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나눔의 동산>을 방문하는 날이다. 새벽 5시 50분경에 나눔님에게서 집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잠시 후에 출발하니 집앞으로 나와서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마시던 커피잔을 다 비우고 짐을 챙겼다. 날씨는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꾸물꾸물하다. 어제는 비가 제법 왔었는데, 오늘은 비가 오지 않으면 좋으련만... 나눔님, 큰샘물님, 작은 밀알님과 함께 6시 반경에 우리는 부천 목양교회를 출발했다. 그리고 소사역으로 가면서 미룡님과 박경남님이 합류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차안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미약하나마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쁨을 모르고 살아가는가?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작은 것일지라도 여분으로 갖고 있는 것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줄 수가 있는데.
8시가 넘어서면서 우리는 <화도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있다.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일들을 하면서 10여분 동안 휴게소에서 편안함을 즐겼다. 휴게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 모두 자신에게 소중한 일들을 하고 있겠지만, 잠시 스쳐가는 인연들... 모두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9시 반경에는 <산타마리아> 카페에서 의정부에서 오신 풋내기 목사님과 합류했다. 바쁜 목회 중에 매우 바쁘실텐데, 기꺼이 동행해 주신 것이다. 목사님의 풍부한 유머 속에서 우리 모두는 지루하지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니 10시 반이 되었다. 원장님이 우리를 기쁘게 반겨 주셨다. 그 뒤에는 멋적은 미소를 짓고 있는 몇몇 장애우들이 서 있었다.
춘천 <나눔의 동산>은 나즈막한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형상이다. 주위에는 제법 현대식 주택 20여 가구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김재숙 원장님은 첫인상이 자상해 보이신다.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을 일일이 보살피려면, 힘들 법도 한데 전혀 그러한 표정이 없으시다. 11시가 되자 춘천에서 시각장애우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계시는 우주님 일행이 도착했다. 이제 예배당 안에서는 풋내기 목사님이 예배와 찬양을 인도하고 계시고, 부엌에서는 점심 식사 준비로 자매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점심 메뉴는 큰샘물님이 특별히 정성들여 준비한 낙지볶음이다. 이제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나눔의 동산>에는 은혜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고, 하늘에서는 평화가 내려온다. 봉사는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하는 시간 보내기가 아니다. 이타적인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전혀 할 수가 없다. 요즘 봉사 활동이 중요시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여 우리 모두 함께 잘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예배당 안에는 표어가 걸려 있다. "같은 마음 같은 사랑으로 함께 사는 사랑의 공동체" 그렇다. 우리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의지할 곳 변변치 않은 장애우들에게 같은 사랑을 주며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자오나눔 선교회도 경기도 화성에 800여평에 이르는 땅을 구입했다. 장애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큰샘물님이 기도로써 준비한 것이다. 내년에는 우리 선교회도 화성으로 옮겨갈 것이다. 그리고 교회도 하나 지을 계획이다. 벌써부터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들떠있다. 오는 6월경에 화성에서 건축에 들어가기 전에 기도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눔님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일치단결해야 한다.
12시 반경에 점심식사가 모두 끝나고, 우리는 풋내기 목사님 인도로 찬양을 하며, 간단한 레크레이션 시간을 가졌다. 우리 모두 웃고 떠들며 잠시나마 어려운 현실을 잊을 수가 있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원장님은 뒷쪽에 앉아 기쁜 표정으로 이 모두를 지켜보고 계시다. 이제 신학공부를 시작하셨다는 원장님은 단순한 평신도 사역이 아니라 목회의 차원에서 <나눔의 동산>을 이끌어 나가실 것이라는 꿈을 갖고 있다. 훌륭하신 분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한달에 한번씩 여기를 방문할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원장님의 짐을 나누어 질 것이다. 사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짐인 것이다. 당연히 우리 모두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앞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며 <나눔의 동산>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화성에 지을 우리의 <자오 공동체>를 각자 마음 속에 그려 보았다. 함께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오늘의 기쁨과 보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나눔의 동산>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장애우들과 일일이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서로 손을 마주 잡았다. 그래 6월달에 또 보자.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거라. 춘천 의암호를 돌아나오면서 우리는 작은 희망이 안개처럼 호수 위에 깔려 있는 것을 보았다.
마음을 같이 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 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 (빌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