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 히가시가와 도쿠야 ㅣ 역 : 임희선 ㅣ 출판사 : 지식여행 ㅣ 발행일 : 2012,01,10/ \12,900
-출판사서평-
새로운 밀실의 등장-중인환시의 밀실
요즘 같은 시대에 밀실이라고 해서 정말로 자물쇠나 걸쇠가 잔뜩 걸린 방이 나와봐야 온갖 소설과 미디어로 눈이 높아진 독자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본격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일말의 기대를 버릴 수가 없게 마련이다. 그런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하려고 오늘도 여전히 범인들은 살인현장에 온갖 자물쇠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본격 미스터리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이렇듯 열성적이고 일편단심인 범인들의 끝없는 노력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 문 잠그는 데 힘쓸 틈이 있으면 빨리빨리 도망칠 생각이나 하지’라고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해서 그 사람들의 의욕을 꺾어놓으면 안 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을 잠갔다면 분명히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해주는 것이 그들에 대한 배려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주절주절.
(/ p.225)
작가의 재치 있는 입담은, 개성 만점의 유쾌한 캐릭터들과 함께 이 소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작가는 소설의 구석구석에 끼어들며 장난스럽게 한마디 던지고,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연극의 해설자나 무성영화의 변사와 같은 작가의 등장은 소설 특유의 유머와 잘 어우러지면서 히가시가와 도쿠야 소설만의 독특한 재미를 발산한다.
독자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한 한마디는 ‘이건 지금까지 당신이 알던 그런 소설이 아니야’라고 대변하는 듯하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해결해야 할 트릭은 중인환시의 밀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총성이다.
사건 발생 초반에 충분한 단서가 나오기 때문에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범인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소설의 묘미는 진범을 가리는 것보다는 범인이 사용한 트릭을 알아맞히는 것에 있다. 유출된 8연발 자동권총과 쏘아 올린 일곱 발, 나머지 한 발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을까? 총성에 감춰진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콜트 거버먼트 8연발 자동권총, 시중에 유출되다.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는 상해 및 기물 파손 혐의로 한 남자를 쫓는다. 그 남자(나카야마 소지)는 자신이 권총 밀조로 쫓긴다고 착각하고 형사들에게 총을 들이민다. 서로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게 되고, 나카야마는 형사들과 대치하며 그들을 향해 두 발의 총격을 가한다.
“일단 끝까지 들어보라고. 경찰관이 그 남자를 체포하려고 했는데 남자가 심하게 저항했어. 그러더니 그 남자는 놀랍게도 자기가 만든 사제 권총을 꺼내서 경찰관을 향해서 두 발이나 쐈지. 경찰관이 할 수 없이 후퇴하자 남자는 그 틈을 타고 창문으로 도망을 치려고 했어. 그런데 그 집은 4층에 있었단 말이야. 남자는 그곳에서 도망치려다가 실패해서 4층 창문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어. 그런데…….”
“남자가 떨어진 걸 보고 경찰관이 서둘러서 계단을 뛰어내려 가서 길바닥에 있는 시체에 다가가 봤더니, 세상에, 시체 옆에 있어야 할 권총이 사라지고 없어져 버렸더란 말이지. 그러니까 그 잠깐 사이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시체 옆에 떨어져 있던 권총을 들고 도망쳐버린 괘씸한 놈이 있었다는 거야.”
(/ p.55)
두 형사가 손써볼 틈도 없이 허무하게 콜트 거버먼트 한 자루가 시중에 유출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숙자 살해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감식 결과 유출된 권총이 사용되었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그것 외에는 별다른 소득 없이 사건은 흐지부지 마무리된다.
우연한 기회에 도무라 류헤이는 주죠지 주죠와 알게 되고, 류헤이에게 ...
-목차-
제1장 형사들의 프롤로그
제2장 우마노세 해안의 살인
제3장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
제4장 사쿠라와 스루메
제5장 토리노미사키의 주죠지 저택
제6장 미녀와 탐정
제7장 총성은 아직 울리지 않고
제8장 토비우오테이의 살인
제9장 벼랑 끝의 형사
제10장 난폭한 아침
제11장 병원에서
제12장 가설은 가설
제13장 밀실과 총성
제14장 다시 파낸 도전장
제15장 최종 답변
제16장 총성의 카운트다운
제17장 마지막 수수께끼 풀이
-본문중에-
“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파도에 휩쓸려 온 게 아니에요. 아무리 밀물 때가 되어 바닷물이 많이 들어온다 해도 파도가 이 모래사장까지 들어올 리가 없으니까요. 그건 원래 그 자리에 묻혀 있던 것을 스루메마른 오징어가 파낸 거예요.”
“아아, 그래서 구멍 안에 있는 거군요.”
류헤이가 손끝으로 구멍 안에 모래를 떨어뜨리면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했더니 순식간에 구멍이 모래로 메워져서 고기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랬군요, 스루메가 구멍을 파서요, 흐응…… 스루메가 말이죠. 마른 오징어가…… 말입니까?”
마른 오징어가 모래사장을 파헤쳤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대단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뭔가 잘못 말한 건가? 아니면 잘못 들었나?
“스루메는 우리 개예요. 지금 바로 뒤에 있어요.”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히가시가와 도쿠야 [저] 
1968년 일본 히로시마 현 오노미치 시에서 태어났다. 2002년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로 데뷔한 이후, ‘유머 미스터리’라는 독자적인 작풍을 구축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2010년 발표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일본 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트릭을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위트 덕분에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하고 있다. 현재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후속작을 연재 중이며, 새로운 장편 후속작도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