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려나?
물을 충분히 가져 오란다.
오매, 지도까지 가지고 오란다.
길 잃으면 죽으지도 모르는 곳으로 가려는구나.
어리로 가려고?
소연님
생기가 돈다.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좋단다.
호기심이 당긴단다.
비단보다 부드러운 분이 강철같은 의지를 갖고 도착하신다.
이번 산행, 기대가 된단다.
두목님
밤새워 호박꼬지 떡을 쩌서 가져 오셨다.
솔향기님 생신에 맞추어 몇 주 전부터 준비 하셨다.
지난번 점심 먹을 때 내가 꺼내 먹던 떡을 맛보자고 하실 때 알아 보았어야 했는데.
만들려 하는 것과 비교해 보려 하셨구나.
그 마음도 모르고 못드린 것 너무 아쉬워 이번에 두목 드리려 여벌로 챙겨 왔다.
두목님이 만들어 온 생일 케익 너무 맛있다.
돈 될 것 같다.
재빠르게 동업하자고 했다.
돈은 얼마든지 대겠다고 했다.
세상이 내 마음 같지만은 않다.
대감께서 어느새 찜을 했다나.
계약서까지 내밀며 나를 내 친다.
돈 많은 내가 물러서기로 했다.
솔향기님 주가 높이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이럴줄 알고 오늘 산행은 쉬겠다고 한다.
주인 잃은 생일 케익이 너무 안타깝다.
기지와 재치의 보고.
꾀돌이 두분이 맛있고 정성깃든 생일케익을 전했단다.
어떻게라고 묻고 싶지도 않다.
그러고도 남을 분들이니까.
단지 왜 못 오셨을까?
궁금하다.
감기라니 덜 걱정이 된다.
내일이 생일이니 그때는 멀쩡히 낫겠지.
생일 축파 합니다.
승지님의 마음도 함께 담아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Mount Wilson Trail을 따라 간단다.
아까맹크로 출발전 사진 한컷
좀 색다르게 연출을 했다.
승지님이 마련한 꽃 도감을 앞에 펼쳐들고 찍었다.
지난번 City of Hemet, Diamond Valley Lake 호반을 돌아 피어난 꽃 구경을 갔다.
대장님이 이런 저런 꽃을 알려주며 안내를 하셨다.
내려와 시험도 치렀다.
20점 맞았다.
누구나 아는 California Puppy 맞추고, 아무나 맞출 수 없는 미지 꽃을 맞추어 20점이다.
승지님이 딱하게 여기시어 도감을Office Depot에 맡기어 복사본을 준비해 오셨다.
이번도 산행인지 자연 학습인지 11명 모두 손에 들고 출발이다.
승지님의 수고와 정성, 드린 돈을 생각해서 라도 이번에는 60점은 받아야 겠다.
뜻을 크게 품었다.
200%, 장족의 발전
Mount Wilson 많이 듣던 이름이고 친근한 이름이다.
아무렇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예나 다름 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숨이 차온다.
항상 처음엔 숨이 차다 삭아들지 않던가.
숨은 차도 기분은 좋다.
골이 깊고 저 밑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다른 곳에서 듣던 그런 물소리가 아니다.
예사롭지 않게 우렁차다.
대감은 몇년전 밤에 교회 친구들과 랜턴을 머리에 이고 야간 산행을 했단다.
그때 그 기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좋은 추억을 이야기 한다.
더 해서 눈앞에 예뿐 꽃들이 맞아 준다.
승지님의 친절한 설명이 더 좋다.
60점 맞을 것 같다.
소연님도 이 산을 잘 아는가 보다.
이 정도 가려고 물을 많이 준비하라고 했다며 발 걸음이 가볍다.
한 구비 돌아 설 때 소연님 꽃 밭에 물주러 가신단다.
꽃이 왜 꽃밭에 물을 주러 가나.
이 산의 꽃들이 유난히 아름다운 것은 그 가꾸은 손길이 따로 있어 그렇구나.
