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성교육, '다르다'와 '틀리다'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나
국어교육 전공 김하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혼동하기 쉬운 말 중에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두 대상이 같지 않은 것'을 말하고자 할 때는 ‘다르다’를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이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큰 사고의 차이를 불러온다. ‘나는 너와 틀리다.’라고 잘못 사용할 경우 '나는 맞고 너는 그르다.'는 뜻이 되고, ‘나는 너와 다르다.’라고 옳게 사용하면 '나와 너는 서로 같지 않다.'는 뜻이 된다. 전자보다는 두 대상을 대등하게 보는 후자가 훨씬 유연한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학교의 인성교육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학생들에게 서로의 ‘다름’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왕따 문제와 같은 학교폭력의 근원은 너와 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얼마 전 초등학생들이 같은 반 동료를 왕따 시키는 현장을 본 적이 있다. 여러 명이 모여 한명을 가운데 세워놓고 돌아가면서 비난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피해학생을 비난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그 학생이 수업시간에 잘난 척을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미처 대답하지 못한 것을 발표한 동료를 잘난척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아이들끼리 모여 다수가 된다. 여기에는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아이도 있고, 자기가 비난받는 위치에 서게 될 까 두려워 묻어가는 아이도 있다.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것이 더 긍정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틀린’ 것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교실에서 선생님이 발표 할 기회를 주면 아이들은 모두 서로의 눈치를 본다. 교실에서 튀어봤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남과 다를까봐 두려워하기 까지 한다.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다수의 아이들과 다른 점을 가진 아이를 놀리는 '홀아비'라는 놀이가 유행하기까지 했다. 가령, 오늘 모두 흰 셔츠를 입었는데 A 학생이 까만 셔츠를 입었다면 'A, 홀아비, 너만 하얀셔츠 안 입었어' 라고 놀리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절대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가 없다.
사회는 복잡해지고 더 분화하였다. 따라서 개개인이 처한 환경이나 삶의 방식도 더욱 다양해졌다. 이러한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성을 인정할 줄 아는 태도이다. 아주 작은 차이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나와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의 동료, 나와 말투가 다른 새터 가정의 동료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와 다른 것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모두 같은 생각과 같은 행동을 하기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가치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
사실상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은 직접적인 가르침보다는 또래집단과의 관계나 선생님과의 관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자란다. 가정에서는 부모님을,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사고나 행동을 지켜보면서 은연중에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역할 모델인 어른들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다수의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해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각각의 가치를 인정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양성평등교육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의 인성은 어릴 때 주로 형성 된다는 점에서 아주 바람직한 변화이다. 양성평등교육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인성교육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해 편견이 생기기 전부터 다양성에 대해 배운 아이는 더욱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첫댓글 훌륭한 글입니다. 어른들조차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합니다.
저도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성숙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어릴적부터의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지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하나로'를 외치는 나라로서는.
글 잘 읽었습니다~ 다름이라..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 멋진 글입니다^^ 가끔 친구들과 토론하곤 하는 문제인데 사실 실천은 쉽지않죠. 다름을 인정 할 줄 안다면, 그런 사회가 온다면 정말 좋겟습니다. 전 가끔 저는 성당에 가고 아내는 교회에 가고 아들은 절에 가는 걸 상상하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