과 미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북베트남을 생생하게 취재했다. 이때의 영상은 세계 90개국 이상에서 방영되었다. 매클리어는 북베트남을 두 번 더 방문했다. 1970년 포로가 된 미군 조종사와 인터뷰를 했고, 평화협상이 결렬된 다음인 1972년에는 B-52 폭격기들의 하노이 공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텔레비전 영상을 통한 '베트남전쟁'의 실상 보도와 함께 〈뉴욕타임스〉가 전한 매클리어의 목소리는 독자들의 폭넓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79년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자격으로 하노이를 다시 찾은 매클리어는 텔레비전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 : 10,000일의 전쟁」이라는 전쟁 기록을 만들기 위한 흔적 수집에 나섰다. 그는 이 기록에, 100여 명이 넘는 베트남전 관련 인사들의 증언을 더하여 이 책을 펴냈다. 미국 '군사서적클럽'과 '문학협회'는 이 책을 필독 도서로 선정한 바 있다. 텔레비전 시리즈는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방영되고 있다.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걸프전쟁, 보스니아전쟁에 관한 인상적인 텔레비전 제작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런던에서 태어난 매클리어는 1959년 캐나다 시민이 된 이후, 지금은 토론토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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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리뷰

끝나지 않은 전쟁, 베트남전쟁의 실체를 파헤친 책!
20세기 후반부를 수놓았던 전쟁, 식민주의의 쇠사슬을 스스로의 힘으로 끊었던 전쟁,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전쟁, 프랑스와 미국이 패배를 자인할 수밖에 없었던 전쟁. 처음에는 인도차이나전쟁으로 알려졌던 ‘베트남전쟁’의 시작은 1945년 4월이었고, 끝은 1975년 4월 30일이었다. 얼굴 없는 전쟁, 신비스러운 전쟁으로 알려졌던 베트남전쟁은 때로는 왜곡되기도, 때로는 묻혀 버리기도 했다. 이 책은 20세기 세계사에서 가장 논란이 심했던 베트남 30년 전쟁을 새롭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중동분쟁, 보스니아내전, 아프가니스탄전쟁으로 혼란을 거듭하는 21세기의 향방을 가늠해 보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호치민과 패티 소령
제2차 세계대전의 끝자락이 펼쳐지던 1945년 4월 어느 날,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 윈난 성 근처의 시골 찻집에서 그저 ‘장군’이라고만 부르던 50대 중반의 게릴라 지도자와 미군 OSS 대원 ‘아르키메데스 패티’ 소령이 만난다.
30년 전쟁은 이렇게 시작된다. 일본의 패전, 베트남의 독립, 프랑스의 재점령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식민주의는 문명의 수치다’라고 생각해 베트남의 독립을 지원했다. 그러나 식민주의가 젖줄이라고 여겼던 영국의 처칠과 프랑스의 드골이 루스벨트의 발목을 잡았다.
베트남은 다시 투쟁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1954년 5월 7일, 디엔비엔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5월, 전쟁의 달인 보 구엔 지압 장군이 이끄는 베트민 병사들은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 공수부대 진지를 초토화시켜 버린다. 프랑스군 사령관 나바르 장군은 ‘백기는 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투항한다. 대포의 포신에 줄을 매서 허리에 묶고 하루에 반 마일씩 정글 속을 끌고 간 베트민 병사들과 물자 수송용 자전거의 펑크를 막기 위해 입고 있던 바지를 벗어 타이어를 감싸는 바람에 팬티밖에 입을 수 없었던 노력 봉사자들의 의지가 베트남이 식민주의의 쇠사슬을 끊은 원동력이었다.

고 딘 디엠과 군부의 부패
프랑스가 물러간 자리에 공산주의 도미노 이론에 빠져 있던 미군의 깃발이 세워졌다. 미국은 한반도 분단을 베트남 문제 해결의 정답으로 인식하고, 고 딘 디엠을 대통령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고 딘 디엠은 족벌정치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CIA가 지원한 남베트남 군부 쿠데타 세력에 의해 살해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군정의 부패와 초점 잃은 미국의 정책은 베트남 인민들의 마음을 북베트남에게로 돌아서게 하는 계기가 된다.
미국은 55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파견했으나 실제 전투 병력은 10%에 불과했고, 병사들의 평균 연령도 18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1년마다 교체되는 복무 기간으로는 강철같은 의지로 무장한 북베트남 게릴라들과 대적한다는 것이 역부족이었다. 국방장관을 지냈던 클라크 클리퍼드는 이런 대목을 꼬집어 ‘미국은 정책과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전쟁이었다’고 평했다.

