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의 어려운 사목 생활은 11월 29일 가톨릭 신문에 이미 발표되었다. 본인은 중국성소후원회 총무부장으로서 신부님 출국 직전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몇마디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회원들에게 알리고자 이 글을 쓴다. 신부님과의 대화는 준비된 내용의 발표가 아니라 일상적인 담화였으며 내용 역시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혀둔다)
신부님, 일은 잘 풀려 갑니까?
은인들 덕분입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림니다.
신부님, 특별히 기억나시는 은인들이 계십니까?
많습니다. 기도중에 그분들은 꼭 기억할 것입니다.
은인들 중에 꼭 소개하고 싶은 분들이 계십니까?
있습니다. 허지만 묻어두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저는 분명히 동양인입니다. 저의 사고 방식은 묵향적(墨香的)입니다. 검은 묵(墨)은 극히 필요한 부분만 그려내고 작품의 깊은 맛은 여백을 통해서 들어냅니다. 여백속에는 수 많은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습니다. 저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허지만 저는 한국인들의 생각이 서구화되어 가는 것에 당황하고 놀랐습니다. 사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들어내야만 직성이 풀리니 말입니다. 묵향(墨香)의 멋을 함께 공유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성전 공사가 끝나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나는 사제입니다. 당연히 복음 정신에 따라 어부가 되어야죠.
베드로처럼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그물을 치시겠습니다.
물론입니다. 한국인들로부터 받은 선물은 튼튼한 어망으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어장으로 향하는 저의 맘은 한없이 기쁘고 줄겁습니다.
어장의 크기는 어떻습니까?.
좌우 7,000킬로 미터 상하 9,000킬로미터라고 할까요?
굉장하군요. 그물이 너무나 광대하니 그물 안의 고기는 그물의 존재 자체를 모르겠군요?
맞습니다. 이것이 대륙 기질입니다. 당신도 대륙의 또 다른 그물안에 걸려 들 수 있습니다.
대륙 전체를 향한 어부 활동이 자유롭습니까?
채살의 몫과 하느님의 것의 충돌은 여전합니다. 오해를 풀어 가는 것이 오늘에 사는 우리의 몫입니다. 지혜와 슬기, 그리고 용기가 늘 필요합니다.
하느님 것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세대 앞의 것도 영원이었습니다. 우리 세대의 뒤편 역시 영원하리라 확신합니다. 앞뒤가 모두 영원하니, 우리 세대 역시 영원속의 한 점으로 흡수 될 것입니다. 세상의 흥망성쇄안의 한 점으로 기억되는 지금, 그 안의 대소사는 영원함속에 녹아 버릴 것입니다. 현실의 불편함 때문에 하느님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은인들이 어부 생활에 몰두하는 신부님을 방문하신다면?
은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엠마오 쉼터를 말씀하고 계십니까?
한국 전통식 ‘사랑방’을 꼭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은인들이 이곳에 오시면 고급 호텔보다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사랑방’을 제공해 드릴 것입니다.
호텔이라면 이도백화가 적당한 위치가 아닐까요?
대륙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허지만 소규모라면 이곳도 무난합니다.
사제관 일부를 내 놓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새 성전의 주변에는 2,500평 가량 공터가 있습니다.
규모는 어느 정도 생각하고 계십니까?
관광버스 한 대 정도 수용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평상시에는 주변의 신자들의 교육관으로 사용할 것입니다.
신부님, 필요하시면 다시한번 더 방문해 주시고 기회가 닿으면 좋으신 말씀 많이 부탁드림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