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변화를 눈치 챈 사람이 있을까? 얼마 전 지구별에서 날마다 배기가스를 내뿜던 자동차 몇 대가 줄어들었다. 조금 불편해도 내 아이가 뛰놀 공간이 생기는 게 좋다고, 녹색 땅이 많아지는 게 좋다고, 자기가 가진 차를 없애버린 사람들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 아래 동네에 사는 여섯 가구가 차 한 대를 가지고 나눠 타는 ‘카쉐어링’, 우리말로 ‘자동차두레’ 운동을 우리나라에서 시작했다. 지난 10월 9일, 자동차 두레를 시작한 첫 차가 처음 시동을 걸은 날이다. 자동차두레? 자동차도 알고, 두레도 알지만 ‘자동차두레’는 알 듯하면서도 생소하다. 성미산 마을 법인 ‘사람과 마을’에서 환경 쪽 일을 보고 있는 김은주(34세) 님을 만나 ‘자동차두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녹색현장을 찾아서] 1
엄마, 잘 타고 우리 물려줘 성미산 자동차두레 첫 시동을 걸던 날
정리·김유미
‘카쉐어링’을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소개부터 해 주세요.
카쉐어링은 유럽에서 어떤 삼 형제가 시작한 운동이래요. 삼 형제가 차를 한 대씩 갖고 있었는데 서로 가까운 동네에 살면서 차를 각각 한 대씩 갖고 있는 게 불합리하다고 느낀 거예요. 차 한 대에 보험료, 세금, 유지비 같은 비용이 기본으로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이 삼 형제가 ‘우리 차를 함께 타자’ 하고 시작한 게, 마을 사람들에게 점점 넓혀져 카쉐어링 운동이 됐다고 합니다. 카풀이나 렌트카와는 개념이 달라요. 렌트카는 다른 사람 소유의 차를 빌려 타는 거고, 카풀도 다른 사람 차를 잠시 얻어 타는 거죠. 카쉐어링은 차 소유 자체를 공동으로 하고, 같이 나누어 타는 거예요. 내가 주인이고, 나한테도 권리가 있고, 내게 의무도 있는 거예요. 같이 부담하고, 같이 소유하는 것이 카쉐어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시작하는 것은 늘 신나는 일이다. 성미산 자동차두레 회원 여섯 가구가 시작한 작은 걸음이 지구별을 살리는 설레는 운동이 되도록 마음을 모았다.
카쉐어링을 우리말로 ‘자동차두레’라고 하시던데,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요?
카쉐어링을 우리말로 그대로 번역하자면 ‘자동차 나눠 타기’가 되는데, 이건 의미가 딱 안 오잖아요. ‘두레’라는 말에는 어머니들의 노동이 들어가 있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 있어요. 만약에 이익이 생긴다고 해도 사회공익 수준의 이익이지 돈을 벌기 위한 이익이 아니고요. 그래서 카쉐어링이 두레와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마포두레 회원이니까 그 이름이 자연스러운 것도 있죠. 두레라는 말에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가치들이 담겨 있어서 그것으로 지었어요.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차 한 대를 가지고 여섯 가구가 시범운행하기로 했어요. 내가 쓰고 싶은 날짜와 다른 사람이 쓰고 싶은 날짜가 겹쳤을 때 어떻게 할까, 차 연료비는 어떻게 할까, 사고 났을 때는 누가 책임을 물어야 하나, 주차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먼저 몇 가지 규칙만 가지고 3개월 동안 시범운행한 뒤에 결정하기로 했어요. 우선 정한 것은 예약을 한 사람이 차를 먼저 쓸 수 있게 우선순위를 두는 거, 자기가 쓴 비용은 자기가 내는 것 정도예요. 우리끼리니까 3개월 동안 내가 몇 킬로에 타서 몇 킬로에 내렸고, 주유를 할 땐 몇 리터에 얼마가 들어갔는지, 차계부를 열심히 써서 3개월 뒤에 제대로 정산하고 평가하기로 했어요. 차는 함께하는 분이 자기가 쓰던 차를 저렴한 값에 내놓으셔서 그걸 사서 수리했어요. 중고차 가격이 원래 300만 원 정도였는데, 기증하신 분이 100만 원 깎아주시고, 수리비 빼고 하니까 차 값은 한 사람 앞에 20만 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 밖에 차 보험료나 세금같은 비용은 적립금식으로 해서 20만 원씩 내기로 했어요.
자동차두레를 시작한 계기가 있을 텐데요.