호치민의 타계
1969년 9월 호치민은 통일을 보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갔다. 죽음에 앞서 11명의 정치국원들에게 ‘단결하라’는 한마디 유언을 남겼다. 단결만 하면 통일은 기필코 이룰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하 30피트에서 7만 명이 3년 반을 견디어 낸 인내심, 밥 한 공기를 먹고 험악한 ‘호치민루트’를 하룻밤에 50km씩 행군했던 북베트남 병사들, 성년이 된 이후부터는 오직 독립이라는 한 가지 생각밖에는 안 했다는 청렴 강직한 ‘호 아저씨’가 만들어 낸 신화의 실체였다.
호치민이 공산주의자인가, 아니면 민족주의자인가 하는 논쟁은 무의미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 식민주의의 잔인한 행태를 젊어서 수없이 목격한 호치민이 당시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등장한 공산주의에 빠져들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확실한 어조로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공산주의는 새로운 베트남을 건설하는 데는 맞지 않는 이데올로기’라고 고백했었다. 식민지 베트남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프랑스의 욕심이 그를 철저한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면서 미국을 흔들어 댔을 뿐이다.

베트남에는 진정한 평화가 오지 않았다
파병 인원이 늘어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내에서 반전 여론이 거세게 일어난다. 그러자 1972년 12월 평화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은 크리스마스 대공습을 감행한다. 이 공습으로 하노이와 하이퐁은 초토화가 되었고, 외국 언론들은 ‘인륜의 파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1973년 1월 파리에서 잠정적인 평화협정이 이루어지자, 키신저와 북베트남 정치국원 레 둑 토는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지명된다. 그러나 레 둑 토는 “베트남에 진정한 평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남긴 채 수상을 거부했다. 키신저 같은 협잡꾼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시 보는 30년 전쟁
디엔비엔푸 전사였던 UN 주재 초대 베트남 대사 ‘하 반 라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프랑스 점령 시절 같은 형무소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어깨를 맞대고 싸웠지요. 자주독립 외에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30년 전쟁 동안 약 1천 5백만 명의 베트남인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아마 각 가정마다 최소 한 사람씩은 희생되었다고 보면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도 평화가 필요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이민온 뉴욕 서민 집안 출신인 아르키메데스 패티 소령은 30년이 지난 뒤 플로리다에서 글을 쓰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베트남은 미국의 얼굴에 남겨진 화농化膿 자국이다. 미국의 정가는 자본주의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분위기에 젖어 있다. 이런 생각은 잘되어야 미국의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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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리뷰

세계적 고립 부른 미국의 지배욕

1945년 4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이었다.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한 중국 윈난성의 한 시골 찻집에 50대 중반의 베트남 게릴라 지도자와 미군 장교가 얼굴을 맞댔다. 호치민과 패티 소령이었다. 그들은 일본군을 물리치기 위한 협력을 다짐하면서 서로를 “good friend”라고 반겼다.

그들의 만남은 30년을 끈 베트남전쟁의 시작이었다. 이후 베트남의 독립의지와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일본은 패전했고, 베트남은 자주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식민주의의 달콤함에 젖은 영국의 처칠과 프랑스의 협잡으로 프랑스의 베트남 재점령이 이어지자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식민주의는 문명의 수치다”라면서 베트남의 독립을 지원했다. 당시 미국은 호치민을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믿었고, 호치민 역시 “베트남 건설에 공산주의가 타당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1954년 5월, 베트남은 마침내 프랑스를 몰아낸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여기서 시작된다. 공산주의의 확산이 두려운 미국이 베트남의 통일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남베트남의 부패 정권을 적극 지원, 베트남을 한국과 같은 분단국으로 만들고자 했다. 통일을 열망했던 베트남 민중들에게 미국은 더 이상 `동지`가 아니었다. 북베트남은 통일전쟁에 나섰고, 미국은 이에 맞서 병력 55만명을 파견하는 등 전선을 확대해 나갔다.

