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수산회사를 곧 인수할 겁니다. 지하자원보다 훨씬 중요한 수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섭니다"
사조그룹 주진우(61.)회장은 "수산자원은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해외 석유 개발에는 열광하면서 훨씬 더 중요한 수산자원 개발은 등한시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국회의원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는 그에게서 '정치인'의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그는 "선친(주인용 사조사.사조산업 창업주)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사업을 하다가 정치에 뛰어들었던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산자원의 중요성을 이토록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것도 정치권에서 시야를 넓혔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정치에서 기업으로 돌아온 후 사조해표(옛 신동방), 사조대림(옛 대림수산), 사조오양(옛 오양수산), 남부햄 등을 계속 인수했다. 1996년 4000억원 대였던 그룹 매출을 작년 1조6000억원으로 네 배로 늘렸는데...
"무조건 회사를 키우려 한 건 아니다. 식품회사야 말로 수직 계열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예전엔 '참치캔 1등', '어묵1등' 이란게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지계열화.고도화된 사업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르헨티나에서 대두를 수입해 기름을 짜는데 대두의 20%는 기름이 되고 나머지는 콩깻묵이 된다. 그걸로 홍성농장에서 돼지를 키우고 육가공사업을 한다. 생선 부산물로 사료로 만든다. 선진 식품업체들은 모두 이처럼 고도화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정치를 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했다면 회사가 훨씬 더 커졌겠나.
"아니다. 1980년 후반 국내 수산회사들이 수출산업인 수산업보다 참치캔, 맛살 같은 내수 식품산업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폼'나니까 우리도 '로하이'참치를 그때 만들었고, 그게 큰 실수였다. 그때 내수가 아닌 배(어선)에 투자했더라면 진정한 미래산업인 수산업 강국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배에 투자하지 않아 지금 우리 원양어선의 평균 선령은 27년으로 노후화했다. 만약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내수산업이 고전하는 데도 계속 더 밀어붙였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더 어려워졌을지 모른다"
-수산업을 미래 산업이라고 보는 이유는.
"전 세계 연간 생선 생산량은 1억7000만t 인데 소비량은 2억t 이다. 생선 중에서 가장 싼 정어리가 한때 t당 200달러였는데 지금은 800달러로 급등했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생활이 나아지니까 생선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20% 줄었는데 생선 소비량은 60% 늘었다. 그런데도 유엔이 나서서 고기 잡을 수 있는 쿼터를 계속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산 자원을 확보하는 게 미래 산업아닌가?"
-수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각국이 경제수역을 선포해 어장을 보호한다. 예를 들어 미국 북태평양 명태를 잡을 때 t당 입어료가 2 달러였는데 10년만에 150달러로 올랐다. 그것도 요즘은 아예 미국과 합작회사가 아니면 못 잡게 한다. 공해에서 잡을 수 있는 참치 같은 회유성 어종도 유엔이 5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잡을 수 있는 쿼터를 매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 러시아 등과 합작회사를 만들고 쿼터를 가진 회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고기가 없다고 생각했던 공해의 심해 어장을 개발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회사는 하와이 근처 수심 500m 심해 해초에서 도미를 2200t잡았다. 우리가 뛰어들자 일본이 심해 어업에 대한 국제기구를 만들자고 나섰다. 심해 어업 실적이 없다면 일본이 만들려는 진입 장벽에 막히고 말 것이다."
-해운업 진출설이 있는데
"수산업은 잡는 것이고, 해운업은 서비스라 다른 산업이다. 그런데 해운시장은 아주 큰 시장이어서 진출해 승부를 내고 싶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타이밍이 맞아야 하고 사람이 있고, 성장성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