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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가입했던 초창기에
썼던 영화 감상입니다.
글을 좀 후딱 쓰는 편이라
나중에 읽으면 허술하고 미흡한 것들이
눈에 많이 보이네요.
새로운 소재로 글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전에 썼던 글을 수정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 같아
다시 고쳐 써서 올려봅니다.
저는 무척 흥미롭게 봤던 영화이고
참 좋은 영화인데 어떠실지..
짧은 글로 소개해 봅니다^^🧡
마르셀의 추억
(My Mother's Castle,1998)
감독: 이브 로베르
주연: 줄리엥 시아마카, 필립 꼬베르, 나탈리 루셀
원작 : 마르셀 파뇰
('마농의 샘' 원작자)의 어린시절 회고록
원제: 어머니의 성( Le Château de ma mère)
결말에서 어머니의 성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와 의미를 알게 됨.
따뜻한 가족애와 프로방스 지방의
수채화 같은 풍경,
문학적 향기가 어우러진 동화같은 작품.
프랑스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는 영화임.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관객의 반응을
기록하였으며 미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함.
줄거리
주인공인 마르셀이란 소년은
새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지난 여름방학을 보냈던
시골의 별장을 그리워한다.
마르셀의 마음을 알고 있는 엄마는
교사로 근무하는 아빠의 학교 수업 시간을
요리조리 조정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주말은 별장에서 보내고
월요일에 출근할 수 있도록
상황을 조절한다.
자식의 마음을 헤아려 충족시킬 줄 알되
행복한 상황이 되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현명하고 덕스러운 엄마의 표상.
가족들은 매주 주말을 시골 별장에서
보내기로 결정하지만
그 여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집에서 쓰던 식기들과
그밖의 생활용품을 담은 짐들을
주렁주렁 메고서 왕복 네 시간을 걸려
오가야 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따위가 있을리 없는 시절이지만
짐 싸는 광경부터가 요즘의 트렌드로는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그 시대만의
독특한 생활 방식과 가치관이 느껴져
신기하면서도 신선했고
불편해 보여도 낭만적인 뭔가가 있었다.
갓난 아기를 안은 엄마는
원래도 몸이 허약했는데
차를 갈아 타고 먼 길을 걸어야 했으니
가족 간의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가족의 이동.
포대기로 업고 가면 좀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던 장면이다.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힘겹게 올라가던
가족들은 뜻밖의 귀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아버지의 옛 제자였던 부지그라는
인물이다.
수로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부지그는
수로를 통하여 단 20분만에 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을 귀뜸해 준다.
길이 짧아지는 건 좋은데 문제는 있었다.
그 길을 가자면 세 개의 개인 사유지 성을
지나면서 난처한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었다.
교사인 아버지는 몰래 남의 사유지를 지나면
법을 어기는 것 아니냐며 괴로워 했고
주인 모르게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일이
고민스러웠지만 부지그가 열심히 설득하여
결국 그러기로 결정한다.
첫 번째 성 통과
여기는 문제 없음.
주인이 거대한 거인과 함께
가족의 앞을 가로막아
안 그래도 잔뜩 쫄아있던 가족들을
놀라게 하지만
오히려 험악한 인상의 그 귀족은
이 가족들을 환영해 준다.
두 번째 성
역시 무사 통과
이 성의 관리인인 농부 역시 마르셀 가족을
반겨 주는데 다만 주인이
창에서 내다볼 거라며
자기가 깐깐하게 보이도록 연기하겠지만
연기는 연기일 뿐이니 안심하라고
자신은 가족들을 환영한다고 하면서
친절을 베푼다.
사유지인 성들을 몇 개나 지나야 하는
지름길은 무척이나 편리했지만
댓가가 있었다.
모험심과 담력이 요구되는
아슬아슬한 길이었기에
소심한 엄마는 마음이 떨릴 때마다
잠시 선물 받은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간신히 공포를 떨치고 용기를 내었다.
역시 아름다움에는 힘이 있나 보다.
