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31 - 서영남
"무슨 관계예요?"
"아무 관계가 없는데요."
"가족도 친척도 아닌데 왜 도와주세요?"
"어려운 처지를 옆에서 봤으니까 당연히 도와야죠."
"???"
교도소에 가서 면회를 신청하거나 영치금을 넣어주거나 먹거리를 넣어줄 때도 듣는 말입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들을 병원에 모시고 가면 듣는 소리입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인 주헌씨도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아주 심각하게요.
"나를 도와주는 이유가 뭐예요?"
"주헌씨가 건강하게 되면 멍텅구리 배에다 팔아먹으려고요."
그 말을 듣고 주헌씨가 아주 편안해 하면서 자기 집으로 갑니다. 요즘은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영남씨가 우리를 도와주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우리가 잘 살라는게 도와주는 이유에요." 자랑을 합니다.
10월 29일(수)
어제 제일 큰 솥에 끓여 놓은 쇠고기 무국을 오늘도 손님에게 대접해드렸습니다. 참 맛있게 드십니다.
충북 음성에 사시는 바오로 아우님이 잘 손질한 영양탕 재료를 보내주셨습니다. 다음 주간에 맛있게 끓여서 우리 손님들 몸보신하게 해드려야겠습니다.
손님들께 후식으로 카스테라를 드리다가 떨어져서 사과를 하나씩 드렸습니다. 맛있게 식사하시고 사과 또는 빵을 들고 가시는 뒷모습이 예쁩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쉬는 날이기에 수요일 오후에는 밥과 국 조절에 신경을 씁니다. 오후 네시인데 밥이 한통 반이나 남아서 혹시 남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10분 남기고 밥이 떨어졌습니다. 더는 손님이 없겠지 했는데 한 분이 옵니다. 라면을 드실 수 있어요. 원하시는 만큼 끓여드릴 수 있으니까 몇 개 드실지 말해보세요. 했더니 세 개라고 합니다. 곧이어 동균이와 동균이 친구가 왔습니다. 동균이는 전에 저의 미니홈피에 "우리가 토끼냐. 맨날 풀만 준다"고 불평했던 친구입니다. 동균이는 라면 네 개를 먹겠다고 합니다. 동균이 친구는 세 개를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라면 10개와 500그람짜리 국수 하나를 내려와서 넣으려는데 손님이 한 분 더 왔습니다. 두 개를 드실 수 있다고 합니다. 라면 세 개를 더 넣었습니다. 라면이 끓을 때 물을 더 보충했더니 커다란 국숱에 반이나 됩니다. 네 명이 라면 열세 개와 국수 한 묶음까지 다 먹었습니다. 만족한 얼굴 표정입니다.
티나자매님은 수녀님입니다. 사랑의 씨튼수녀회입니다. 내년 이월에 종신서원을 하십니다. 10월 한 달 동안 신분을 감추고 민들레국수집에서 주방 봉사를 하셨습니다. 어찌나 열심이신지요. 아주 멋지십니다. 화수동 가난한 동네의 단칸방에서 보일러도 틀지 못하시고 찬 방에서 한 달을 참으로 가난하게 지내셨습니다. 직접 밥 해드시고 반찬도 만들어 드시고요. 어제야 겨우 수녀님 방 보일러에 기름을 넣어드리려고 가 봤더니 세상에^^ 보일러에 기름이 반도 넘게 담겨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크리스티나 수녀님이 하루 보일러를 땠더니 온몸이 사르르 풀린다고 합니다. 얼마나 추우셨을까!
오늘이 민들레의 꿈 공부방의 재진이 생일이어서 크리스티나 수녀님이 스파게티를 요리해서 민들레의 꿈 공부방 생일파티를 하셨습니다. 내일 짐정리하시고 마무리하신 다음에 금요일 오전에 수녀원 본원으로 돌아가십니다. 크리스티나수녀님, 고맙습니다.
10월 30일(목)
쉬는 날입니다.
오전에 가게에 모셔다드리고 민들레국수집에 가서 옥련동 민들레의 집에 가져다 줄 쌀을 20킬로 두 포를 차에 실었습니다. 대성씨가 아침에 이름도 밝히시지 않는 분이 쌀을 두 포 선물로 내려놓고 가셨다고 합니다. 참 좋은 햅쌀입니다.