Jones Peak와 Orchard Camp로 갈라지는 분기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두목님 만드신 케익이 이리도 맛있단 말인가.
오늘은 Manzanita Ridge까지만 가기로 하신다.
Orchard Camp에서 1.9 Mi만 가면 되는 아주 짧은 거리다.
거기서 1마일만 더 가면 Mt Wilson이다.
거리로 보면 별거 아니다.
그러데 힘 들다.
어느 곳 보다도 Gain이 높아서 그렇단다.
못 갈 것같다.
그래서 승지님께서 짧게 조절하신다.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이럴 때는 내 머리가 잘 돈다.
머리가 잘 돈다는게 신기하다.
온갖 힘을 다하면 목표 지점까지는 가겠지.
그 다음은 누가 업고 내려 와야해.
못 간다고 선언했다.
간신히 Orchard Camp에 도착했다.
앞서 와 앉아 있는 소크라테스 형님이 빙긋이 웃으신다.
내 어깨를 토닥인다.
너 자신을 알라 하신 말씀을 기억한게 기특한가 보다.
혼자다.
햇볕이 따스하다.
송화에 온지도 벌써 1년이다.
이렇게 혼자 된것이 처음이다.
이쯤되면거뜬히다녀야하는데
아직도 요 모양 요 꼴이구나.
혼밥이다.
혼자 먹는 밥을 혼밥이라 한다나.
두목님께 드리려 별도로 싸온 떡도 있는데.
내가 다 먹자.
나중에 사진으로나 드리자.
내좋은벗들은저위에서웃고웃고함께먹는데
올라가리, 올라가
내 마음은 올라가길 원하나, 다리는내려가야 한단다.
올라가는 등산객을 빌려 대신 소식을 전할 뿐이네.
내 걱정일랑 하지 마소.
즐겁게 식사하고 내려 오소.
나는 꽨찮소.
가만히 이 산중에 묻혀 본다.
봄은 봄이로다.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이구나.
풀벌레가 짝을 찾아 분주하다.
산새가 서로 희롱하며 내 달린다.
조용한 산중이 분주하다.
도마뱀 한 마리가 보인다.
저 편에 또 한 마리가 보인다.
이곳 저곳에서 움직인다.
거무티티하던 도마뱀이 청자빛으로 변한다.
봄철 짝짓기를 할 때는 그런거라고 승지님 말씀하신다.
짝을 찾는 사랑의 감정이 여과없이 격하게 분출되고 있다.
사랑은 감추는 것이 아니고 나타내야 한다.
감추고 은은한 것이 사랑인 줄 알았네.
분출해 보자.
이제 격하게 분출해 보리라.
돌라갈 때 쉬던 분기점에서 우리는 함께 만났다.
올라 올때는 힘들어 땅만 보고 오느라 절경을 감상할 여지가 없었다.
이렇게 가파른 계곡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죽어났구나.
다 이유가 있어.
계곡을 따라 흐르는 흰 물줄기가 아름답다.
대감님은 금강산 물줄기를 생각하신다.
그렇구나.
물소리가 전과 다르게 우렁차게 들리는 것은 이골 저골에서 모여드는 물들이 세을 이루어 합쳐져서 그렇구나.
금강산 상팔담에서 목욕하던 선녀의 옷을 감추는 나뭇꾼이 생각 날 수 밖에 없는 절경이로다.
봄 눈 녹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는 사슴이 보고프다.
가파르게 깍아 놓은 절벽 저 넘에서 긴 목을 늘여 빼며 그 사슴을 내려 보는 기린님의 얼국이 겹쳐 온다.
사슴과 기린 참 아름다운 한 쌍이로다.
오른 편으로 90도로 깍아 지른 절벽이 솟아 올라 있다.
그 절벽에 밧줄로 엮어 놓아 잡고 지나 가게 해 놓았다.
왼 편 발아래로 똑 같이 깍인 낭떨어지가 계곡 밑으로 이어지고 있다.
계곡이 가파를 수록 보기가 좋다.
아바타 영화에 나오는 어느 계곡의 한 장면이 떠 오르기도 한다.
