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김대건 풍랑 만나 제주에 '첫 발'
관광특구 제주도를 찾는 신자라면 일반 관광에서 벗어나 '성지'를 중심으로 순례하며 관광하는 것도 의미 있을게다. 관덕정, 황사평 묘지, 대정성지, 용수리 표착순례지 등이 제주지역 대표적 성지다. 이시돌 삼뫼소 은총동산도 빼놓을 수 없는 순례지.
먼저 공항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관덕정부터 가보자. 옛 제주시 중심부인 삼도2동에 있는 관덕정은 공항에서 승용차로 10분 이내 거리다. 보물 제322호로 제주도 현존 건물 중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보수공사 중이다. 내년 2월에 다시 개관한다. 보수현장 관람 시간은 오전10시~오후4시.
관덕정과 천주교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외적으로 드러나는 게 없지만 1901년 신축교안 때 이곳 앞마당에서 수많은 천주교인이 죽음을 당한,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신축교안은 봉세관(捧稅官)의 과다한 조세징수, 관리의 심부름꾼으로 교회를 이용한 일부 신자, 토착세력의 기득권 수호라는 복합적 원인으로 일어난 민란이다. 사태 수습을 위해 프랑스 함대가 제주도에 왔을 때는 이미 신자를 포함한 양민 700여명이 피살됐다. 프랑스 함대장이 촬영한 사진에는 신자들을 죽일 때 사용했던 몽둥이들이 시신 옆에 놓여 있어 그때 참상을 대변하고 있다.
이후 프랑스 공사와 조선 조정과의 교섭으로 황사평을 매장지로 양도받았다. 1만8000여평이다.
황사평은 관덕정에서 남쪽으로 20여분 거리 화북2동에 있다. 아라동 제주여고에서 '천주교 묘지 황사평'이라는 안내 푯말을 따라 1차선 좁은 길을 따라가면 나온다.
도로 바로 옆에 있는 관덕정과 달리 한적하다. 입구에 들어서자 묘지가 넓게 펼쳐지면서 중앙에 서있는 성모자상이 반긴다. 성모자상을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가니 커다란 봉분 하나가 깔끔하게 단장돼 있다. 신축교안 순교자 중 무연고 28기 유해를 합장한 봉분이다. 천사 성상이 곁에서 지키고 있다.
순교자묘지 왼쪽엔 제주(함덕리) 출신으로 처음 영세한 김기량(펠릭스 베드로) 순교비가, 오른쪽엔 제주도에 선교의 터를 닦은 외국인 선교사제 공덕비와 성직자 묘지가 있다.
황사평은 성직자와 평신도 묘지이기도 하다. 10월 중순 찾아간 황사평엔 누가 다녀갔는지 묘지 앞에 군데군데 꽃이 놓여 있다. 묘지 위로 껑충하게 자란 억새가 외롭게 후손을 기다리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11월 위령성월 전에 각 본당 신자들이 조를 짜서 벌초한다고 한다.
제주는 지금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중죄인을 귀양 보내는 유배지였다. 백서(帛書) 사건으로 순교한 황사영(알렉시오)의 부인이자 다산 정약용의 조카인 정난주(마리아)는 신앙 불모지인 이곳에서 노비로 귀양살이하는 동안에도 모범적 삶을 살았다. 정난주가 1838년 숨을 거두자 그녀를 흠모하던 이웃들이 유해를 안장한 곳이 바로 대정성지다.
제주 남서쪽 대정읍 보성리에 있는 대정성지 정난주 묘소 입구는 워싱턴 야자나무가 이국적 정취를 한껏 풍긴다. 아치형 돌담도 눈길을 끈다. 그 앞에 피어 있는 이름모를 흰 꽃이 다소곳이 방문객을 맞는다.
입구 안으로 들어가니 바람이 부는 바깥과 달리 나무 담에 둘러싸여 아늑하다. 잔디밭도 잘 정돈돼 있다. '신앙의 증인'으로 추앙 받고 있는 정난주 묘소 앞에 앉아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묵상으로 빠져들 것만 같다.
여기서 서쪽으로 25분여 더 가면 한경면 용수리 표착 순례지다. 언덕 위에 배 모양 건물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성 김대건 신부 표착 기념 박물관이다. 박물관에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일몰이 특히 아름답다.
성 김대건 신부가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고 서해 바다로 귀국하는 길에 풍랑을 만나 표착했던 곳이 바로 박물관 아래 포구다. 김대건 신부가 탄 '라파엘호'가 정박했던 포구는 지금은 해안도로가 가로질러 나 있다. 복원된 라파엘호는 내년 봄 박물관을 개관하면, 임시 머물고 있는 신창성당에서 옮겨올 예정이다.
해안도로를 타고 인근에 펼쳐진 풍력발전단지도 인상적이다. 제주엔 관광할 곳이 많지만, 성지를 중심으로 순례 관광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성지에 관해선 제주교구청(064-751-0145)에 문의하면 된다.
평화신문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846호
발행일 : 2005-11-13
<<맛집/ 제주 '퍼시픽해룡'>>
제주도 중문관광단지 퍼시픽랜드에 있는 '퍼시픽해룡'은 싱싱한 제주산 수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갈치와 고등어를 이용한 조림, 구이, 회가 주 메뉴다. 중문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해안풍경이 음식 맛을 한층 돋운다.
이성복(안드레아, 중앙본당) 주인장이 수협 지정 중매인이라 재료가 싱싱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않는 것 외엔 수입산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김치는 직접 담그고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재료도 당연히 국산이다. 시골에서 다 가져온다.
퍼시픽해룡은 500석 규모 대형 식당으로 단체석, 연회석, 대형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관광단지에 사람이 많이온다고 해서 눈 속이는 법은 없다. 1인당 비용은 8000~1만원선.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는 이씨가 고향이 아닌 제주도에서 자리를 잡은 것도 바로 '신용' 때문이다. 이곳에서 음식을 배워 개업한 사람들도 있다.
신자들은 약간의 특별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성복 사장의 귀띔. 문의: 064-738-4808
평화신문 이연숙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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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1>신축교안 순교자 중 무연고 28기 유해가 묻혀있는 황사평성지. 깔끔하게 단장된 커다란 봉분 아래 평신도 묘지가 펼쳐져 있다.
<2>이국적 정취가 풍기는 대정성지 입구. 아치형 돌담 안쪽으로 백서(帛書)사건으로 순교한 황사영의 부인 정난주(마리아) 묘소가 있다.
<3>성 김대건 신부가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고 귀국하는 길에 풍랑을 만나 표착했던 용수리 표착지. 언덕 위에 보이는 배 모양 건물이 김대건 신부 표착 기념박물관이다.
<4>제주교구 지도
<5>제주 퍼시픽 해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