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에서 새번역 성경을 내놓은 것은 2005년 9월 20일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을 기해서였다. 그런데 1년이 채 안된 지난 8월 30일 새번역 성경을 완필한 조홍래(바오로 73)씨를 경기도 안산 선부동 성가정 성당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신자들에게 새번역 성경이 보급된 것은 올 해 초였고, 1월 6일에 성경을 구입한 조씨는 주임 신부님의 권유로 그날부터 필사를 시작하여 꼭 7개월 25일만에 완필의 기쁨을 누린 것이다.
조씨는 삼강오륜을 중시하는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랐으며 젊어서는 농학도로서 축산 사료를 연구하여 농학박사가 되어 우리나라 축산업계에 기여하였다. 은퇴하여서 2000년 대희년 6월 66세라는 늦은 나이에 부인과 함께 세례성사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지금은 가족들 모두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조씨는 예비신자 교리할 때부터 성경필사를 시작하여 공동번역 성경을 완필하였고, 영어와 일본어로 된 성경을 각각 완필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나서 3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을 기리며 중국어로 성경필사를 하던 중에 새번역 성경을 접하고 필사를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남들은 3년은 걸려야 한번 쓴다는 성경을 6년여 만에 4번 반을, 그것도 한글과 영어와 일어 그리고 중국어로 쓴 것이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하루 열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서 성경필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눈도 침침해지고 몸도 편치 않을 때에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숫하게 들었다고 한다. 조씨는 성경필사를 하면서 있었던 특별한 하느님체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지난 해 사도 바오로 축일 하루 전인 6월 28일. 그날도 성경필사를 하다가 오후 1시경에 책상 앞에 앉아 졸고 있었는데 불현듯 “네가 책상에 앉아 있어야 내가 성서를 쓸 수 있지!” 하는 음성과 함께 “하느님의 말씀이야!” 라는 소리가 들려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다고 한다. 후에 신부님께 그 사실을 말씀드리니 “하느님께서 할아버지를 도구로 당신 말씀을 쓰고 계신가 봐요. 앞으로도 힘닿는 만큼 열심히 쓰세요.” “예, 저는 직업이 성서필사이니까요!”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 후 더욱 힘을 얻어 비록 손가락은 다소 부르텄지만 어깨, 허리, 팔등에는 이상이 없었고 오히려 더 건강해져서 성경필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임을 고백하였다.
조씨는 성경필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였다.
첫째 성경필사는 시작하기는 쉬우나 2000 시간 이상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끝마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끈기와 인내, 그리고 체력이 뒷바침 되어야 한다.
둘째 오자, 누락, 띄어쓰기, 줄바꿔쓰기, 중복쓰기 등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확인 또 확인해야 한다. 미리 장, 절을 쓰고 하면 그런 오류를 피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셋째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하는 공책인데 틀렸다고 함부로 책장을 뜯어내서는 안된다.
조씨는 앞으로 중국어 성경필사를 완성하고 다른 언어 독일어와 라틴어 필사도 계획하고 있다.
선부동 성당은 본당설립 10주년을 맞아 신자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아름답게 꾸민 성모님 동산과 조씨가 필사한 새번역 성경을 비롯한 80 여권의 필사노트를 9월 8일 복되신 동정마리아 탄신 축일에 생신 선물로 봉헌하였다.
첫댓글 평화신문에 기사로 쓰기 위해 제가 써서 본낸 글입니다.
헉....몇장 찌졌....었는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