Radio가 울린다.
뒤에 오는 진사님이다.
발줄엮인 곳에서 잠시 쉬었다 오겠단다.
승지님 귀가 쫑끗하다.
우리는 좀 더 걸어 내려 온다.
또 진사님 전갈이 온다.
조금 쉬면서 천천히 내려 가려한단다.
알았습니다.
천천히 내려 오세요.
이상 타.
아무 이유가 없이 그저 쉬며 내려 온단다.
감옥에 앉아서도 애타게 낭군을 기다리는 춘향에게 거지가 되어 돌아온 사위 이 몽룡이 왔다고 차마 알리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월매.
그저 왔다, 그저 왔어 라고 되뇌이는 춘향 어멈은 알리기는 알려야 하는데 알리면 사랑스런 내 딸이 얼마나 낙심이 클까 걱정한다. 그 깊은 사랑의 마음.
진사님이 그 사랑의 마음으로 앞쪽에 그 전갈을 보내 온다.
굳이 미끄러져 늦는다고 하지 않고 그저 쉬며 쉬며 늦게 내려간다는 것 이다.
얼마나 깊은 사랑인가.
사랑은 배려에서 온다.
세번째 연락이 왔다.
승지님 아무말 없이 배낭을 내려 놓고 갔다 오겠다며 발길을 서두른다.
잠시 후 CJ님의 배낭을 둘러 메고 내려 온다.
사랑은 변색하는 정열만이 아니구나.
두개의 가방을 둘레 메고 내려오는 승지님 어깨가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누가 그러던가?
사랑은 무겁지 안은거야.
저 어깨라면 나도 한번 기다보고 싶구나.
그 듬직한 어깨를 따라 쥐 나는 다리도 잊은 채 주차장에 도착했다.
승지님과 진사님 다음 주 부터 더 좋은 계획이 있어 잠시 대감에게 맡기신다.
후사는 걱정 말고 즐거운 여행 하시고 돌아 오세요.
오늘은 Round Table로 가자 한다.
나를 진사님 차에 굳이 타라고 부르신다.
차에 타자 마자 쥐약 먹었냐고 다구치신다.
쥐약을 안먹어 이번에도 쥐가 났다고 야단을 치신다.
난 야단 맞아도 싸다.
알고 보니 두목 약사님은 전공이 쥐약이란다.
한국에서 약국할 때 어눌한 미국 선교사에게 달라는 취약 대신에 쥐약을 팔았다나.
신문에 특별한 기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그 선교사 쥐약으로 이를 닦지는 않았나보다.
어찌되었든 지금 송화는 쥐약 장사가 한창이다.
너도 나도 쥐 잡는 법, 쥐약 사는 법과 좋은 쥐약을 카톡에 올리고 있다.
이렇게 살펴주는 열화 같은 성화에 쥐가 얼씬도 못할 것 같다.
첫댓글 꾀병부리다 멋진 생일파티를 못했네요
미리 알았다면 두눈 질끈 감고 산행길에 나섰을텐데 한치 앞을 못보는 ....
기장님의 산행기 읽으며 아쉬웠던 마음이 조금은 해소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송화가족님들
누가 찌약 묵었노?
119를 불렀나 911을 불렀나 어무리 기다려도 웽웽 거리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고
혼자서 가슴만 타고 ㅋㅋ..
와 산두보 님은 찌약 안 묵고 ㅉㅉ
항상 멋진 글 고맙고 신기하고 멋지고
암턴 잘 읽고 감탄 만 하고 있심다
CJ님이 동생 집 찾는닥꼬 맘줄 놓았을까? ㅎㅎ
승지남 CJ님 진사님 선희님 네 분 아푸지 말고 여행 잘 다녀 오세요
산행보다 글 보는 재미가 솔솔임다. 참 꼼꼼이 챙겨서 글을 쓰시니 기억력 보통 아니예요.
치매하고는 거리가 멀어 모든 기억들 먼 훗날 가눌거리는 우리들에게 풀어 놓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