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희망의 탈을 쓰고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면서 눈부신 모습으로 다가왔던 2003년....
기억하기조차 싫도록 다사다난했던 한 해, 이제 그 긴 실루엣을 뒤로하며 우리 앞에서 사리지려 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정치 상황이나 경제 사정을 보고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곤 합니다.
'요즘 같으면 우리 나라 하기 싫다.'라고.
말조차 낯선 쇼핑몰 '이민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우리 나라' 하기 싫으니 나라 한번 바꿔보자는데, 누가 뭐라고 시비를 하겠는지요.
부모를 바꿀 수 없듯이, 자식을 바꿀 수 없듯이, 모교를 부인할 수 없듯이 조국은 바꿀 수 없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제 자식을 둘씩이나 차가운 강물에 던지는 무자비 앞에, 온통 도둑놈뿐인 정치 판 앞에, 배불러 죽는 한편에서 배고파 죽는 현실 앞에, 그 따위 조국 바꾸는 것쯤이야 눈 하나 깜짝할 일이겠는지요.
2003년의 어두운 실루엣, 그저 서글플 따름입니다.
'실루엣'의 사전적 의미는 '창문에 비친 사람의 그림자, 불빛에 비친 물체의 그림자'입니다.
그러나 '실루엣'은 한 장관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18세기 무렵에는 검은 종이를 가위로 잘라 엷은 색 대지(臺紙) 위에 붙인 옆모습의 초상화를 '실루엣'이라 일컬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초상화는 당연히 값이 쌌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프랑스 재무장관이었으며 인색하기로 유명한 A.드 실루엣(1709∼1767)이 이런 초상화를 특히 좋아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이 말은 모든 사물의 외곽선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고, 현재는 '인물 또는 사물의 외관을 대충 나타낸 그림'의 의미로, 특히 복식용어(服飾用語)로는 '복장의 세부적인 부분의 디자인을 제외한 윤곽 또는 외형'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2003년의 우울한 실루엣, 그 뒤에 나타나는 새 해는 다시 눈부시고 찬란한 모습이겠지요.
판도라의 상자, 그 맨 밑바닥에 남아있던 그 '희망'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서겠지요.....
날씨 다소 풀렸군요. 이 글 읽으시는 님들,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로 가꾸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