옥련동에는 지금 네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밥을 얼마나 잘 드시는지요.
어제 옥련동 주민센터에서 민들레의 집 새 식구가 두현씨의 전부인을 만났습니다. 두현씨는 전부인은 만날 면목이 없다면서 만나지 않겠다고 합니다. 혹시 아들이나 딸이라면 미안하지만 얼굴만 봐도 여한이 없다고 합니다. 두현씨를 옥련동 주민센터 근처에서 기다리게 하고 저만 전부인을 만났습니다. 아들과 딸은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고요. 손자도 있다고 합니다. 전부인은 대전에서 살고 있고요. 두현씨가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면 아들이나 딸이 알게되고 부양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를 하게 되면 알게되니까 안된다고 합니다. 그 대신 매달 돈을 조금 전부인이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두현씨도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않아도 좋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두현씨를 치료하려면 건강보험을 알아보고 살려야 합니다. 두현씨와 함께 건강보험공단을 찾아갔습니다. 건강보험료가 육십 몇 만원이나 연체되어 그것을 내지 않으면 급여정지를 풀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사정을 이야기 하고 연체된 금액을 깍아달라고 하고 분납으로 할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았더니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두현씨와 함께 인현통닭에 삼계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두현씨는 치아가 부실해서 제대로 씹을 수가 없습니다. 옛날 제가 틀니를 할 때 이빨 하나 없어도 먹을 수 있었던 삼계탕입니다. 두현씨가 꿀맛처럼 달게 삼계탕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동인의원에 가서 진찰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사려고 했는데 원장 선생님이 혈달을 체크하시더니 깜짝 놀라십니다. 혈당수치가 595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급히 종합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침 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육십만원 연체금액을 사십 몇만원으로 줄였고 24개월 분납으로 고지서를 발부하고 건강보험을 쓸수 있도록 했으니 와서 고지서와 의료보험 카드를 가져가라는 반가운 전화입니다.
급히 공단으로 가서 분납고지서와 의료카드를 받아서 기독병원으로 갔습니다. 진찰을 받고 입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입원신청서를 쓰고 보증인 서역을 했습니다. 직원이 무슨 관계냐고 물어봅니다. 아무 관계가 아니라고 했더니 이해를 못합니다. 그러다가 텔레비젼에서 봤다고 합니다. 입원실이 5인실이어서 하루 2만2천원씩 더 병실료 부담을 한다는 서류에 싸인을 했습니다. 최대한 부담없는 병실로 빨리 옮겨주겠다고 합니다.
베로니카에게 전화를 해서 두현씨 입원에 필요한 물건을 챙겨드리도록 부탁을 하고 또 서둘러 옥련동으로 갔습니다. 두현씨 천원 입금된 통장 사본을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전해드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얼굴을 씻고 배다리에 있는 스페이스 빔으로 갔습니다.
오늘 저녁 7시에 스페이스 빔에서 "배다리 생활문화 공동체 띠앗" 출범식이 있는 날입니다.
띠앗은 순우리말로 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애심을 뜻합니다.
지역통화로 "품"을 사용합니다. 1품은 천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닙니다. 이자와 축재의 대상인 기존화폐의 비인간적인 단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품앗이와 비슷합니다.
엉겁결에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띠앗은 공동대표 두 명.
실행위원장 민운기(스페이스 빔 대표).
사무국장 장숙경.
자원 활동가 우명희로 머슴들이 구성되었습니다.
cafe.naver.com/baedarimoney
10월 31일(금)
베로니카가 두현씨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깁니다. 슬리퍼, 속옷, 수건 그리고 면도기와 비누, 컵과 로션 등을 능숙하게 챙깁니다. 참 착합니다. 가게에 나가는 길에 기독병원에 들러 병문안하고 가게로 갑니다. 두현씨가 병원밥이 너무적다고 한답니다. 세 숟갈만 푸면 밥이 없다고 합니다. 우선 빵을 여섯 개 사드렸다고 합니다. 다음 주간에 복부 씨티 촬영을 해야하는데 비용이 16만원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미리내어야 씨티촬영을 한다고 합니다.
두현씨는 식후에 혈당이 600 정도이고 공복에 390정도라고 합니다. 살아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합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