미국의 맹폭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명분 없는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이 미국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미국은 1972년 하노이와 하이퐁을 초토화시킨 크리스마스 대공습을 감행, 세계 언론으로부터 `인륜의 파괴`라는 공분을 산 뒤 1973년 파리에서 평화협정을 맺었다. 베트남전쟁은 1975년 4월 30일 미국 대사관이 베트남을 철수하면서 막을 내렸다. 1만일 동안 희생된 베트남 민중은 1,500만명에 달한다.

1945년 호치민과 마주했었던 패티 소령은 전쟁이 끝난 뒤 “베트남은 미국의 얼굴에 남겨진 씻지 못할 상처이다. 미국의 정가는 자본주의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분위기에 젖어있지만, 이는 결국 미국의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클 맥클리어의 `베트남- 10,000일의 전쟁`(613쪽)은 10여년에 걸친 저자의 종군체험을 바탕으로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 서울경제 0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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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베트남전 반쯤 벗겨낸 진실

1945년부터 1975년까지 30년 동안 베트남인들은 프랑스와 미국을 상대로 ‘식민주의의 쇠사슬을 끊으려는’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사이공 함락 이후 베트남이 재통일된 지도 다시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미국은 베트남에 진정한 사과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고, 참전국 가운데 하나인 우리도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데 인색했다.

<베트남:10,000일의 전쟁>은 캐나다 한 방송사의 특파원으로 베트남전을 취재했던 저자가 1980년 제작한 13시간짜리 다큐멘터리에 기초해 쓰였다. 책 속에 담긴 베트남전쟁 관계자들의 증언은 “이기적인 면도 있지만, 자기 비판적인 면도 적지 않”다. 서로 충돌하는 그들의 기억은 “너무 많은 진실들이 지나칠 만큼 오랫동안 은폐”되었음을 방증한다.

1945년 4월 중국 남쪽 국경 마을의 허름한 찻집에서 미국 전략사무국의 패티 소령은 한 노인과 극비리에 만난다. 등은 구부정하고, 창백한 얼굴에 하늘거리는 수염을 길렀던 게릴라 지도자 호치민. 미국은 일본군을 물리치려고 ‘베트민’을 지원하고, 말라리아에 걸린 호치민의 치료를 돕는다. 훗날 역사를 돌이켜보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패전과 프랑스의 재점령이 이어진 당시, 호치민이 미국에 바란 것은 “도덕적인 지원을 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1954년 라오스 국경 지대인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쳤지만, 공산주의가 인접국으로 번진다는 ‘도미노 이론’을 겁낸 미국이 베트남에 개입한다.

1964년 8월 ‘통킹만 사건’ 이후 베트남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빨리 돌아가는 오래된 뉴스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민중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남베트남 군사정권과 달리, 베트민 전사들은 “고기가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것처럼 인민들 속에서 활동”했다.

미국의 오만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처음 다낭항에 상륙한 미국 해병대는 “원색 아오자이 차림의 소녀들이 상냥한 웃음을 지을 때마다 전쟁의 목적을 찾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베트남 전선에서 말없이 본토로 돌아오는 주검이 늘고, 병사들은 마약·탈영·상관폭행을 일삼았다. ‘미라이 양민학살’ 사건과 민간인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한 ‘크리스마스 대공습’은 미국 국내·외의 반전운동을 촉발하고, 1975년 4월30일 사이공 대통령궁에 들어선 북베트남군의 탱크들은 미군이 손을 뗀 ‘30년 전쟁’의 마침표를 찍는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본 것은 결코 진실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베트남…>은 당시 미국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엿보게 하지만, 대부분 미국인들의 진술에 의존한 탓에 ‘베트남전쟁’의 참모습을 드러내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 한겨레신문 책과사람 02/08/10 임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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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30년 전쟁 증언

1945년부터 무려 30년간 베트남인들이 미국 프랑스를 상대로 치렀던 베트남 전쟁의 실체와 전개과정을 밝혔다. 미국의 참전배경과 베트남 전쟁이 당시의 참전국들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전쟁을 계획하고 싸웠던 사람들이 기나긴 세월 동안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그들의 증언을 담았다.

