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야기
발표자 양 지 영 (010-8844-1603) 2004. 4. 17
♣감독- 이와이 슌지
이와이 슌지 감독은 TV 드라마, 뮤직 비디오 등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첫 번째 TV 드라마 [본적 없는 내 아이]로 평단과 일반인들의 관심의 집중을 받은 후, 1994년 TV 드라마 [IF-만약, 쏘아 올린 불꽃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로 일본 감독 연맹으로부터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TV 드라마 감독이 이 상을 받은 것을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이밖에 [라 퀴진]이라는 특별 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된 [고스트 수프], [오믈렛], [프라이드 드레곤 피쉬] 등은 1993년 '이와이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재편성 방영되기까지 했다.
<4월의 이야기>의 배경이 되었던 미야자키현에서 태어났다. 요코하마 국립대학을 졸업한 후 뮤직비디오와 광고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했고 요코하마대학 재학 중 피아영화제에 출품한 단편영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TV드라마의 각본과 연출활동을 시작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넷펙상을 수상한 드라마 <언두>는 시청률이 적은 시간대에 돌발 편성되었는데 드라마를 우연히 목격한 시청자들로부터 ‘연출자가 누구냐’는 문의가 쇄도하면서 긴급히 재방송되고 나아가 영화화까지 되어 극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는 놀라운 이변을 기록한다.
月刊 カドカワ(월간 카도가와)에 소설 [Love Letter]를 연재하였고 이 소설을 기반으로 불멸의 걸작 <러브레터>가 탄생한다.
이후 <피크닉>을 발표해 베를린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특별상을 수상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날리게 된다. 다음 작품 <스왈로우테일>로 <러브레터>를 압도하는 흥행의 성과를 거둔다. 그러나 평단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이와이 슌지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와 ‘국적도 장르도 없는 이미지뿐인 영화’라는 혹평이 교차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화제성만큼이나 엄청난 흥행으로 관객들에게 지지를 얻고, 결국 ‘이와이 월드’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게 했다.
♣전체적인 영화평
새 학기가 시작되면 등교 첫날,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던 그때의 설레임을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공기는 왜 그리 싱그러운지, 주위의 모든 것이 활기차 보이고 막연한 희망으로 부풀어 올라 발걸음이 빨라지게 된다. 『사월 이야기』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어느 소녀가 도쿄에 있는 대학을 진학하게 되어 호기심 어린 수줍음으로 새로운 도시와 학교 또 그 밖에 낯선 모든 것과 만나는 이야기이다.
홋카이도에 살던 우즈키는 도쿄 근교의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 된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무사시노(武藏野)라는 한적한 동네에 거처를 정한 그녀는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괴짜 친구를 만나 낚시 서클에 가입하고, 이웃집 여자와 이상한 만남을 갖는 등 생소한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우즈키는 동네에 있는 서점에 자주 들른다. 그 서점에서 고등학교 시절 그녀의 짝사랑이던 야마자키 선배가 일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녀가 의도하는 자연스러운 부딪힘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느 비오는 날, 서점에 들른 우즈키는 야마자키 선배가 계산대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쁨에 들뜨지만 선배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녀가 실망한 채 돌아서려는 순간 선배는 그녀를 기억해내고는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빗속으로 선배에게 빌린 빨간 우산을 들고 뛰어나가는 우즈키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다음의 만남을 기약한다.
이와이 슈운지 감독은 장편 작업으로 지치고 흐려진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기 위해 휴식하는 기분으로 『사월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시 대학시절의 기분으로 되돌아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작업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단순한 스토리면서도 이와이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순정 만화풍의 중편인데, 시작부터 함박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은 그 달콤한 향내로 보는 이를 취하게 한다. 그 야릇함이 희망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사월 이야기』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번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사운드에 큰 비중을 두었다고 전해지는데 특히 완전한 무음(無音)의 효과를 내고자 디지털 레코딩을 시도했다고 한다.
영화라기보다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내러티브의 전개나 인물설정
등에서의 치밀한 짜임새보다는 순간 순간의 정서를 그리고 있는 영상에 그 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소한 일들이 시간적으로 확장되면서 인물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아련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벚꽃이 날리는 길에서 신부를 식장으로 인도하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차의 운전자에게 이삿짐을 싣고 오는 트럭의 운전자가 집 위치를 물어보는 장면이나 푸른 잔디 위에서 평화롭게 낚시연습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그저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고 기분 좋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즈키에게 검정우산을 빌려주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 극 속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아무도 아닌 사람이지만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이어서 저절로 미소를 자아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사랑이라는 서정을 담아내고 있는 이 영화에서 이따금 등장하는 유머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의 색깔을 보다 풍성하게 해준다. 우즈키가 자전거 가게 앞에 서있는 장면에서 그녀의 옆에는 여자의 종이 사진이 거의 실제인물과 같은 크기로 서있다. 롱 쇼트일 때는 마치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있는 것 같기도 하다가 카메라가 좀 더 다가서면서 아닌 것을 알았을 때, 우즈키가 그 사진의 인물과 비슷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이처럼 전혀 예상 밖의 장면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고, 그러한 순간들은 일상에서 찾아오는 낯선 즐거움을 체험하게 한다. ♣ 토론할 내용
봄에 얽힌 이야기.
순수한 사랑에 대하여..
나의 4월........
♣끝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인생의 4월같이 황홀하고 빛나는 시절을 거쳐왔을 것이다.
4월 이야기는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 비밀스런 감정하나를 조심스레 펼쳐보였던
영화였다. 4월의 캠퍼스가 그랬고, 첫 연인을 맞이했을 때의 붉어지는 얼굴모습이 그랬
었고, 순수한 여주인공의 풋풋함은 오래토록 가슴에 잔상이 남았다.
봄에 다시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느낌은 각별하다. 오래토록 그 느낌을 간직하면서
살고 싶은데 일상은 그렇게 여유롭지가 못하다. 그래서 봄이 더 아쉬운 줄 모르겠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아릿한 사랑에 대한 추억을 한번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경주에서의 봄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