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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순창 추월산(秋月山, 731,2m)을 가다.
글 쓴 이 牧 鉦 高 達 五
12월22일 이름도 아름다운 추월산(秋月山) 산행일이다. 어둠이 잔잔히 깔려있는 시각(6:50) 반고개를 출발하여 칠곡 IC를 벗어나니, 연변(沿邊)의 가로수들은 나목(裸木)으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어 을씨년스럽기 까지 하도다!
우리들은 추우면 입고 더우면 옷을 벗건마는 나무들은 어찌 이 추운날씨에 옷을 벗는 것인가? 사계절(四季節)의 변화는 우리들에게 윤회(輪廻)의 삶을 은연중(隱然中)에 암시해 주는 것이리라!
“복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짓는 것이라!”드니, 삶 속에서 우리들의 성실(成實)과 진실(眞實)로 세월을 수(繡) 놓아 갑니다. 시산제를 모신지가 엊그제 같건마는 벌써 12월 넷째주 송년(送年) 산행이다.
차는 신나게 달려서 ‘거창휴게소’에서 간단히 조식(朝食)을 하고는 줄곧 내달아 남원을 지나 순창 IC에서 다시 24번 국도를 따라 담양 방향으로 나아가니, 천지는 백설(白雪)로 뒤덮여서 또 다른 세계를 보여 주십니다.
도로변(道路邊)에 잡목들은 ‘설화(雪花)와 상고대(霧淞, 樹稼, 樹卦)’가 만발하여서 그야말로 별천지(別天地)다. 디카맨 김해진님은 앞자리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 대면서 싱~글 벙~글 입맛을 쩍 쩍 다시는데... 그저 고맙고 든든 합니다.
그는 20여 년을 한결같이 우리 남산을 애껴 주시고 협조 해 주시는 분이며, 또 불교방송국에 사진을 출품하여서 수상(受賞)하신 이력도 있어, 요즈음은 산행보다 사진작품에 더 열성적이시다. 늘 묵묵히 자기 삶에 충실하신 것을 보면 믿음직하기가 태산(泰山) 같이 느껴집니다.
금성면에서 다시 101번 지방도(地方道)를 타고 담양호(潭陽湖)를 우측으로 바라보며 달리는 겨울 눈풍광(雪風光)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보는 눈을 시리게 합니다! 모두들 와~아~ 하면서 탄성을 지르신다! 구~불 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의 길을 돌아 추월산 주차장 출발기점에 도착하니, 시계는 10시 15분을 조금 지나있다.
저만큼 ‘보리암정상’ 일대와 ‘추월산정상’ 일대는 온통 백설(白雪)로 뒤덮혀서 장엄하고도 웅장하며, 반짝 반짝 찬란한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눈이 다 부심니다! 이어서 ‘남산까페지기’ 황고문님의 요청에 단체로 기념촬영을 마치고 모두들 서둘러 산을 오르니, 질서가 정연하고 끝간데를 모르겠도다!
몇걸음을 오르니 솔밭 우측에는 거대한 비문(碑文)이 세워져 있는데, “임진왜란근왕창의장(壬辰倭亂勤王倡義將)” “청계언양김공응회(淸溪彦陽金公應會)”와 “모부인창녕성씨(母夫人昌寧成氏)”의 순절비(殉節碑)다.
또 그 옆에는 1908년 11월 25일 “일제침략”에 항거하다 전사한 15명의 “전적지” 비문도 세워져 있고, 등산로 옆 입간판(立看板)에는 “동학농민운동”때 관군에게 마지막으로 항거했던 장소라고 적혀있다. 참으로 아픈 역사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코끝이 찡해 옵니다. 선채로 예를 드리고 다시 오름니다.
얼마를 올랐을까? 갈림길에서 보리암 정상가는 길로 접어들어 오르니, 눈쌓인 등산로에 경사가 심하여 모두들 다시 “아이젠(독 Eisen)”을 착용하여 진행합니다. 오를수록 나목에는 눈꽃송이가 더 크고 하얗게 얼어붙어 있어 예측못한 설경(雪景)에 모든님들이 그저 신이 나 있슴니다.
