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는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안하기 위해 판매망, 서비스 망 역시 토요타 자동차와 확실하게 분리시켰다. 렉서스를 토요타의 소형 · 중형차 브랜드와 확실하게 분리시키기 위해 개별 브랜드 전략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렉서스를 토요타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를 통해 판매할 경우 기존 토요타 자동차와 연상될 것을 우려해 Lexus 만을 판매하는 전문 딜러 판매망을 구축하였다. 전시장과 서비스 센터 역시, 기존의 토요타 자동차와는 별개로 완전히 독립된 형태로 운영하였다.
지난 컬럼 14에서 현대자동차가 고급 브랜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별도의 사업부와 판매 조직을 구축하겠다는 것도 렉서스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결과로 볼 수 있다.
Lexus의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 중 더욱 돋보이는 것은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당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의 미국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벤츠나 BMW 등의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의 마케팅 최우선 순위는 신제품이나 신모델을 시장에 출시하여 우량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막대한 광고비를 TV나 신문, 잡지 등에 쏟아 붓는 전략으로 브랜드 파워 강화를 시도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반면, 자동차 구매 고객들이 자사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재구매하도록 만들기 위한 마케팅 활동은 아주 소홀한 편 이었다. 당시 미국의 자동차 회사별 재구매율이 40% 수준이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당시 고급 승용차 소유자들 사이에는 ‘ 배지를 단 죄 ’ 로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전파되고 있었다. 럭셔리 카를 타려면 차의 기계적 결함이나 형편없는 서비스, 세일즈 맨의 불성실한 태도 등은 꾹 참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당영히 로열티는 낮을 수 밖에 없었다.
Lexus 사업부에서는 이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 하더라도 고객의 로열티를 얻지 못한다면 최고 럭셔리 카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렉서스 사업부에서는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여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컨셉을 설정하였다.
‘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우리 집에 오는 손님처럼 모실 것이다 ’
이는 매스 마케팅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하던 컨셉을 180도 뒤집는 혁신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은 원투원 마케팅을 아직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1990년 대 초반에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원투원 마케팅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같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캐어하는 원투원 마케팅 방법으로 Lexus 재구매율을 75%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설정했다. 렉서스는 이같은 재구매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5가지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였다.
첫 번째 전략은 가장 본원적인 속성인 제품의 품질, 성능, 디자인 등에서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었다. ( 컬럼 14에서 설명했듯이 )
두 번째 전략은 렉서스의 목표 고객을 충성도가 높은 성향의 고객들로 선정하는 것이었다.
유행과 성능을 중시하는, 비교적 젊은 계층인 BMW나 재규어 소유자들을 목표 고객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렉서스는 목표 고객을 장기적인 가치와 신뢰성을 중시하는 벤츠나 캐딜락 소유자들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초기엔 이들을 렉서스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일단 고객으로 확보하면 쉽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한편, 일본의 닛산 자동차도 토요타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시장을 겨냥하여 럭셔리 카 브랜드 ‘ 인피니티 ’ 를 출시했다. 닛산 자동차는 인피니티의 목표 고객을 BMW나 재규어 고객 즉, 유향과 성능을 중시하는 비교적 젊은 고객층으로 선정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된 성향의 고객 집단을 목표 고객으로 설정한 두 모델의 재구매율은 과연 어떻게 나타났을까 ?
미국 럭셔리 카 시장에 진입하고 5년 여가 지난 1990년 대 중반에 렉서스는 68%, 인피니티는 53%의 재구매율을 기록하였다. 물론 어떤 성향의 고객을 목표 고객으로 하느냐가 이런 차이를 만든 것만은 아니다. 나머지 네 가지의 로열티 강화 전략들을 체계적으로 실행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전략은 미국내 모든 럭셔리 카의 고객 확보 / 이탈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자동차 구매 고객들의 자동차 재구매 주기는 보통 4~ 5년 이라고 한다. 렉서스 사업부에서는 재구매율 75%를 달성하기 위해서 미국내 대형 승용차 브랜드별로 새로 구입한 자동차와 이전의 자동차 소유자를 추적하여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렉서스를 타던 고객 중 몇 %가 Lexus 를 재구매 했는지, 이전에 어떤 브랜드를 타던 고객들이 Lexus를 새로 구매했는지, 또는 렉서스를 타던 고객들이 어떤 브랜드로 이탈했는지를 파악했다.
