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데이터 독점
데이터가 많을수록 학습을 통해 알고리즘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독점한 플랫폼은 시장경쟁에서도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 데이터 독점이 시장 독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플랫폼과 이용자 간 정보비대칭성은 소비자 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가속화되는 자동화는 고용불안정과 노동 조건 악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플랫폼에 대한 민주적 통제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데이터 독점
플랫폼 기업의 대규모 데이터 수집은 네트워크 미디어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특정 플랫폼 기업에 의한 데이터 독점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특정 플랫폼 이용자 수가 신규 이용자의 플랫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하는 네트워크 효과는 이용자 쏠림을 초래함으로써 특정 플랫폼의 이용자 독점으로 이어진다. 이는 특정 플랫폼 시장에서 지배적 기업의 시장 독점으로 이어진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미디어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서비스나 콘텐츠의 차별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네트워크 효과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규모는 경쟁 플랫폼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가공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상과 방법도 많아 시장에서 경쟁 우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플랫폼 경쟁에서 알고리즘의 우수성은 자동화된 의사 결정의 질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데이터의 양적 규모는 알고리즘 경쟁에서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데이터의 중요성과 가치는 더욱 커진다(Srnicek, 2016). 특정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를 독점하고 대량의 개인 데이터를 소유하게 되면, 데이터가 핵심 자원이자 상품이 되는 시장경쟁에서 과도한 통제력을 갖게 되고 이는 불공정 행위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시장 독점
플랫폼이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데이터 기업으로 진화하면서 대규모의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일수록 시장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알고리즘이 시장경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수단이 되고, 고도화된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화는 플랫폼의 생산성 제고 및 비용 효율성을 가능케 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게 된다.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 플랫폼의 경우 쏠림 현상으로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데이터 측면에서 보면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데이터의 확보를 의미한다. 알고리즘의 개선과 데이터 확보 가능성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데이터가 많을수록 학습을 통해 알고리즘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고 이는 이용자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개인의 상품을 제공하는 능력이 경쟁 기업에 비해 우월해짐을 의미한다.
데이터 기업으로서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의 행동, 취향, 선호 등을 예측하는 방법을 데이터 분석 상품의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다. 데이터의 규모와 알고리즘의 질이 예측의 정확성 정도를 결정한다면 당연히 시장지배적 플랫폼의 상품이 경쟁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플랫폼 특성으로서 알고리즘과 자동화, 플랫폼 메커니즘으로서 상품화는 거대 플랫폼의 시장 독점으로 귀결된다.
소비자 주권 침해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이란 소비자가 시장 경제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형태나 수량 등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권한은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서 행사되고 사회 전체의 자원배분을 결정한다.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이 정보가 얼마나 소비자에게 충분히 ㅣ제공되는가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비대칭적 정보(informational asymmetry) 구조가 형성되지 말아야 한다.
플랫폼 기업과 이용자 사이에는 상당한 정도의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이용자의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이용자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 반면에 이용자는 플랫폼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어떻게 생산되고 제공되는지 거의 알기 어렵다. 특히 플랫폼이 데이터 분석과 상품화에 사용하는 알고리즘의 불투명성과 비밀성은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는 데 주요한 원인이다.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 데이터를 상품화해 또 다른 기업에 판매하고, 해당 기업은 이를 활용해 이용자에게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광고하거나 판매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용자는 양 기업과의 거래 관계에서 모두 정보 비대칭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알고리즘의 설명책임이나 공개 의무를 플랫폼에 부과해야 하는 이유는 소비자 주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다.
고용불안정 / 비정규직 확대
고용불안정 문제는 플랫폼의 특성인 자동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화는 생산성을 제고하고 인간 노동을 대체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과정을 효율화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다. 이는 자본주의의 일반 특성으로서 플랫폼 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비물질적 상품과 서비스 생산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동화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시도되는 자동화는 생산공정 일부를 기계가 대체하는 방식에 머물렀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비물질적인 정보재(information goods)의 경우는 인간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면 생산성도 훨씬 높아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데이터 상품의 경우는 그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플랫폼이 거래하는 정보나 콘텐츠의 경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면 훨씬 더 효과저긍로 생산공정을 진행할 수 잇다. 알고리즘 기술의 가치가 플랫폼 경제에서 높아지는 이유는 바로 자동화의 효과 때문이다. 기계학습과 디프러닝을 통해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분석, 가공하여 맞춤형, 개인화 상품을 생산해 내는 일은 인간 노동이 우위를 갖기가 어렵다.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화된 의사 결정이 의료, 금융, 행정, 치안, 모빌리티, 미디어 분야 등에 도입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모든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 앞서 나간 주장이지만, 실제로 반복적인 단순 작업은 쉽게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창의적인 노동을 특징으로 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유통 분야의 경우 이미 인공지능의 역할이 커졌고, 창작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실험들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명 배우가 사생활 문제로 논란이 되자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의 배우가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일까지 있었다.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을 디폴트로 하는 소위 '긱경제(gig economy)'의 폐해는 플랫폼 산업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고용불안정이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문제가 플랫폼 노동에서 발생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세대의 구직난과 맞물리면서 플랫폼 산업의 고용불안정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책의 의제가 되고 있다.
민주적 통제의 어려움
플랫폼이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 분석해서 상품화하는 과정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플랫폼 특성 중 사유재로서 알고리즘 기술에 기반을 두고 운영과정이 블랙박스 성격을 갖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사유재로서 알고리즘 기술의 비밀성과 기술적 복잡성은 플랫폼이 수행하는 데이터 수집, 분석 및 상품화 과정에 대한 공적 감시를 어렵게 한다. 데이터를 경제 성장의 핵심 자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정부가 플랫폼의 과도한 데이터 활용을 규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인간 삶의 전 영역에서 플랫폼의 비중이 나날이 커짐에도 플랫폼이 초래하는 부정적 결과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알고리즘 사용에 따른 편향, 차별의 문제가 미디어뿐 아니라 의료, 치안, 금융, 행정, 사법 등 알고리즘 기반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한 대부분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플랫폼의 윤리와 책무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다. 따라서 플랫폼이 감시의 일상화와 차별을 토한 사회적 다원성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도록 자율 규제에 더해 적절한 법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Srnicek N.(2016). Platform capitalism. John Wiley & S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