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보 지식인들은 국민들의 정서와 이렇게 동떨어질까? 지식인들은 외국에서 성공한 바람직한 제도를 우리나라에 이식하면 우리나라도 패러다이스가 되든지 적어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옳은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신제도주의자들은 제도의 이식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진즉에 밝혀냈다. 우리사회의 관습, 전통, 문화와 같은 관성이 외래 제도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또 하나의 괴물이 탄생 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 대입이 절대평가 등급제만으로 가능한 이유는 초중고 교육이 평준화되어 있고, 대학도 대부분 공립이고 랭킹이 없으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사회적 차별이 없으며, 계급 전통이 남아 있어 전국민이 교육을 통해 계층상승을 꿈꾸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대입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대입경쟁이 치열했던 프랑스는 대학을 평준화했으며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꼴의 입시는 우리보다 더 치열하다.
우리는 빈부격차가 매우 심하며 이것이 교육격차를 강화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도 공립보다 몇 배 많은 학생을 사학이 감당하고 있다. 고교와 대학의 서열화가 엄존하는데 조선시대 후기이후 신분계급이 무너지니 대입을 통한 계층상승 욕구가 강하다. 오랜 과거와 고시제도로 인해 시험의 공정성을 믿으며, 어떤 가치도 시험의 공정성에 우선해서는 안된다는 환상이 있다.
유럽의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현재 내신과 수능 등급제 도입 이후 비교과전형이 금수저들의 특혜 전형이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경쟁이 심한 나라에서는 성적 경쟁을 무조건 완화시키기 보다는 딱 필요한 경쟁만 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미국은 우리보다는 훨씬 조건이 낫지만 우리는 유럽보다는 그래도 미국과 상황이 유사하다. 우리 현재 입시제도가 미국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나마 잘 한 일이다. 문제는 미국 제도의 핵심은 빼놓고 껍데기만 들여온데다, 비전문가의 충고질로 입시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영된 데에 원인이 있다.
미국의 교육과 입시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에서 유일하게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통로가 돼 사회통합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미국제도가 유럽보다 더 사회주의적이라고 칭찬받는 이유다. 물론 미국은 대학경쟁력도 세계에서 가장높다.
나는 문재인 정부에게 대단한 교육혁신을 기대하지 않는다. 진보단체들의 이런 저런 요구에 끌려다니지 말고 기왕에 도입한 미국제도의 핵심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에 내가 쓴 책에서 제안하는 대안이 68혁명에 준하는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기에 회원들이 함께 교육운동에 동참해주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