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에서 생각을 굽다
윤 경
명지에 가면
낙동강 위 수상가옥에서
조개구이를 먹어보라
불판 위에 조개를 올릴 때마다
집 한 채 깔고 앉아
거품 물고 쏟아내는 그들의 수다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활딱 열어젖힌 몸엔
짜디짠 바닷물로 생을 채워 왔을
푸른 시간이 얼비치고
뻘밭에서 질척이던 삶의 이력마저 투명하다
사람들의 취향대로 알맞게 버무려진 달빛이
낙동강의 수심을 재는 동안
쫄깃하게 잘 익은 말들을 뒤집는 손길에도
푸른 핏줄이 돋아
지친 세상은 한 판의 조개를 굽는다
잡다한 생각들을 굽다보면
껍질 두껍고 모난 말들도 이곳에서는,
강물 따라 순하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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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에서 생각을 굽다
참좋은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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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6
10.04.27 01:1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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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기 걸려 몸이 엉망입니다. 글을 보며 잠시나마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아! 나두 조개구이 먹고 싶당~!
오늘 같이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멀미합니다...세상이 다 흔들리니 토하지 않을 장사는 없을 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