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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숲속에 들어서면 마음이 절로 평온하고 정돈됩니다. 도시의 인공적 자극은 주의력을 요구해 뇌를 피로하게 만들지만 숲에서 뿜어나오는 산소와 나뭇잎 소리, 새소리, 바람, 햇살 등은 지친 인지기능을 회복시켜 정신을 맑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다리품을 팔며 산에 오르고 숲을 찾습니다.
마힐로가 12일 ‘숲속 산소방’인 전남 장성 편백나무숲길을 찾았습니다. 단일 수종이라도 기둥이 수직으로 곧게 곧게 자라 시원하고 당당한 수형을 자랑하는 금강송숲이나 하얀 수피를 통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자작나무숲과 달리 편백숲은 공기 속에 스민 침엽수림 특유의 향과 습도, 밀도 높은 푸른 숨이 몸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후각적 감각을 되살립니다.
장성 축령산은 편백나무숲의 대명사죠. 산세가 곱고 해발 621m의 야트막한 축령산엔 참빗처럼 가지런한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활엽수가 뒤덮었습니다. 569ha 무려 172여만평에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빽빽하게 서있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편백숲길은 거미줄처럼 종횡으로 이어집니다. 추암, 대덕, 모암, 금곡 등 네 곳 마을중 어느길에서 출발해도 좋지만 마힐로는 들머리를 오르막이 완만한 모암마을 인근 금빛휴양타운으로 잡았습니다.
고맙게도 금빛휴양타운엔 답사때 만난 축령산 숲해설가 세 분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분들로 안내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편백숲으로 입장했습니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는 숲속 임도길은 차분하고 고즈넉합니다. 푸른잎 사이를 거쳐 온 몸을 감싸도는 초가을 따사로운 햇살이 나무사이에서 부서집니다.
이처럼 잘가꾼 숲이 있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이 숲은 예전엔 벌거숭이 민둥산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벌목이 자행돼 축령산은 헐벗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힘은 위대합니다. 70년 전 이 산을 오르던 한 사내가 하나 둘 심은 편백나무와 산나무가 거대한 초록의 바다가 됐습니다.
춘원 임종국은 변변한 집도 전답도 없는 가난한 사내였지만 그는 강철같은 의지의 소유자입니다. 그는 전쟁의 참화가 채 가시기도전에 산속에 움막을 지고 1956년부터 수십년간 편백 270만 여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가뭄이 들때엔 온 가족이 지게에 물동이를 지고 밤낮없이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물을 뿌렸습니다. 맨손으로 이 아름다운 숲을 일궈낸 그는 숲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지만 죽어서도 나무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축령산 중턱 한 그루 느티나무 아래에 '수목장'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혼이 깃들어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고희(古稀)를 넘긴 숲은 한결같이 곧고 푸르러 이국적 풍치를 자아냅니다. 싱그러운 잎과 아름다운 향으로 심신이 지친 도시인들을 불렀습니다. '조림왕' 임종국이 남긴 유산으로 축령산 편백나무숲은 장성의 상징이 됐습니다.
마힐로는 만남의 광장에서 완만한 오르막의 물소리숲길을 거쳐 '명상의 숲'이 보이는 중앙임도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길가엔 어느덧 아람드리 거목으로 성장해 하늘높이 치솟은 편백나무가 비탈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명상숲길의 끝은 하늘전망대입니다. 2021년에 조성된 전망대에 서면 끝없이 이어진 광활한 초록의 물결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나의 흐릿했던 눈동자가 강렬한 초록물결에 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돌아갈때는 미로의 숲으로 불리는 숲속 데크길을 걸었습니다. 자연의 산소방에 들어선듯 청량하고 상큼한 기운에 이내 머리가 맑아집니다. 숲속에서 내뿜는 피톤치드 때문입니다.
피톤치드는 나무들이 공기 중에 발산하는 항생 물질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모든 나무는 피톤치드를 발산하지만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2배 이상 많고, 침엽수 중에서도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가장 많습니다.
산림욕을 하며 미로의 숲을 빠져나온 마힐로는 추암마을을 날머리로 잡았습니다. 완만한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 조붓한 길도 편백숲 사이에 있습니다. 편백 내음이 알싸하게 코끝에 머물고 바람 한조각이 얼굴을 스칩니다. 아무생각 없이 마음속에 응어리진 세속의 때를 벗기고 싶을때, 편백나무숲길만큼 좋은길을 찾기란 흔치않을 겁니다.

첫댓글 아무리 갔던곳이라도 마힐에서 가는것은 또다른 느낌이겠죠? 회장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도 발걸음도 함께 이동하니 마치 데크에서 하염없이 피톤치드를 맞는 기분~~!! 여름이 가고 가을에서의 첫 트레킹 넘 넘 좋았을듯 ~~저도 담엔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