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와 ‘축성 Consecration’
‘축성 Consecration’의 어원은 ‘하느님을 위해 다른 것으로부터 따로 분리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곧 이 세상 안에 하느님만을 위한 영역으로 지정된 곳, 접근할 수 없고 손댈 수도 없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수도자들의 축성’은 세상으로부터 이들을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속으들어가 세상을 속으로부터 변화시키도록 성화하는 사명을 지닙니다. 수도 공동체는 세상 사람들과 일상생활에서 분리되기는 하지만, 이 분리는 하느님을 더 잘 찾기 위함이고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구체적인 징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어떤 성스러운 기능을 행사하기 위해 신성한 신분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수도 생활을 거룩한 산 위에 특별한 분리로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축성을 통하여 수도자들이 세상을 도외시하기보다 세상으로 더 깊이 파견되기를 바라십니다.’
축성 생활은 본질적으로 교회 안의 특별한 신분이나 계층으로 자리잡고 정주하는 삶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으로 끊임없이 이주하여 세상을 성화하고 구원에 이르게 하기 위한 삶입니다. ‘교회 안에서’는 ‘특수성’에로 기울어지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사명’을 위한 존재로 이끌어 줍니다.(강우일, “교회와 세상 안에서의 축성생활과 그 역할”, 「가톨릭 신학과 사상」 12호(1994), 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