--- 한국경제 0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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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1만일 생생하게 기록

1945년 4월 30일, 중국 윈난성의 시골 찻집에 들어선 미군 OSS대원 패티 소령에게 한 촌로(村老)가 완벽한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시오, 친구!” 그는 자신을 호치민이라고 소개했다.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베트남의 노력을 둘러싸고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불과 10여년후 교전 당사국으로 맞서 5만 7000명의 전사자를 낸 미국과 베트남의 첫 만남은 의외로 우호적이었다.

캐나다 CBC 극동특파원 출신의 마이클 매클리어가 쓴 이 책은 이 때부터 1975년4월30일 사이공 함락까지 1만일 간의 기록이다. 1959년 미 군사고문단의 베트남 주둔 이래 전쟁 취재를 시작한 저자는 100여명이 넘는 베트남 전쟁 관련자들의 증언과 현장 취재를 보태 이데올로기적 편견이나 항미전쟁의 승리란 ‘신화’를 걷어낸 베트남전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묘사한 혁명지도자 호치민은 이데올로기 투사로서의 통념과는 거리가 있다. 호치민이 1940년대 패티 소령에게 보낸 편지가 대표적이다. “진부한 강령이나 외치는 망상적인 혁명주의자나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과격분자로 생각하지 않기 바란다. 나의 궁극적인 목적은 베트남 독립을 위해 미국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나의 이런 열망은 미국과 어떠한 충돌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호치민은 프랑스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미국에 매달렸지만, 식민지에 대한 프랑스의 집착이 미국을 눌렀다. 미국은 결국 프랑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북베트남의 보 구엔 지압 장군은 1954년 라오스 국경 근처인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침으로써 스스로 식민주의의 사슬을 끊었다. ‘도미노 이론’에 쫓긴 미국은 프랑스 대신, 베트남 전쟁에 개입함으로써 화를 자초했다.

호치민은 베트남 통일을 보지 못하고 1969년9월 세상을 떴다. 가족도, 변변한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 하노이의 10여평 남짓한 누옥 한채와 책20여권, 그리고 타이프라이터 한 대가 전부였다. 호치민이 가장 좋아한 음식은 ‘메기 조림’. 미군 공습이 한창일 때, 북베트남엔 웅덩이가 많이 생겨났다. 웅덩이에서 자란 메기를 먹으면서 호치민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 공습을 하고 싶으면 해라, 그러면 웅덩이가 파일 것이다. 우리는 웅덩이에서 자란 메기를 잡아먹고 독립을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미군 철수가 시작되자 북베트남 참모총장 반 티엔 둥은 정치국원 레 둑 토와 함께 베트콩 차림으로 남베트남 밀행길에 나선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길이었다. 베트남의 마지막 대통령 구엔 반 티우는 금괴 2톤과 함께 사이공을 떠났다. 최후까지 대사관을 지키던 그레이엄 마틴 미국 대사는 철수를 재촉하는 포드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고서야 마지막으로 헬리콥터를 탔다. 저자는 베트남 전쟁을 통해 정치·군사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고발하고 싶었다고 했다.

--- 조선일보 책마을 02/08/10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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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베트남전쟁의 시작과 끝

헤어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 베트남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달리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1973년 12월 북베트남으로부터 평화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크리스마스 대공습을 단행했다. 베트남의 하노이와 하이퐁은 초토화됐고 1973년 1월 파리에서는 잠정적인 평화협정이 이뤄졌다.

키신저와 북베트남의 정치국원 레 둑 토는 그 해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지명됐다. 하지만 레 둑 토는 “베트남에 진정한 평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동양인에게 처음으로 돌아간 노벨평화상이 거부된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미군이 떠난 후 1975년 4월30일 북베트남군이 사이공에 입성하면서 30년 전쟁은 끝이 났다.

캐나다 방송(CBC)의 해외 특파원으로 약 25년간 활동한 저자는 베트남전쟁 보도로 정평이 난 기자다. 1969년 9월 북베트남의 지도자 호치민이 사망했을 때 그는 북아메리카 기자 중 처음으로 하노이 방문이 허용돼 호치민의 장례식과 북베트남의 모습을 전세계 90여 국에 생생하게 보도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1979년 하노이를 다시 찾은 그가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100여 명에 달하는 베트남전쟁 관련 인사의 증언을 모아 만든 것이다.