7부 능선쯤 올랐을까? 보리암 부근의 바위는 그야말로 거대한 산이요! 봉우리라 함이 옳겠도다! 얼마나 크고 거대한지 필설로는 다 표현 할수가 없으며, 주위의 풍광 또한 뛰어나서 계곡을 꽉채우고 있는 담양호(潭陽湖)의 모습은 푸른 비단을 펼쳐 놓은 듯 하고, 그 너머로 산 겹겹 설산(雪山)의 풍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봉올 봉올 산봉우리 萬里를 달리는데
천지는 백설(白雪)로 아름답구나!
곱거던 희지나 말던지 산첩첩 白花로다!
쉬엄 쉬엄 기념촬영도 해 가면서 오르니 진행이 무척이나 더디다. 갈수록 선두와 거리는 더 멀어져서 남산! 남산! 구호로 불러도 연락이 닫질 않는다. 오늘따라 날씨가 어찌나 포근한지 녹아 흐르는 눈물이 ‘수정고드름’으로 길게 매달려 있어 물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심니다.
여러 회원님들에게 기념촬영을 해 드리고 서둘러 오르니, 경사가 된비알하여 여러곳에 철계단과 나무계단으로 시설해 놓아서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며, 당국의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림니다.
그럭저럭 12시 50여분이 되어서야 보리암 정상에 도착하니 선착하신 여러곳의 산악회원님들이 중식을 하고 있으며, 잠시 기다려서 우리 회원님들이 도착하시는 데로 차례 차례 사진촬영을 해드리고는 정상부근의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드심니다.
눈밭에 빙둘러 앉아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드시는데, 밥 한그릇에 반찬은 20여가지도 넘는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멸치볶음, 김반찬, 통닭날개튀김, 무짱아치, 연뿌리반찬, 들깻잎, 오징치, 명태쪼림, 마늘쪼림 등 다 열거하기도 어렵슴니다. 날씨는 또 얼매나 따스한지 등이 따끈 따끈하여 더위를 느낄 정도입니다.
점심후 황고문님, 김해진님 등과 의논하여 “보리암(菩提庵)”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결정하여, ‘보리암정상(692m)’에서 잠시 천하를 조망(眺望)합니다.
이곳 추월산(秋月山 731.2m)은 백두대간의 영취봉 부근에서 서남으로 한줄기가 뻗어나와 장안산, 팔공산, 진안의 마이산을 거쳐 주화산(조악봉) 부근에서 다시 남쪽 방향으로 전주의 모악산, 정읍의 내장산, 백학봉을 지나 이곳 추월산에 이르고, 연하여 그 잔여지맥은 무등산, 사자산, 제암산을 거쳐서 승주 조계산을 지나 광양 백운산 부근에서 남해 바다에 그 맥을 떨구고 있으니... 이름하여 호남정맥이라 한다.
또 이곳 추월산은 담양(潭陽)의 진산(鎭山)이요 영산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며, 산새가 웅장하고 신령스러워 오고 간 인걸(人傑)도 많아서, 우리나라 가사문학(歌辭文學)의 효시(嚆矢)로 알려진 면앙정(俛仰亭) 송순(宋純 1493~1582)선생 문하에 고봉 기대승, 고경명, 임제, 송강 정철 등의 문인을 길러낸 유서깊은 곳이다.
山中에는 ‘보리암(菩提庵)’이 있어 천년의 장구한 세월동안 사바세계의 전법도량(傳法道場)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건너편 산록에는 ‘용추사(龍湫寺)’가 있어 그 곳에는 담양출신의 ‘소요대사(逍遙大師)’가 노년에 생활했던 곳이라 한다.
다시 팔짱을 끼고 이윽히 바라보니... 천하는 넓고도 넓어서 서남쪽으로는 무등산의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동남방 일대는 거대한 지리산의 연봉들이 끝없이 이어지며, 또 동쪽으로는 강천산과 광덕산 일대의 설풍경(雪風景)이 한폭의 동양화 같으다! 그 밖에도 크고 작은 산들이 은빛으로 물들어서 찬란히 빛나고 있도다!
보리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 심하고 험준하여 모든회원님들에게 조심 조심 하산할 것을 구호로 전달하며, 30여분을 나려 왔을까? 우측으로 난 철난간길을 걸어들어 암자(庵子)에 들어서니, 인적(人跡)은 드물고 마당에는 백설이 소복 소복 쌓여있도다!