로즈테라피의 위력을 느끼며
엄마의 심정이 충분히 공감 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 성
여기서부터는 일이 꼬인다.
이 성의 주인은 퇴역 군인이었는데
보기만 해도 겁이 덜컥 나는
무서운 생김새의 개와 함께 나타나
부지그가 주었던 열쇠까지 빼앗고 겁을 준다.
교사인 아빠를 고발하겠다 협박을 하니
(교사가 법을 어긴다고)
온 가족이 덜덜 떨고
안 그래도 간신히 견디며 조심조심
문들을 통과하던 엄마는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고 만다.
그 공포의 성, 검은 문 앞에서
기절했던 엄마의 모습은
이후 마르셀에게는 오래도록
정지된 화면으로 각인되어 남는다.
철통같이 굳게 잠겨 있는 세번 째 성의
문 앞에 서서 조마조마하게 마음 졸이는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열 살 소년, 마르셀의 내면세계는
그만큼 더 깊어지 않았을까?
마성의 소녀, 이자벨 만나다
우여곡절 끝에 별장에 도착하고 나서
마르셀은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길을 잃고 헤매던 그 소녀는
마르셀의 도움으로 집을 찾는다.
소녀의 이름은 이자벨.
특이하게도 이자벨은 귀족들이 쓰는 말투와
도도한 자태로 마르셀의 기를 죽임과 동시에
마음까지 빼앗아 버린다.
공주님을 만난 양치기 소년 느낌?
이자벨은 마르셀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멋진 피아노 솜씨를 뽐내고
마르셀은 더욱 이자벨에게 넋이 나간다.
묘하게 귀족의 성을 연상시키는 듯한
집안 분위기와 그에 걸맞는 이자벨의
분위기에 압도를 당해버린 마르셀은
이자벨을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그녀를 추앙하게 된다.
이자벨은 가스라이팅에 능했다.
여왕처럼 거들먹거리고 기사놀이를 하며
마르셀에게 기사 작위를 내려주고
메뚜기를 먹도록 명령하거나
개처럼 짖게 하는 등
온갖 기이한 일들을 시킨다.
마르셀의 시골 친구는 맹목적으로
이자벨 뒤만 따라다니는 마르셀이
답답하면서도 서운하기만 하다.
모처럼 별장에 왔으면서
예전 같으면 으레 늘 붙어다니던 자기를
본 척도 않고 이자벨만 떠받들고 있다니!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르셀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이제 어린 시절을 지나
막 소년 시절로 들어가려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겪는 것이라고나 할까.
내게는 그렇게 보여졌다.
그러나 이 신기루 같던 환상도
곧 깨져버리고 말았다.
이자벨에 대한 허상 말이다.
그건 의외로 너무 허무했는데
이자벨의 갑작스런 설사병 때문이었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것을 보면서
마르셀은 서서히 자신을 마취시켰던
정체 모를 황홀감에서 깨어나게 된다.
실상을 깨닫게 되니
자신의 허상이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
귀족의 성 같았던 이자벨의 집도
어딘가 수상한 점이 많았는데
그 멋지던 가구들도 자세히 보니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었고,
우아하게 보이던 이자벨의 가족에게서도
뭔가를 자꾸 숨기려 하는 석연치 않은
모습들과 겉멋 들린 허세로 가득한 것 아닌가.
이자벨은 자신이 상상했던 공주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자아이에 불과한 것을...
실망감에 젖어버리는 마르셀.
그러나 이자벨이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자
한 편으로 마음이 아파옴을 느끼는데
이 설익은 풋사랑의 마음앓이를 겪으며
마르셀은 한층 더 성장해 간다.
이런저런 느낌들
어머니가 기지를 발휘한 덕에
매주 토요일이면 별장에 가게 되었던
마르셀의 가족.
격식에 맞게 옷을 차려입고 짐을 꾸려
별장으로 향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럽게 보였고
예의를 소중히 생각하는 그 시대의 풍속이
요즘 세태와 비교되어 보였다.