그는 베트남전쟁 30년을 치밀하게 재조명하며 진실을 파헤쳤다. 1945년 4월 호치민과 미국 OSS(전략사무국) 소속인 아르키메데스 패티 소령이 만남에서부터 거대제국 미국이 치욕스런 모습으로 사이공을 떠난 후 곧 이어진 북베트남군의 사이공 입성까지.“총격전은 일체 없었다. 사이공 시민들은 입을 벌린 채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공산군을 태운 트럭들이 시내로 계속해 들어왔다.”AP통신의 피터 아네트 기자는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1975년 4월30일 오전 7시53분 11명의 미국 해병대원이 마지막 미군으로 대사관의 성조기를 가지고 떠난 직후 북베트남군은 아무런 저항 없이 사이공에 입성했다. 병사들은 군중들과 쉽게 어울렸고 시장에 산적해 있는 물건들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는 듯했지만 물건값은 친절하게 지불했다.

30년 전쟁의 ‘끝’은 이런 것이었다. 저자의 목소리는 격렬하면서도 진중하게 그 역사를 전해 준다.

--- 동아일보 책의향기 02/08/10 김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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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美 얼굴의 화농자국”

1945년 4월, 미국 OSS 패티 소령이 베트남의 한 중늙은이를 만난다. 고무줄을 넣은 헐렁한 바지와 샌들 차림의 구부정한 노인은 패티에게 말했다. “웰컴, 마이 굿 프렌드”. 그가 호치민(胡志明)이었다.

1975년 4월30일 오전 7시53분 11명의 미국 해병대원이 마지막으로 베트남을 떠났다. 북베트남군은 아무런 저항없이 사이공에 입성했다. 오전 11시 탱크 1대가 대통령궁의 문을 밀어 제치고 들어섰다.

45년부터 75년까지 꼭 30년, 10,000일에 걸친 전쟁. 이 책은 베트남전에 대한 증언록이다. 그러나 저자는 베트남 전쟁을 미국 중심의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은 ‘람보’가 아니고, 베트남전쟁은 ‘미국이 베트남 민족주의와 벌인,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책 말미에 ‘한세기에 걸친 외국인 지배와 한세기의 전쟁이 베트남 인민들을 연옥과 질곡으로 몰아넣었지만, 그들은 의연하게 부활했다’는 말은 저자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0년에 걸친 베트남전은 프랑스에 맞선 베트남 인민들의 독립전쟁으로 시작된다. OSS 패티 소령과 호치민이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은, 베트남과 미국은 적어도 적이 아니었다. 2차대전 뒤 프랑스령 식민지에서 벗어난 베트남은 45년 ‘베트남 민주공화국’을 출범시킨다. 미련이 남은 프랑스가 베트남을 압박했다.

그러나 전선이 확산되며 궁지에 몰리기 시작한 프랑스는 호치민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운다. 그 뒤 미국과 베트남은 점차 적의 관계로 돌아서기 시작한다. 미국은 한국전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저자는 64년 이뤄지는 미국의 참전과 확전 결정이 ‘미국 정치의 부산물’이었음을 보여준다. 참전을 결정한 존슨 대통령의 고백. “미국이 아시아의 전쟁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근본적인 이유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였다”. 당시 케네디의 암살로 대통령 자리에 앉게 된 존슨에겐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가 우선 급한 일이었다. 미국은 통킹만에서 북베트남의 어뢰정이 미국의 구축함을 공격했다며 북베트남 폭격과 해병대 파견을 결정한다. 이후 존슨의 인기도는 42%에서 72%로 뛰어올랐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미국의 정치가들이 외국과의 전쟁을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것은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도 여실하게 보여준 일이다.

50년대 초 ‘앞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될’ 케네디와 닉슨이 베트남을 방문한다. 51년 방문한 상원의원 케네디는 “미국은 제국주의 잔재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 정권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을 비난한다. 53년 부통령 닉슨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협상하지 말라. 전쟁은 이길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대통령이 된 케네디는 베트남에 첫번째 군사고문단을 파견했고, 닉슨 대통령은 미군 철수를 결정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제작용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선 재미가 있다. 전장에 대한 묘사는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책 전편에 흘러넘치는 휴머니즘도 이 책을 단순한 전쟁이면사로 읽게 놔두지 않는다.

