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의 도시.3
- 독신자 오피스텔
이달균
전기가 나가자 빌딩이 깨어났다
우루루 비상구로 몰려나온 사람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비로소 이웃이 된다
누군 연속극에 한참 빠져 있었고
또 누군 컴퓨터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아무도 혼자가 아닌 홀로된 사람들
이윽고 전기가 오고 승강기가 움직이자
안도한 이웃들은 총총히 사라진다
적막의 커튼을 치고 우린 다시 타인이 된다
낙타
이달균
등짐이 없어도 낙타는 걷는다
고색한 성채의 늙은 병사처럼
지워진 길 위의 생애 여정은 고단하다
생을 다 걸어가면 죽음이 시작될까
오래 걸은 사람들의 낯익은 몸내음
떠나온 것들은 모두 모래가 되어 스러진다
모래는 저 홀로 길을 내지 않는다
동방의 먼 별들이 서역에 와서 지면
바람의 여윈 입자들은 사막의 길을 만든다
낙타는 걸어서 죽음에 닿는다
삐걱이는 관절들 삭아서 모래가 되는
머나먼 지평의 나날 낙타는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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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1957년 경남 함안 생
1987년 시집 『남해행』과 무크『지평』으로 문단 활동 시작
1995년 『시조시학』신인상 당선으로 시조창작 병행
계간『시와 생명』편집인 역임
시집 『말뚝이 가라사대』 『장롱의 말』
『북행열차를 타고』『남해행』등
중앙시조대상신인상, 마산시문화상, 경남시조문학상들을 수상
첫댓글 낙타는 걸어서 죽음에 이른다..우리네 삶도 걸어서 가듯 가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