편안한 것만 찾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며칠 간의 여행일 뿐인데도
제대로 된 그릇을 챙기고
옷을 반듯하게 갖춰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가치관이 낯설긴 했지만
신선한 풍경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겨울방학이 되어
곧 도착할 친구를 기다리느라
그 추운 날씨에 밖에서 눈썹이 꽁꽁 얼어버린
마르셀의 친구, 리리의 순박한 우정과
이모 가족들과 다정한 시간들을 보내는
장면들을 보면서 프로방스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따뜻한 인간애에 내 마음에도
온기가 전해져 와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후 이야기
세월은 흘러 어느덧 마르셀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였고
영화제작자가 되었다.
어머니와 형제들은 일찍 사망했으며
친구 리리도 전쟁에 나가
어느 수풀 속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짧은 환희의 순간은 지울 수 없는
슬픔으로 덮인다.'
라는 마르셀의 독백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인생이란 어쩜 이리 슬픈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엔딩 장면이 뭉클했다.
촬영 장소를 구하던 마르셀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 대신 섭외하도록 맡기고
어느 성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 도착해 낡은 자물쇠 하나를 발견한
마르셀은 가물거리는 옛 기억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 곳은 바로 어린 시절에 별장을 가기 위해
숨어서 몰래 다녀야 했던
그 공포의 마지막 성이었던 것이다.
이 성이 그 성이라니!
이 장면에서 난 은근히 전율이 일었다.
열쇠를 쥐고서 옛 추억을 떠올린 마르셀은
굳게 묶여 있던 자물쇠를 풀었다.
먼 먼 옛날에 그토록 가족들을
두렵게 만들었던 그 검고 낡은 문.
그 문을 활짝 열어 언제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통로로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구를
그의 어머니에게 바친다.
"왕국의 장미를 가슴에 안은 그녀가
시간의 저 편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넘치는 사랑과 용기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그녀,
이 추억의 성을 어머니에게 바친다."
이 마지막 대사가 심금을 울렸다.
감상
성장해 가는 소년에게는
인간적인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가 있었다.
비록 마음이 약해 심술궂은 관리원과
사나운 개 짖는 소리에 기절을 하기도 하고
세상을 일찍 떠나셨지만
가족들을 위해 먼 여행길도 마다하지 않고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지혜롭게 이겨내며
언제나 맛있는 요리와 온화한 미소로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어머니였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 속에
따스한 유머와 인간미와
아날로그적 낭만이 스며있는 영화,
<마르셀의 여름>을 관람하며
난 행복했다.
첫댓글 마농의 샘이 생각나는군요,,,,ㅎㅎ
네~ 동일한 원작자라서요
속독 능력자^^
프랑스 친구 여동생이
이사벨.이어가지고.
이름이 이뻐서 한참 좋아했었지유
이름만요? ㅎㅎ
@무비 얼굴은 까마득합니다유.ㅎ벌써
30년전 일이네요.
그 프랑스 친구는 빠리에서 한국 문화원에 근무합니다.
@아~우루사 대학시절에 프랑스 문화원 많이 다녔었죠
그 친구 분은 파리에서 한국 문화원~ㅋ
@무비 제가 처음 빠리가서 한국 문화원에서 만났죠.
한국어를 공부하든 친구였고.
저와 둘이 친해져서
언어교환 친구가 되었쥬.
하루는 한국말만
하루는 불어만.
그러면서 불어가 빨리 늘었고요.
잘 지내는지.궁금하네유.
못본 영화인데요
마농의샘은 감명깊게 봤어요
가족을 다룬 점이 좀 분위기가 비슷한 느낌도 드네요
무비님
감상평을 너무 잘 써주셔서 영화한편 본거같은 느낌이 듭니다
즐감했습니다^^
마농의 샘도 너무 재미있죠
그 영화도 감상문 썼는데
다시 고쳐봐야겠네요^^
별 것도 없는 글에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 보내드려요~💕🧡
역시 무비님
영화를 본듯한 평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