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가 벌써 10년지기가 되었다.
10년전 석달된 마티즈 하이얀 털복숭이를 갖고 왔을때는 그지 없이 예뻤다.
나는 아이들에게 강아지 키우기 책을 갖다주면서 대소변가리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지만 결국 내 몫이 되었다.
강아지는 1년이 사람나이 7년이라고 하니 이제 내보다 훨씬 앞선 70세가 된 것이다.
그사이에 새끼를 두번 갖고 총 5마리를 생산했다.
이빨이 다 망개지고 눈에는 눈물이 자꾸 새고 털은 그 고왔던 색이 바래지고 사료을 억지로 씹어먹는 폼이 안스럽다.
그러나 정이 많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5년만 더 살기를 원한다. 그러면 사람나이로 100세가 넘는 것이다.
40년전 엄마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워서 어느정도 크면 내다 팔곤 했었는데 집강아지를 키우는데 목줄을 하지 않아도
나갔다가 잘 들어오더니 근처에 지나가던 군인에게 발길질을 당했다. 자신에게 자꾸 짖어대니 화가 난 군인이 걷어찼는데
눈부위를 맞아서 점 점 고름이 새더니 급기야 드러누어버렸다.
밥을 주어도 먹지 않길래 사람도 먹기 힘든 찐빵을 갖다 주어도 못먹을정도로 점점 시름 시름 앓았다.
열흘동안 거의 피죽도 못먹고 누워있더니 어느날 학교 가려 하니 아픈 강아지가 간신히 일어서서 어디론가 향해 걸어갔다.
거의 200m나 넘는 길을 건너 공터 양지바른 볕집옆에 가서 가만히 엎드려 눈을 감았다.
학교를 다녀왔더니 강아지는 죽어있었다. 강아지도 자신의 운명을 느낀 것이었다. 집에서 죽으면 주인에게 폐를 끼칠것을
예감해서 공터 양지바른 곳에 마지막 안간힘을 써서 걸어갔던 것이다. 우리는 슬퍼하며 그자리에 묻어주었다.
그 후로 엄마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다. 그런 이별이 싫었기 때문인것이다.
이별은 사람이나 가축이나 정을 나눈 사이는 다 힘든것이다.
우리집 강아지와 이별할 시간도 멀지 않음에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아이들에게도 가르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