뿐만 아니라, BMW나 벤츠, 캐딜락 등 경쟁 브랜드들의 고객 확보 / 이탈 현황도 파악했다.
네 번째 전략은 딜러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던 BMW나 벤츠는 판매를 증대시킬 목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 5~6년 경과 후에 초기 200명 이던 딜러 수를 300~500명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그 결과, 판매는 증가했지만 딜러들의 불만은 매우 높아졌다. 딜러 자신들의 밥 그릇을 회사가 뺐어 가니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딜러들이 이처럼 회사에 불만을 갖고 있는 데, 고객을 만족시키거나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실천할 리가 없었다. 오직 판매를 늘려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렉서스는 달랐다. 렉서스는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딜러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고객을 만나는 것의 대부분은 딜러와 딜러 소속 세일즈 맨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기 위해서는, 딜러와 종속 관계가 아니라 Win – Win하는 파트너 관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하에 렉서스는 미국 진출 5 ~ 6년이 경과한 후에도 딜러 수를 초기 숫자인 200명 선으로 유지했다. 렉서스 딜러들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보장해 주기 위해서였다.
렉서스는 반면에, 딜러당 판매 대수에서는 BMW나 벤츠를 훨씬 능가해야 한다는 약속을 딜러들로부터 받아냈다. 경쟁사인 BMW나 벤츠의 딜러들보다 2 ~ 3배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인해 렉서스 딜러들의 충성도는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렉서스는 딜러들에게 고객 충성도를 높여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시행해 줄 것을 요구했고 딜러들은 다음의 다섯 번째 전략과 같은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다섯 번째 전략은 고객의 서비스 로열티를 추적하고 관리했다는 것이다.
미국내 Lexus 사업부에서는 고객들 자신이 구입한 딜러와 관계있는 서비스 센터를 이용하는( 예를 들어 천 마일, 7천 5백 마일 검사등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 고객의 비율을 위성 시스템으로 매일 온라인으로 추적하고 관리했다.
모든 딜러별로 고객의 서비스 로열티 ( 서비스 유지율 )를 추적하고 관리한 것이다. 왜 서비스 로열티를 관리한 것일까 ?
첫째 이유는 정기적으로 렉서스 서비스 센터를 이용하면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서비스에 대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서비스를 받으러 이탈하지 않고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게 만들면 신차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 미국의 자동차 소유자들은 승용차를 구입한 후, 신차를 구매하기 전 4~5년 동안 자신의 승용차 수리를 받기 위해 보통 6~12회 정도 서비스 센터를 찾는다고 한다. )
렉서스는 고객들의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서 Lexus 서비스 센터를 정기적으로 몇 번이나 이용하는지 등을 온라인으로 추적하여 모든 딜러들에게 피드백 시켜주었다. 정기 점검을 받아야 할 시기가 지났는데도 렉서스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지 않는 고객도 딜러별로 통보해 주었다.
또한, Lexus 고객들에게는 어느 판매 딜러나 서비스 센터에 가더라도 위성 온라인으로 연결된 서비스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차량 서비스 내역을 즉시 알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실제, Lexus 고객들의 84%가 유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6개월마다 한번씩 딜러나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였다.
렉서스는 1989년 미국 출시 첫해 1만 6천대에서 2003년엔 26만 대를 판매해 럭셔리 카 부문에서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공은 우연히 온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기 위한 전략과 고객 로열티를 높여 재구매를 높이기 위한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