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 곰소로 출발했다. 가슴이 먹먹해 진다. 곰소... 곰소... (소금- 의 은어라 한다. 곰소라는 이름의 유래가-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음) 황동규 시인의 '풍장'에서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차 안에서 훈도가 노래를 부른다.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옛날 부터 알아주는 노래실력이다. 동영상으로 녹음을 해 두었다. 동백꽃 떨어질 무렵 사진 촬영하러 갔다 가슴 무너진 적이 있단다. 붉은 꽃잎들 뚝 뚝 떨어져 누워있는데 선운사 뒷 산이 다 붉은 빛이더란다. 갑자기 사랑하고 싶어지더란다. 담엔 나도 꼭 데려가라 했다. 그렇게 꽃잎 질 때 나랑 사랑하자고, 녀석이 내게 꿀밤을 먹인다.
한 낮, 곰소에 도착했다. 삶의 경계 널브러진 魚身들, 바짝바짝 말라가는 몸들위로 죽음보다 밝은 햇살이 눈이 부시다. 이 켠에선 펄떡거며 마지막 숨을 고르는 몸부림들, 생의 한 낮이 소리소문 없이 저물어 가는 곰소의 한 낮! 왈칵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바다를 마주하고 마시는 술은 언제나 그렇지만 아프다. 지독하게 외로운 것들 경계에 서 본 자들은 느낄 것이다. 서늘한 바다 바람에 제 육신을 누이고 간이고 쓸게고 다 내 준채 육질만 남아 말라가는 그들 몸 위로 은빛만 온전히 남아 한 때 그들의 삶을 증명 해 주었을 붉은 핏자욱 위로 유영하는 그들의 꿈이 잔재하고 있음을. 죽어서도 날아가는 死身들 앞에서 나는 붉어지지도 않는 취기에 매달려 훈도에게 한없이 투정부리고 있었다. 알 것 같았다. 떨어져 누운 동백 꽃잎들 작열 앞에서 은빛으로 말라가는 魚身들의 流泳앞에서 그대와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들은 얼마나 허무한 것들인지. 곰소의 한 낮이 저무는 동안 우리는 바다를 부둥켜 안고 몸살만 앓았다.
낮술의 취기가 가시지 않는다.
===== 짧은 여행에서의 단상들을 그냥 기록해 보았더랬습니다. 블로그에 올린글 그냥 옮겼어요. 여행, 일상으로 돌아온 날이 아직 어슬픈 ... 하루 종일 잠만 잤더랬습니다. ^^ |
첫댓글 여행은 어찌보면 참 꿈같은것과 봅니다. 가을 바다 앞에 선 여행자들의 정취가 느껴지네요. 선운산에 가신적이~ 이 노래는 예전에 남편이 가끔 부르던 노래랍니다.^^ 여행 일지 많이 궁금하네요. 계속 올려주세요~~
그동안 공부하느라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맘껏 쉴수 있는 여행이 되었길~ 헌데 너무 빡시게 놀아서 몸은 더 망가진게 아닌지..ㅎㅎ 조만간 축하주 한 잔 하면 좋겠네....
^^ 너무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생각,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될까 라는 생각 그리고 그동안 내가 쓰고 살아온 껍데기가 너무 두꺼웠다는 생각 등 등... 이어진 길 만큼이나 긴 생각들이이 보풀보풀 ^^.. 여행기... 랄것 까진 없고 그냥 간단한 매모 정도. ^^ 올릴게요 ~
예전의 선운사가 아련히 떠오르네요.....총각시절 가슴설레었던....그녀도 타고 있었구...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선운사 뒷산의 떨어진 동백은....여운이 길게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