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조금은 생소한 지명이었다 내겐....
마지막 한 장 남은 티켓을 얻은 행운으로 새벽부터 분주하다
필수 도시락....이라고 한다
보리와 콩 밥에 무우 짠지, 그리고 매실,묵은지,절임고추,절임양파를 잘게 다지다시피 썰고
참기름,깨소금 그리고 석장의 김을 구워 비벼넣어서 주먹밥을 만든다
아침 6시 20분 충무로 역에 도착하니 불 꺼진 버스에 불을 밝혀주시는 기사아저씨
나는 그렇게 1 번으로 버스에 오른다
차내에선 대화도 안 되는 여행사
남자는 신청조차 받지 않는다는 여행사
한 가족 기준 네 명이 전부
2 인 이상 신청 불가능..
산악회원들은 신청 불가....
내게 맞을 것 같아 신청을 했고 역시나 두 시간을 꼬박 꿈 속을 헤맬 수 있어 좋았다
이미 들었지만 아스팔트 길을 한 참은 걸어야 했고 그러면서 괜히 신청을 했나 속이 상했는데
속이 상하고도 한 참
여느 가을 산같은
낮은 동산이나 조금은 깊은 산속이나 그져 동네 산 같은 그런 숲 길을 조금씩 올라가다 보니
전망대.....
아하 강릉이다
아하 경포호다
아하 저긴 주문진이네 잘 왔구나 생각한다
조금만 더 맑았더라면 경포 해수욕장이며 동해 바다가 한 눈데 보일텐데..
단지 경포호가 보이고 강릉시내가 보이고
주문진이 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저만큼 보여주는 것도 다행이라 여기며 발걸음에 날개를 단다
어머
어머 조금씩 올라가며 탄성을 지른다
바람개비가 언덕에 서 있다
높은 산에 오르게 되면 나무 터널이 하늘을 막아서 하늘을 거의 보지 못한체 오르고 오르다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고도 한 참을
또 한 참을 올라야 정상인데
선자령은 정상을 올려다 보며 오르는 특이한 산이다
왜냐면 바람이 너무 불어 나무가 자라지 못해 내 키보다 더 작은 나무들이 한 곳으로 쓰러지다시피
서로 몸을 얼싸안은채 지탱을 하고 있는 평원이다...
도톰한 나뭇잎으로 만든 이불자락이 봉우리를 넘나들며 펼쳐져있는듯한 평원
이불 한 자락 걷어붙여놓고 누군가 듬성듬성 바람개비를 심어 둔 것 같은....선자령을 아시나요
오르다 뒤를 돌아보아도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키재기를 하는 곳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먼 산주름의 산들이 하늘아래 졸고 있는듯 하다
바람도 없다
선자령에 오르면 바람개비가 들려주는 바람소리가 쌩쌩거린다 했는데
이따금 괘성같은 바람소리가 따가운 가을햇살에 숨어들고
사방을 보아도 바람개비 길이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저 바람개비 길을 걷고 싶다
인간과 자연이 힘 겨루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과 자연이 한 몸이 되어 있는 듯
너무나 평온해보이는 바람개비 길
너무나 자연스럽다
너무 평화롭다
이 좋은 가을 날
한 발짝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면 파아란 하늘을 한 줌이라도 움켜 쥘 것 같은 이 곳에서
어디서 어디까지를 하늘이라 부르는가
난 하늘을 움켜쥐고 있다
한 아름 하늘을 움켜쥐고는
그리운이들을 그려보고 있다
엄마가 가신지 1 년이 넘었다
이 좋은 곳에 혼자 앉아 엄마를 그려본다
코코가 간지 따악 두 달째..
엔젤스톤으로 돌아온 코코...한 조각을 베낭에 넣고 코코랑 같이 왔다
그 어떤 것을 그려본들 그립지 아니 할까
좋은 곳을 보면 그리운이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라서....
바람개비 길로 돌아서지 못하고 대관령길을 향해 서서히 발길을 옮긴다
내려오는 길에 단풍을 만날거라 했는데
단풍이 아니어도 좋다
억새 군락이 아니어도 좋다
한 포기 억새면 어떠랴
단풍이 아니어도 가을색이만 그만인것을....
나는 길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 걸어서 길이 되어 있는 길
내가 걸어야 할 길이어서 좋다
뒤돌아서면 내가 걸었던 길이어서 좋다
누군가의 뒷 모습이 담겨져도 그만이다
누군가의 뒷 모습조차 없는 햇살만 내려 앉은 길이 더 좋다
이따금 습지 식물의 군락지가 있다
그리고 돌섬 길이 있으면 여지없이 다시금 습지식물의 군락지가 있다
그리고 돌섬길이 있고
다시 습지식물의 군락지가 있고
그렇게 내려오다 다시 오르니 아주 예쁜 길을 만난다
여지없이 겔럭시 노트를 꺼낸다
사진으로 남기기 위하여..ㅋ ㅋ
카메라가 안된다
무슨 일일까
또 한 번 또 한번 그렇게 예쁜 길을 놓치고
아하...양떼 목장이다
카메라를 눌러본다
혹시 내가 몰라서일까
아주 젊은 여자에게 겔럭시를 건넨다
모르겠다한다
ㅋ ㅋ
사진이 3,800 장이 들어있다
아무래도 그래서인 것 같다
멍충이다
지웠어야 했는데...