‘우리가 이것을 하자’ 이렇게 발의한 것은 아니었고요. 마포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자동차 길을 모니터링 하다보니 자전거 도로가 필요하더라고요. 구청에 요청해서 자전거 도로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그걸 계기로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견학까지 갔다 오면서 ‘자전거 도로만 있어서는 안 되겠구나’, ‘차를 줄여야하겠구나’ 하고 깨달은 거죠. 저희 마을이 공동육아에서 출발한 마을이어서, 엄마들이 두레 노동을 하면서 자주 만나 이야기하는데요. 엄마들이 ‘우리 아이들이 놀아야 할 공간을 차에 빼앗기고 있다’고 느낀 거죠. 우리 어릴 땐 밥 먹고 바로 나와서 동네 공터에서 놀았잖아요. 막다른 골목에서 다방구를 한다거나 술래잡기를 하고, 고무줄 하다가 엄마가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 계속 놀고 그랬는데 요즘엔 아이들을 내보내면 우선 차 때문에 불안하잖아요. 우리들의 공간에 차들이 누워있는 게 너무 아깝죠. 그래서 이 차를 어떻게 들어내야 하나 고민하게 됐어요. 차를 들어내면 그 안에 놀이터, 녹지공간도 만들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겼지요. 게다가 우리 마을엔 공동육아, 지역학교, 방과후교실 이런 게 많아서 아이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니까 ‘자동차두레를 하면 좋겠다’, ‘우리 마을에 꼭 필요한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협 운동의 하나로 시작하게 된 거죠. 누가 먼저 이거 해보자 하는 식의 캠페인은 아니었고요. 엄마들끼리 모이다 보면, 일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이 된 거죠.
자동차두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 좀 해주세요.
처음에는 열 가구였어요. 카쉐어링이 나 혼자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잖아요. 집마다 가족회의를 거치고 하다 보니까 천천히 진행됐죠. 한 가구에서도 합의가 안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부인은 합의를 했는데 남편이 합의를 안 해서 취소하기도 했죠. 그래서 차 값 300만 원에서 나누기 8을 했다가 10을 했다가, 그땐 계산이 회의 때마다 바뀌었죠. 초기에 자기 차 ‘카니발’을 내놓겠다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요. 그땐 사람들이 이 차를 보면서 또 다른 내 차로 생각하더라고요. 편리하게 나는 나대로 승용차를 쓰면서, 카니발은 레저용으로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차를 없애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여섯 가구가 시작한다고 하면 적어도 차 다섯 대는 없어져야 하는 거죠. 회의를 하면서 사람들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차를 버리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욕심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지금 하시는 분들은 현재 개인이 쓰는 차가 없어요.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가 무엇이었느냐를 가지고 다시 시작했을 때 많이 힘들었죠. 또 함께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분들 가운데 나한테 이게 정말 필요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의무감 때문에 하겠다고 하신 분들이 있었어요. 결국 그 분들은 탈퇴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정말 자동차두레가 필요한 여섯 분이 남았어요. 이게 아무리 살림에 이득이 있어도 함께하고자 하는 가치나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동차두레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차한테 빼앗긴 공간과 둘레가 너무 많잖아요. 또 차라는 것은 땅에 내 발이 닿지 않는 거잖아요. 어느 정도의 속도이고, 내가 얼마만큼 갔는지 감이 잘 안 오죠. 물론 내가 내 마음대로 탈 수 있었던 차를 생각하면 불편하겠지만, 그런 불편한 것 속에서 진실을 조금씩 실천해 나가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인간과 환경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저는 그런 마음이 없으면 자동차두레에 가입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환경이나 교통 쪽에 의미는 당연히 있고요. 그런 초기의 마음을 잘 갖고 운영을 하는 게 우리 회원들이 가진 숙제겠죠.
자동차두레에 대한 기대나 바람이 있다면
차를 많이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이 함께해야 해요. 자동차두레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서울시의 대안 교통정책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도로가 평등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전거가 레저수단이 아니라 당당한 교통수단이 되도록 말이지요. 차가 점점 줄어드는 대신 자전거가 많이 늘어나고, 아이들의 놀 공간을 확보하고, 녹지도 그만큼 늘어나면 좋겠어요.
자동차두레 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지.