--- 경향신문 책마을 02/08/10 윤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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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미국 명분없는 전쟁

한국인이 이 책을 두려움없이 읽을 수는 없다.명분없는 ‘가해자’였기 때 문이다.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마이클 매클리어의 책을 통해 우리를 그 곳에 있게 한 미국과 그 위정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며,우 리의 과오에 대해서도 참회해야 한다.

1969년 9월3일.베트남의 독립영웅 호치민은 60년간 계속해온 투쟁의 생을 접었다.79세인 그가 남긴 유언은 “단결하라.”는 한마디뿐이었다.한명의 혈 육도 두지 않고 평생 혁명전선을 누빈 그가 남긴 것은 10평짜리 누옥에 책 2 0권,타이프라이터 1대가 전부였다.

그러나 베트남 인민의 영혼 속에서 지금도 ‘해방 베트남’을 온몸으로 교 시하는 그는 결코 죽지 않았다.베트남에서는 그가 생전에 좋아했다는 ‘메기 조림’까지도 전설이다.“폭격을 해라.그러면 웅덩이가 파여 연못이 생길 것 이다.우리는 그 연못에서 자란 메기를 잡아먹고 통일을 위해 목숨바쳐 투쟁 할 것이다.”이렇게 해서 베트남 독립투쟁의 상징으로 인민의 식탁에 올랐다 는 ‘메기조림’이다.

사실 베트남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결정은 과욕이었고,오판이었다.프랑스를 위시한 유럽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팽창주의는 ‘주워먹기 쉬운’아시아를 겨냥했고,이런 유럽의 동태가 필연적으로 미국의 잠든 탐욕을 일깨운 것.

1945년,당시 프랑스와 일본이라는 두 골리앗에 맞서 힘겨운 게릴라전을 치 르던 호치민은 미국을 향해 “제발 프랑스 식민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 고 간청했다.호치민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공산주의는 새로운 베트남 건 설에 걸맞지 않는 이데올로기”라고 고백하기까지 했다.혁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이념조차 기꺼이 버리겠다는 한 민족주의자의 애원이었다.

그러나 유럽 팽창주의에 자극받은 미국은 식민지에 대한 허기를 채우려고 베트남의 독립 열망을 외면했다.‘호치민은 인도차이나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공산주의자’라는,처칠과 드골의 농간이 결정적으로 먹혀들었다.CIA 전신인 미군 OSS(전략사무국)대원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며,호치민과 루스벨트 정부의 메신저로 활약한 아르키메데스 패티 소령이 “미국의 얼굴에 남은 지울 수 없는 화농 자국”이라고 규정한 베트남전쟁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박해를 피하느라 구엔 타트 탄이라는 본명 대신 호치민이라는 가명을 사용 하는 이 왜소하고 깡마른 인도차이나의 민족주의자는 식성좋은 미국의 눈에 맞춤한 먹거리였다.남베트남의 부패한 독재정권을 비호하고 나선 미국은 거 침없이 이 작고 가난한 나라를 침탈했다.미군이 이 전쟁을 통해 베트남에 퍼 부은 800만t의 폭탄은 제2차 세계대전때의 그것보다 4배나 많았다.

또 베트남에 발을 디딘 미군 54만명 가운데 5만7000명이 밀림에 뼈를 묻었 다.베트남인은 200만명이 넘게 살육당했다.그러고도 미국은 30년 동안 이 먹 거리를 해치우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들어야 했다.

전쟁중 서방기자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북베트남의 거점 하노이를 방문할 수 있었고,호치민 장례식에도 참석한 캐나다의 방송기자 매클리어는 그러나 이 곳에서 죽어간 미군이 모두 가해자는 아니라고 말한다.지금의 우리처럼,그들 도 이 전쟁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고 믿기 때문이다.유명한 케산전투에서 해 병의 지휘관이던 데이비드 론스 대령도 “우리는 정치인들이 가라고 해서 갔 고,싸우라고 해서 싸웠고,철수하라고 해서 철수했다.”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

매클리어는 베트남전쟁을 베트남만의 전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20세기 후 반의 세계사를 뒤흔든 베트남·한국전에 이어 걸프만 소말리아 보스니아 아 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불가피하다.’는 명분으로 군사개입을 자행해 온 미 국이 공공연히 또다른 ‘개입’을 도모하기 때문이다.베트남에서 대리전을 치르며 까닭 모를 피를 흘린 우리가 또다른 미국의 ‘개입’을 경계하지 않 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클리어는 말한다.“베트남전쟁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진실은,너무나 많은 진실이 너무 오랫동안 은폐돼 왔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그가 이 책에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많은 사실을 담았다는 점이다.

