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희씨는 동아 마라톤대회에서 2년 연속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매년 4월에 열리는 경주 벚꽃마라톤대회에서 4년 내리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동아 마라톤에선 2시간56분23초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글·정재학 기자 / 사진 제공·포토로
벚꽃은 올해도 새로 피었지만 우승자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 4월 8일 경상북도 경주 보문단지 일원에서 열린 제15회 경주 벚꽃마라톤대회에선 서정희(39)씨가 풀코스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이 대회에 첫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우승이다. 대부분의 마스터스들은 우승은 둘째치고 한 대회를 매년 꾸준히 참가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잘 뛰는 분들이 많이 출전하지 않는 지방 대회라서 그래요.”
그녀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출전하는 대회마다 입상자 리스트에서 서씨의 이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잘 뛰는 사람들이 총출동했던 지난 3월 12일 동아 마라톤에선 마스터스 여자 부문 3위를 차지했다. 기록은 2시간56분17초로 자신의 최고기록이다. 작년 동아 마라톤에서 2시간59분23초로 첫 서브3를 달성한 이후 세 번째 서브3이다. 그녀는 지난해 동아 마라톤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모든 마스터스들의 꿈으로 여겨지는 서브3도 생각보다 쉽게 달성했다. 3시간20∼30분대를 뛰다가 3개월 동계훈련을 통해 바로 서브3에 진입한 것.
“처음 서브3를 목표로 훈련할 때만 해도 무조건 많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주 뛰지 않더라도 한번 할 때 강도를 높여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올해 동아 마라톤의 서브3는 좀더 쉬웠던 것 같아요.”
운동선수를 한 적은 없고 초등학교 때 반에서 100m 달리기를 하면 잘 뛴다는 소리를 듣는 정도였다. 마라톤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9년. 취미 삼아 수영을 했는데 주변에서 철인3종을 해보라고 해서 사이클과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철인3종도 나가는 대회마다 상위권을 휩쓸 정도의 실력자이며, 올해엔 경북 대표로 전국체전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동호회인 경주보문철인3종클럽에서 훈련부장을 맡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동호회에서 훈련부장은 남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훈련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달라는 의미에서 맡겨주신 거죠.”
동호회에서는 매주 화요일 공동훈련, 목요일 자유훈련을 실시한다. 공동훈련 때는 개인 훈련보다 잘 달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훈련 보조를 맞춰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결혼 3년차인 주부로 직장생활(경북 영천시 선관위)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많은 편이 아니다. 주 2∼3회 달리기를 하는데, 한번 할 때 15∼20km를 소화한다. 오전과 저녁 틈날 때 수영을 하고, 주말에는 30∼40km 사이클을 탄다.
달리기를 하면서 결혼도 하게 됐다. 서씨가 활동하고 있던 동호회에 운동을 하기 위해 가입했던 남편과 알게 돼 결혼에 골인한 것. 하지만 남편은 달리기가 잘 맞지 않아 테니스로 종목을 바꾸었기 때문에 각자 따로 운동을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서씨는 “사이클과 수영을 병행하는 것이 달리기 부상 방지나 지구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여러 운동을 함께 해서 그런지 그동안 특별한 부상을 당한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내년에 벚꽃이 새로 필 때면 다시 경주 벚꽃마라톤대회가 열릴 것이다. 그때도 우승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올해 이루지 못한 서브3만큼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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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경주 벚꽃마라톤대회에선 서정희씨가 여자 풀코스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이 대회에 첫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우승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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