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시청 앞에서 시국 미사가 있었습니다.
미사를 마칠 무렵, 수정 주민들이 수정만 매립용도 변경을 보류하고
시장과 의사소통을 요구하며
9일동안 시청 안에서 단식 하시던 트라피스트 요사팟 수녀님과 비아 수녀님을
시청 밖으로 모셔오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제 수정만 매립용도 변경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우리와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다 하여
제멋대로 대하고 있는 자연과
개발과 이익이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양 선전하면서도
정작 그 수혜자가 될 사람의 존엄성은 도외시되는 현실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만물, 자연과 사람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서로 "소통되는" 시정이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정 마을 주민들과 수정 주민이며
소외되고 있는 하느님의 창조물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자신을 내어던지고 계신 수녀님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날 발표된 마산교구 사제단의 성명서를 함께 나눕니다...
환경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트라피스트 수녀원과 수정 마을 주님의 아픔을 함께 하며...
소돔의 지도자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고모라의 백성들아 우리 하느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펴라. (이사야 1, 10. 16-17)
오늘의 대한민국은 배금주의와 개발논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릇된 가치관으로 살고 있다.
역사 이래로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더 가지기 위해 자신에게
직접적인 고통과 피해만 오지 않는다면 그 어떤 비도덕적 개발과 경기부양책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국민적 정서와 시대상을 배경으로 각 지자체들은 너도 나도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환경도 인간의 기본권도 무시하면서 사업과 기업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돌아올 작은 이익을 기대하며 박수를 친다. 다만 그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당한 소수의 사람들만 절대다수의 이익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로, 혼자 살겠다고 악을 쓰는 골칫덩이로
낙인이 찍히고 고립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일이 우리의 이웃 마을인 수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산시는 택지조성을 목적으로 깨끗한 바다를
매립하여 자연을 파괴시켰으며, 택지로 허가가 나있는 매립지에 STX가 불법으로 선박 블럭 제조공장을
가공할 수 있도록 묵인 방조했으며, 뒤 늦게 주택용지를 공업용지로 바꾸어 자신들의 잘못을 합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주민들과 적극적인 협의나 설명회도 없이 불도저식의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마산시와 STX는 이에 대해 시민들과 수정마을 주민들과 트라피스트 수녀원에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그간의 과정과 상황에 대해 한 치의 거짓 없이 해명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생을 고기잡이와 조개잡이로 살아 온
순박한 수정마을 주민들과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위해 평생 기도하며 살기를 바라는 순수한 수녀님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인간의 기본적 인권과 생존권을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수정을 삶의 터전으로 잡고 살아온 마을 주민들과 거기에 기도의 터를 닦은 수녀원은 마산시의
공권력보다도 우선적으로 주인으로서의 민주적 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산시는 단 한 사람의
시민이라 하더라도 진정으로 아끼고 보살펴주는 진정한 민주시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옆 집에서 키우는 개의 터럭이 몇 개만 날아들고, 짖는 소리가 조금만 나고, 분뇨 냄새를 조금만 풍겨도
사네 못 사네 이웃 지간에 언성이 높아지고 삿대질이 오가는 것이 다반사이다. 시끄럽다고 성당의 종소리마저도
사라진 것이 얼마나 오래 되었던가? 하물며 쇳가루 녹가루가 날아들고 중장비 소음에 페인트 냄새가 진동한다면
우리 자신들 중 어느 누구라도 좋아라 하며 묵묵히 그런 곳에서 살 수 있겠는가?
사제의 양심을 통해 보아, 수정마을 주민들과 수녀원의 요구는 자신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생존권을 지키려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당연한 요구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개발과 경제논리 보다는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기본적인 인권과 생존권을 보호해 주는 것이 더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선택이다. 수정마을 사태의 본질은 사람보다
돈과 정책이 우선시되는 천민 자본주의에 있다. 이제 우리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타협과 공존이 보장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할 때가 되었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에 수정마을 주민들과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우리들은 마산시에 이렇게 요구한다.
▶ 마산시는 주민과 수녀원과의 약속을 이행하라. 거주자로서의 권리를 지닌 주민과 수녀원의 동의 없는
매립목적 변경을 유보하고 STX 조선 기자재 공장 유치 계획을 보류하라.
▶ 마산시는 당연히 보살피고 안아주어야 할 시민인 수정마을 주민들과 수녀원과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고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라. 그리하여 모든 시민들이 어떤 의혹이나 갈등도 없이 공감하고 공생하도록 인도하여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부터 지켜주는 진정한 민주시정을 펼치도록 하라. 또한 매립지를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활용하여 마산시도 수정마을 주민과 수녀원도 상생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라.
2008년 3월 7일 마산시청 앞에서
수정마을 주민들과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아픔에 동참하는
마산교구 사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