법당(法堂)에 들어 간단한 예를 올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보이는 경계(境界)는 있으나 들리는 소리는 없도다! 주산(主山)은 웅장하고 수려하며, 청룡은 허(虛)하나 백호(白虎)는 우람하고도 장엄하여 하늘을 떠 받치고 있는 것 같으다. 안산(案山)과 조산(朝山)은 끝없이 펼쳐져서 산첩첩 물겹겹 그야말로 중중포리(重重袍裡)다!
연하여 천길 낭떠러지 위에 마치 제비집(燕巢穴) 모양으로 둥지를 틀고 앉아 천하를 내려다 보는 이 기분(氣分)을 범인(凡人)이 어찌 다 알리요 마는, 과시(果是) 탈속(脫俗)의 경계(境界)요! 천상(天上)의 세계로다!
안내문에 ‘보리암(菩提庵:전남 문화재자료 제19호)’은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창건하였으며, 1597년 정유재란으로 소실된후 선조 40년(1607) 신찬(信贊)스님이 재창하였고, 1650년 다시 중건하였으며, 1983년 주지 성묵(聖墨)스님이 복원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현재는 백양사 속암(屬庵)이라 한다.
또 법당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며, 임진왜란 때 “김덕령 장군의 부인 흥양 이씨”가 순절(殉節)한 곳으로 적혀있다. 도량(道場)내 전각(殿閣)의 수는 단촐하여 법당과 요사채가 전부다.
김덕령(金德齡 1567~1596)은 자라면서 형 덕홍과 함께 우계 성혼의 문하(門下)에서 공부했고, 1594년 담양 지방에서 의병을 모아 크게 활약하였으므로 선조로부터 형조좌랑의 직함과 함께 충용장(忠勇將)이라는 군호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세자 광해군으로부터 익호장군(翼虎將軍)이라는 군호도 받았으며, 그 후 다시 초승(超乘)장군 군호도 받았다. 나중에 그는 의병장이 되어 망우당 곽재우와 함께 권율의 막하에서 영남 서부지역 방어 임무를 맡았는데, 그러던 중에 선조 29년(1596) 7월 홍산(지금의 부여군)에서 이몽학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도원수 권율의 명으로 난(亂)을 진압하러 가다가 이미 평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 갔는데,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체포되었다. 옥에 갇힌지 20일, 그는 혹독한 고문 때문에 죽고 말았다.
그의 형은 금산전투에서 고경명(高敬命)과 함께 전사했고, 그의 아내 이씨도 다음해 왜군이 쳐들어 오자 담양 추월산에서 순절했다. 그가 죽은후 현종 2년(1661)에 억울함이 밝혀져 관작(官爵)이 복구 되었고, 현종 9년(1668)에는 병조참의에 추증되었으며, 숙종 7년(1681)에는 병조판서, 정조 12년(1788)에는 의정부 좌참찬에 추증되었다. 또 정조는 그에게 충장공(忠壯公)이라는 시호(諡號)를 내리고 사당을 지어 배향하도록 했으며, 그의 고향을 석저촌에서 충효리로 바꾸도록 했다.(충장사 안내책자 참조)
연하여 광주 광역시 북구 충효동에 가면 ‘취가정(醉歌亭)’이 있는데, 이는 후손 김만식 등이 그의 혼을 위로하고 그를 기리고자 1889년에 지었다 하며, 그 옆에는 억울하게 죽은 김덕령이 어느날 친구인 석주 권필(1569~1612)의 꿈에 나타나 불렀다는 한맺힌 노래 ‘취시가(醉時歌)’의 비가 세워져 있어 옮겨 봅니다.(필자 답사자료 참조)
취시가차곡무인문(醉時歌此曲無人聞:취할 때 부르는 노래여 이 곡조 듣는 사람 없네)
아불요취화월(我不要醉花月:나는 花月에 취하고 싶지도 않고)
아불요수공훈(我不要樹功勳:나는 공훈을 세움도 바라지 않네)
수공훈야시부운(樹功勳也是浮雲:공훈을 세우는 것도 뜬 구름이요)
취화월야시부운(醉花月也是浮雲:화월에 취하는 것도 뜬 구름이네)
취시가차곡무인지(醉時歌此曲無人知:취할 때 부르는 노래여 이 곡조 아는사람 없네)
아심지원장검보명군(我心只願長劍報明君:내마음은 장검으로 명군께 보답만 하고지고)
천지는 백설(白雪)로 만건곤(滿乾坤)한데... 이름도 아름다운 추월산(秋月山)의 역사는 피로 얼룩지고 한(限)으로 맺혀 있구나! 아~ 어느 세월에 인류의 평화가 올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人間史)는 힘의 논리로 점철되고 있으니... 진정 인류의 역사는 사랑과 평화가 요원한 것인가 보다!
