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여성 화폐인물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여성 화폐인물이 있었다. 5.16 1주년인 1962년 5월16일
발행된 100환짜리 지폐 앞면. 한복 차림을 한 젊은 엄마가 색동옷을 입은 아들과 함께 저금통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 지폐는 당시
군사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에 들어갈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지폐는 1962년 6월 10일
‘환(?)’표시 화폐의 유통을 금지하고 새로운 ‘원’표시 화폐를 사용토록 하는 제3차 긴급통화조치로 유통이 정지되었기 때문이다. 발행된 지
정확히 24일만에 유통이 정지돼 국내 지폐 중 ‘최단명 지폐’가 됐고, 지금은 희소가치가 더해져 수집가들 사이에서
150만~20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이 지폐와 함께 여성 화폐인물도 45년간 잊혀 있었다.
우리나라 은행권의 디자인 주소재로 사용된 인물 초상은 역사상의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해왔다. 그런데 역사적 인물도 아닌 일반 불특정인을 주소재로 사용한 은행권이 발행된 것이다
당시 5·16군사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하여 국민의 저축심을 앙양하고자 이 화폐를 발행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디자인의 모델이 과연 누구냐 하는 것이다. 당시 집권자의 부인과
아들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기도 했다.
화폐 디자인을 한 조폐공사의 강(姜) 모 도안실장은 이를 밝힌 일이 없이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렇게 미궁으로 빠져 있다가 2001년 1월 스포츠서울 신문에는 “100환권 화폐모델 주인공
모자 찾았다”는 기사와 함께 그 모자의 얼굴이 게재되어 그 최단명 지폐 속의 모델이 확인되었다.
한복 차림의 엄마는 서울 오장동의 이름난 냉면집 ‘흥남집’ 권기순
사장과 그 아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권씨는 1961년 당시 23살, 아들은 2살배기 아기였다. 권씨는
1960년4월까지 조폐공사에 근무하다 결혼으로 퇴직한 터였다. 그러다 61년 어느 가을 날, 직장 다닐 때 잘 알고 지내던 도안실장으로부터
「사진 찍어 줄 터이니 덕수궁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들이를 하게 된다. 거기서 수십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때 강실장이 「화폐 도안으로
쓰려고 한다」고 말해서 사진 찍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