--- 대한매일 02/08/09 심재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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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악몽' 베트남戰 다시보기

호치민은 왜 ‘베트남의 티토’가 될 수 없었나. 공산주의자 티토가 미국의 묵인 하에 유고의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반면,민족주의적 공산주의자인 베트남의 호치민은 왜 미국과 전면전을 벌여야 했을까.

미군 54만명이 파병돼 5만7000명이 전사하고 24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돈이 고엽제와 네이팜탄으로 사라진 ‘미국의 악몽’ 베트남전. 캐나다의 언론인 마이클 매클리어가 지난 1981년 출간한 『베트남:10.000일의 전쟁』은 ‘호치민에 대한 미국의 오판이 역사적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때는 1945년 중국 남쪽 국경 마을의 한 찻집.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의 패티 소령은 작고 마른 체구의 노인과 첫 대면을 한다. 바로 베트남의 아버지 호치민. 베트남독립독맹(베트민)을 결성해 점령군 일본과 싸워온 그는 일본이 패전한 뒤 재지배의 야욕을 드러내는 프랑스를 쫓아내기 위해 미국의 협조를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냉전 초기 유럽 동맹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미국은 프랑스를 배신할 수 없었다. 베트남이 무너지면 동남아시아는 물론,호주,뉴질랜드까지 공산화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도 컸다. 더구나 호치민은 공산주의자 아닌가. 프랑스의 악의적 선전 속에 미국 정부는 ‘호치민 카드’ 대신 프랑스를 택했고,한 걸음 더 나아가 호치민의 베트민을 토벌하기 위한 비용 1400억달러를 프랑스에 지원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호치민은 독립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투쟁하는 민족주의자’라는 패티 소령의 현장 보고서는 묵살됐다.

26년 뒤 미국 상원의 청문회장에서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란 탄식을 불러온 오판은 미국을 헤어나올 수 없는 악몽 속으로 몰아넣었다. 베트남전은 61년 케네디 대통령의 특수전에서 시작해 73년 파리협정으로 막을 내린 13년간의 전투. 저자가 베트남전을 40년대부터 시작된 1만일의 전쟁이라고 계산한 근거에는 이런 분석이 깔려있다.

54년 프랑스의 패배로 막을 내린 프랑스와 베트민군의 전쟁은 여러가지 점에서 베트남전과 닮은 꼴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의 게릴라전이라는 점에서,‘강력한 군대는 강력한 정치 세력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점에서 두 전쟁은 비슷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국은 프랑스의 패배에서 교훈을 얻지못했다. 그리고 별다른 대책 없이 밥 한공기로 산악지대를 하룻밤에 50㎞씩 달리는 ‘베트콩 전사’와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책은 40년대 프랑스의 재점령기와 54년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의 패배,남북 베트남의 대립,미국 CIA의 음모 등을 훑으며 베트남전이 실제로 발발하기 전 20년동안 베트남에서 벌어진 프랑스·미국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를 꼼꼼하게 분석해냈다. 이후 베트남전의 전개 과정 역시 자세하게 기술됐지만 프랑스의 재점령기 미국의 오판,정책 실패 등 책의 초점은 40∼50년대에 맞춰져있다.

600여쪽의 책은 교양서로서 부담스러운 분량. 하지만 베트남 관련자 100여명의 증언 등 풍부한 1차 사료와 다큐멘터리식 서술 덕에 일반인도 흥미진진하게 읽을만하다. 캐나다의 CBC 기자로 베트남전을 취재했던 저자 매클리어는 69년 호치민이 사망했을 때 북아메리카 기자로는 처음으로 하노이를 방문해 폐허가된 북베트남의 참상을 세계에 전한 주인공이다.

--- 국민일보 책과길 02/08/09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