아직 달려갈 게 많아서 그렇게 큰 것까지 생각 안 해봤는데요.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그랬듯이 자동차두레도 이렇게 커질 거라 예상하고 시작하지 않았어요. 마음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끼리만 모여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걸 정책화해서 벌금 내게 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보고 나중에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자동차두레 시작하면서 고사를 지냈는데 두레 회원의 아이들이 ‘엄마 그거 잘 타고 우리 물려줘’ 그러더라고요. 그 말 듣고 뭉클했어요. 10년 넘은 차지만 아이들이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이야기하는 게, 저에게는 커다란 희망이더라고요. 이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거잖아요. 불편하지만 진실이라는 걸요. 이런 걸 이해하고 공감하시는 분들이 습관처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습관이잖아요. 이게 불편하긴 하지만 자꾸 하다보면 이 불편함도 습관이 될 것이고, 언젠가는 처음의 불편함보다 적어지지 않을까요.
즐거운 불편, 한 번 시도해 보세요
글·이경란 2007년 10월 9일, 역사적인 날? 아 그건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좀 특별한 날입니다. 카쉐어링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차량운영체제를 우리나라에서 우리 동네가 처음으로 시작해, 그것을 실행하는 첫날이었습니다. 그걸 제가 한 거죠. 쑥스럽기도 하지만 왠지 으쓱하네요. 바로 사흘 전까지만 해도 ‘그래 버스 타고 다니기 좀 복잡하니까’, ‘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데 번거로우니까’, ‘걸어 다니기 싫으니까’ 하고서 집 앞에 있는 자동차를 손쉽게 타고 다녔지요. 그런데 오늘부터는 그러기가 좀 어려워졌습니다. 차를 타려면 ‘이거 꼭 타야할 만한 일인가?’ 하고 생각해 보고, 인터넷을 켜고 성미산마을 자동차두레 카페에 들어가서 예약을 하고, 자동차를 타기 전 주행거리를 기록하고, 타고 나서도 기록하고, 특별히 차에 대해서 문제점이 느껴지면 그것도 기록하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는 예전 같으면 바쁘다는 이유로 뒷정리를 안 했을지도 모르는 행동인 쓰레기를 치우고 내 짐은 반드시 가지고 내려야 합니다. 아! 왜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하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다가, 그저 웃기로 했습니다. 즐거운 불편이구나 하고요.
오늘 처음 자동차문을 여는 순간, ‘이제 이건 내 차가 아니라 ‘우리’차구나’하는 생각이 지나가더군요. 카쉐어링에 대해서 ‘우리 한번 해 보자’하는 분위기가 처음 뜰 무렵과는 좀 다른 기분이네요.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노인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골목길을 만들까, 또는 차가 너무 많아서 숨쉬기도 힘든 도시 속에서 자동차를 줄이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동차라는 것이 얼마나 주변의 사람들을 무시하는 도구인지를 알게 되었죠. 그리고 필수품이라고 강조하는 자동차를 타지 않는 날도 제법 많다는 것이 보이더군요. 주택가인데도 골목에는 늘 자동차들이 낮에도 서 있거든요. 우리 집만 해도 그렇고요. 될 수 있으면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마음 정도가 생겼을 무렵이었습니다. ‘차를 타볼까’하는 마음이 들다가 정신을 차리는 날은 대중교통으로 발길을 돌리고, 나를 편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차문을 열고 있더군요. ‘그래 나를 다스리는 게 더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동네 친구들도 그러했나봅니다. 카쉐어링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조사하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람들을 모으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여섯 가구가 모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여섯 명과 함께 한 대의 차를 공동소유하는 사람입니다. 차를 내릴 때, ‘다르구나’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른 때보다 더 돌아보며 어질러진 것은 없는지 살펴보고, 전조등도 잘 껐는지 한 번 더 살펴보고, 기록대장을 찾아 쓰고 천천히 내렸습니다. 이젠 다음에 탈 사람을 생각합니다. 앞으로 좀 더 배려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자동차가 이상스럽게도 소중하다는 느낌이 더 드네요. 새 차를 구입했을 때와 비슷하게도. 이 자동차가 얼마나 이 세상에 어려움을 주는지 알기에, 모셔 두는 시간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여섯 명이 한 대를 이용하다가, 그 한 대를 열 명이 이용할지도 모르죠. 그러면 이 세상에서 아홉 대의 차가 줄어듭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랬다고 하더군요. 카쉐어링을 하면 차량이용이 좀 더 줄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요. 마음이 약해서 차 이용에 유혹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이렇게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차는 아무래도 그걸 억제하게 하겠죠. 삶의 방식이 쉴 새 없이 이야기되는 세상에서 이렇게 사는 방법도 시도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두고 봐야죠. 잘해야겠다는 생각, 즐겁게 잘될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시도해 보세요.
이경란 님은 성미산마을 자동차두레 회원이다. 지난 10월 9일 자동차두레 첫 시승을 하고 첫 시동을 걸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