양떼목장...바람개비를 보는 것 만큼이었는데...평창 어느 곳
2 년 전 무더운 여름 날에 올랐던 양데목장과는 비교가 안되는 곳인데..
사진으로 담지를 못한다니 발을 동동 구르다가 내려온다
포기를 한다
높은 산인데 억새가 아닌 갈대가 있어 사진으로 담고 싶어 또 한 번 시도를 해 보는데 ...
주차장이다
올라갈때 보아둔 배추를 찾는다
고냉지 배추가 너무 맛이 있을텐데....
며느리가 배추김치를 좋아한다
그런테 어쩌다 보니 늘 배추김치를 빠뜨렸다
며느리가 생각이 나서 고생을 사서 하기로 한다
열 두포기를 산다
두 포기는 배낭에 넣는다
다섯포기씩 두 개로 나눈다
양 손에 들고 지하철을 바꾸어 타야 하는데..
남은 배추를 모두 사고 싶다 그러나 도저히 가져갈 길이 없다
한 포기에 1500원이란다
비싼지 싼지를 모른다
난 가격에는 개념이 없다
그져 가치를 따질뿐이다
깎아달라 하지도 않고 그져 감탄을 하며 산다
남은 배추를 욕심내면서....
주인이 고마웠는지 삶은 옥수수 한 개를 덤으로 준다
정성을 다해서 가꾼 배추를 아뭇말 없이 모두 사고 싶어하는 내가 고마웠나보다
배추를 받아 트렁크에 실어주시는 기사 아저씨께 옥수수 반을 드리고 나머지는 내가 먹는다
다시 두 어시간을 죽은듯이 잠을 잔다
이천쯤 왔을때 남편한테서 전화가 온다
혼자 밥을 먹겠다한다
지하철 역에 마중 나와 달라고 남편에게 몇 번이나 말을 하고 싶다
그러나 미안해서 참는다
이틀이 지난 오늘에야 김치가 완성이 되었다
남편과 며느리네 집에 가져다 주고와서 지금 글을쓴다
며느리가 맛이 있다고 감탄을 한다
며느리도 가격보다 더 가치를 아는 듯하다
너무 멋진 여행 어떻게 알았느냐고 댓글이 올라온다
난 이 글을
울 엄마 카페에 바친다
그리고 나의 블로그에도 남겨둔다
더 멋진 여행을 꿈 꾸면서....
첫댓글 이쁘다..이국적이고
드라마에 나온곳같다..
나중엔 같이 다니자
혼자라서...혼자 도시락 먹기도 멋 적고
나중엔 같이 다니자
혼자라서...혼자 도시락 먹기도 멋 적고
나는 패러를 하는 사람이라 저런 펑퍼짐한 공간과 푸른 하늘을 보면 펼칠 곳을 찾아보네.
주문진 다녀오던 날 3대의 패러가 선자령의 하늘에서 내려 오는 것을 나는 봤다네..
그러게
막내가 패러월간지에 쓴 글을 자랑으로 여기며 책을 갖고 있었는데
아마 수용이 선생한테 자랑한다고 주어버린 것 같아서....
바람이랑 나무에 걸려서 고생 하던 글....
정말 멋 있는 나의 동생이었지
패러를 하는 막내가
암벽 등반을 하는 막내가...
얼마 전에도 그 패러 월간지를 찾아보았지만 암만 해도 한 번 만남을 가진 멋대가리 없는
그 여자 선생에게 주어버린듯...
그 책을 보며 엄마에게 읽어드렸었는데.....
엄마도 걱정을 하면서도 무지무지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을 것이여
여느 엄마랑 다른 울 엄마여서....
세상에나..친정엄만들 그 무거운 배추를
살까!..한두포기도 아니고 열두포기씩이나
그냥 다니기도 버거울 연세인데..
어쩜 그리 정이 많을꼬..
시어머니가 아니고 친정엄마데이..
우리 외갓집은 너무 너무 정이 많아서
탈이데이..그래서 우리 어렸을때 그 머나먼
굽이 굽이 돌아가는 혀지땅 가는걸 좋아했제..
참 그때를 생각하면 이쁘기만하지
외갓집 좋아했던 니들이 너무 이뻤지
외할머니 좋아하는 니들이 참으로 예뻤지
혹시 미워지는 일이 있더라도
그때를 생각하고
울 엄마를 생각하고 ㅋㅋ
웃어 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