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 가는 길은 등산이 아니라 트래킹코스다.
나처럼 등산을 못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강원도 점봉산 곰배령.
하지만 왕복 10.2키로~~
야생화의 천국, 천상화원인데 가을 단풍도 참 곱다.
계곡을 따라 이쁘게 물든 단풍을 보며 걸으니 콧노래가 흥얼흥얼
마침 전날 비까지 내려서 계곡물소리가 처렁처렁~~음악처럼 들린다.
부부모임 일행 8명이 출발했다.
두 분은 중간에서 되돌아갔다.
이번 여행은 정말 못가는 줄 알았다.
7월 한분이 폐암 4기를 선고받고 지금 항암치료 중이다.
작년 6월 이태리여행도 함께 했는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우리 모두 망연자실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우리도 이렇게 점점 곱게 물들어 갔는데...
꼭 회복되시길 기도하면서 한마음으로 뭉쳤다.
남편 때문에 마음도 몸도 힘드실 텐데 언제나 이렇게 챙겨 주신다.
올라갈 때 먹으라고 김밥까지 새벽에 일어나 만들어주셨다.
언제 어느때든 우리의 먹거리를 만찬으로 먹여준 정성을 우린 잊지 못할 것이다.
꼭대기 올라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하산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곰배령은 세찬 바람이 불고 너무 추워서 오래 머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중간에서 세상 어느 것보다 맛있게 김밥을 먹었다.
밑에 계곡과는 다르게 정상은 벌써 겨울이다.
모자를 썼는데도 너무 추워서 자켓 모자까지 뒤집어 썼다.
몸을 가눌수 없을 만큼 바람이 거세다....
곰배령 정상은 분지처럼 넓은 능선인데 사방 막힘이 없어
바람이 더 세차게 부는 것 같다.
표지석에서 인증샷하고 바로 내려왔다...오래 머물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뭔일이래.....
등산화 오른발이 뭐가 덜렁거려서 보니까 밑창이 ....
오 마이 갓~~~
이럴수가???
오래된 등산화이긴 하지만 별로 많이 신지도 않았는데 이런 사단이...
남편이 밑창을 아예 뜯어버린다..
걸어보니까 안창으로도 별 문제가 안되는 것 같아 할 수없이 스틱에 의지하며 천천히 내려왔다.
하산을 빨리 서둘러 내려오는데
한 분이 다리에 쥐가 내려 꼼짝을 못하신다.
쉬운 코스라 생각하고 스틱을 준비하지 않아서
내 스틱을 하나 주고 조금 쉬었다가 풀리면 내려오라 하고 우리부부는 하산을 했는데
펜션에 도착하니
다리 근육이 안풀려 못 내려오고 긴급 SOS
마을에서 주민이 차를 가지고 올라갔다고 한다.
그런데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길까지 내려와야만 하는데...
다행히 멀지 않게 내려와 쥐가 났기 망정이지
아니면 구조대가 출동할 뻔 했다.
4명은 차로 펜션까지 왔다.
8명에서 우리 부부만 완주를 ㅎㅎㅎ
그래도 무사히 모두 내려왔다.
10시 30분에 출발해서 2시 30분 이면 도착예정이라고 했는데
4시에 도착을 ㅋㅋ
펜션장이 아는 사람이라 피곤을 풀라고 온돌을 어찌나 올려놨는지
뭉친 종아리를 한시간 정도 온돌에 대고 주물렀더니
통증이 풀렸다. ㅎㅎ
3시에 먹기로 한 능이백숙을 4시가 넘어서 먹었다.
꿀맛이다...
그런데 7시가 지나 이 언니가 녹두빈대떡을 부쳐줬다.
세상에~~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건만
퍼주기 좋아하고 먹이기 좋아하는 이 언니 우리 먹는 거만 봐도 좋단다...
천사가 살아있다면 이 언니가 아닐까~~~
아침은 간장게장에 고추전, 동그랑땡 애호박전에다 사골 떡국을 끓여줬다.
이러니 나가서 못 먹고 꼭 해주는 자연밥상을 먹게 된다
.
원기회복하고 양양 낙산사로 갔다.
불에 휩쌓여 보물을 옮기고 했는데 보수를 해서 아주 깔끔해진 낙산사가 반긴다.
의상대 멋진 소나무 ~~보기만 해도 절개와 위풍당당 기상이 느껴온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서로가 곱게 물들어 가는 것을 느꼈고,
세월의 흔적도 느끼며 사랑의 감정선도 회복했다.
영화 노트북을 보라고 추천했다.
2004년에 개봉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인데 20년이 지나 지금 재개봉 중이다.
이 가을 사랑의 감정선을 되찾고 싶으시면 추천합니다.
첫댓글 곱디곱고 아기자기한 단풍 사진과
수채화님의 편안하게 쓰여진 글귀들이
잘 어우러져서
한편의 시화를 읽은듯 합니다.
사랑의 감정선 회복을 위해 추천하신
영화 노트북을 봐야 겠습니다.
초록물결님 ~~
가을엔 뭘 봐도 아름답고 가슴시리고 스치는 바람에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참 좋은 계절이네요.
밖으로 자주 나가야만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잘 지내세요,
글을읽는 내내 긴장감이 휴 ~~~
부부동반으로 등산을가시는 모습 정말 훈훈한모습입니다
가을 가을 계절이 주는 감정들이 정말 소중해요~~
뭉쳐서 가는 즐거움도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고
한분한분 건강이 안좋아지는 것을 보니 서글픈 맘도 들지만...
두 다리 걸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치과 치료 잘 받으세요.
가을 곰배령ㅡ 또 다른 풍광입니다
계절마다 주는 선물이 다 특별하지만 저는 가을이 주는 풍경이 제일
좋습니다. 곰배령도 쉽게 오를 수 있어 친근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