사진촬영도 해 가면서 얼마를 나려오니, 거대한 바위 아래는 천연동굴(天然洞窟)이 있어 혈굴야처(穴窟野處)의 수행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며, 그 아래 등산로 중간에는 누군가 조그마한 눈사람을 만들어 놓아서 귀엽고 앙증스럽다.
함께 나려오던 김광열 회원님은 장난기가 동(動)했던지, 눈사람 입에 담배를 물려 놓는다. 우리들은 남녀노소(男女老少) 할 것 없이 대자연의 품에 들어오면 누구나 천진난만(天眞爛漫)한 애기들의 모습이라!
20여분을 더 내려와 주차장에 도착하니, 박총무님과 홍기사님은 하산주 끓이기에 분주하시며, 아직도 A코스로 진행하신 선두그룹 회원님들이 미도착(未到着)이다. 전화로 벽송대장님께 연락하면서 저만큼 마중을 나가니... 노장 서부장님(77)을 비롯하여 7명이 신나게 다가 오신다.
아름다운 秋月山을 백설로 수(繡) 놓으니
계사년의 한해가 풍요로움에 저무는구나
남산님들이여!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단기 4346년(서기 2013년) 12월 22일
담양, 순창 추월산(秋月山 731.2m)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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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당일 추월산 산행에 동참하셨던 모든회원님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또 진행에 수고 하셨던 벽송대장님을 비롯하여 구윤서 부대장님, 박총무님,
금부총무님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림니다.
남산님들이여! 이제 계사년 한해도 저물어 갑니다. 얼마 남지않은 시간들을
더욱 알차게 보내시고, 다가오는 갑오신년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소원성취 이루소서!
계사년 마지막산행 추월산~
회장님의 산행후기 잘읽고 갑니다
언제나 좋은글 이렇게 볼수있게해주심에
깊은감사의마음을 전해드립니다~ 꾸~뻑^^
구슬님이 다녀 가셨군요! 가내 두루 편안 하신지요?
늘 바쁘신 가운데도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갑오신년에는 하시는 공부 더욱 성취하시길 바람니다.
고회장님 산행후기글 잘 보고있습니다.
맞습니다.
북은 누가 주는것이 아니죠...
내가 복을 지어야 오는것이지요...
앞으로 우리도 복많이 짓어 행복하게 건강하게
오래도록 산행 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회장님께서도 남은 이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도 변함없이 건강하게 산행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이 고문님! 바쁘실텐대 늘 고맙슴니다.
장황한 졸문의 글을 읽으시고 , 격려까지 해 주시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 올리도록 노력 하겠으며,
많은 협조와 질정을 바람니다.
다가오는 갑오신년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소원성취 하시길 바람니다.
올한해를 마감하는 추월산 송년산행 의미있고 뜻깊은 산행이었습니다.
산행후기를 통해서 역사의 현장을 밟으며 모든것 많이뵈우고 갑니다.
참여해주시고, 성원해주신 회원님의 덕분으로 한해를 잘마무리할수있어 다시한번 감사의말씀을 드리고싶습니다
회장님 가정에 늘 축복과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벽송대장님! 당일 진행에 수고 많았으며, 남산의 발전을 위해서
그간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림니다. 졸문의 글을 읽으시느라 애 쓰셨으며,
다가오는 갑오신년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가내 행복이 충만하시길 바람니다,
고 회장님의 산행후기 잘 읽고 갑니다.
금년 마지막 산행이고 첯 눈 산행이라 더욱 뜯깊고 추억에 남는 산행이였읍니다.
산행후기에서 많은 공부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매산님께서 다녀 가셨군요! 늘 묵묵히 남산의 발전에 도움 주셔서
감사드리며, 갑오신년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작품 많이 출품하셔서
문운이 왕성 하시길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