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 피해자에 최대 4억8000만원 사망자 4억 보상...첫 조정안 나와
- 피해자측 "평생 부담해야 할 병원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강력 반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11년, 살인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한지 29년만인 최근 처음으로 나온 피해·배보상을 위한 조정안을 두고 피해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 피해자 가족과 관련 단체들은 소비자를 2만 명이나 죽인 살인기업들이 똑바로 책임을 질 것과 배·보상안에 대한 문제 등을 지적하며 수정 요구안을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에 전달했다. 조정위는 조만간 3자(피해자와 기업, 조정위 등) 회의를 통해 수정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유가족들과 관련 단체 등은 그동안 중단했던 1인 시위를 다시 예고해 향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터무늬없는 배·보상안, 주장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마련한 뒤 지난해 10월 조정위원회가 설립됐고 최근 구체적인 배·보상안이 나왔다.
조정안에 따르면 조정 대상 7018명에 대해 피해자 지원금, 피해자 추가 지원금, 사망자 유족 지원금, 노출 확인자 지원금 등이 지급된다. 애초 피해 구제 신청자 7673명 가운데 개별 기업 합의자, 신청 철회자 등을 제외한 인원들이다.
생존 피해자 중 피해가 가장 심한 ‘초고도’ 등급에 각각 3억5800만~4억8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어 ‘고도’ 피해자 2억6100만~3억7200만 원, ‘중등도’ 피해자 1억8500만~2억8600만 원을 지급하도록 조정했다. 사망자 유족 지원금은 사망자 연령에 따라 1억5000만~4억 원으로 차등화됐다.
피해자 단체는 특별유족지원금을 빼면 결국 보상금이 5000만 원에서 3억 원 수준이라며, 그간 들어간 병원비와 고통을 생각하면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1인 시위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참사로 아내를 잃은 김태종 전국가습기살균제피해자배상조정위원회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장에서 “정부가 피해 사실을 밝힌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피해 당사자나 가족들은 지칠 대로 지쳤는데, 이번에 조정위가 내놓은 초안이라는 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며 “최소한 병원비라도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게 조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단체 측은 "현재의 피해구제법상의 피해등급은 가장 심각한 피해사례인 폐 이식 피해자조차 최고 등급인 '초고도'로 인정하지 않는 엉터리다"라며 "그런데도 조정위는 이런 엉터리 피해등급을 기준으로 조정안을 만들어 피해자를 분통터지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조정안은 앞으로 발생할 병원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병원비를 보장하지 않는다"라며 "병원비조차 보방하지 않는 피해대책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조정위원회에 중증·사망 피해자 지원금 상향, 향후 치료비 전액 실비처리, 경제활동 연령 가중치 반영 등을 반영해 조정안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다시 일인시위를 시작하며'라는 글을 통해 "기업책임과 제대로된 피해대책을 담은 조정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일인시위를 다시 시작한다"라며 "부인이 사망한 남편, 누나가 사망한 남동생, 남편을 잃은 미망인, 두번씩이나 폐이식을 받고도 3년째 병원에서 투병중인 동생을 둔 언니… 등 이들이 추운 겨울에 다시 거리로 나선다"고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말까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는 7651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1742명이다. 이 숫자는 신고된 숫자에 불과하다. 1994년 처음 가습기살균제가 판매된 이후 2011년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판매가 금지된 시점까지 27년간 최소 43종류 1000만 개가 넘는 제품이 판매됐다. 이들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는 894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중 건강피해자는 95만 명 사망자는 2만366명으로 추산된다. 현재의 피해신고자는 전체 피해자의 1%도 안되는 0.8%에 불과한 셈이다.
- 피해자 염원 담긴 최종안 나올까
한편 조정위는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조정 참여 의사를 밝힌 피해자 단체는 12개, 기업은 옥시레킷벤키저·롯데쇼핑·애경산업·이마트·홈플러스·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 등 9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자료를 통해 "조정위는 피해자들과 가해기업들의 입장을 모두 반영해서 피해를 금전적으로 해결하려는 기구이다. 비록 임의기구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기구의 조정안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희생된 피해자들과 환자들 그리고 유족들의 피해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라며 "조정위원회는 기업책임을 제대로 반영한 조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가 해결되어야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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