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자전거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더니 자전거 타기에 열풍이 불었다. 그것도 스포츠자전거에 미쳐 날뛰는 광풍이 불고 있다. 다행히도(?) 지난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고 추위도 만만치가 않아 자전거가 만히 다니지 않았다. 날이 풀리고 봄날이 가까와 오면서 걱정이다. 속도 경쟁에 나설 스포츠 자전거의 폭주가 생각만으로도 어지럽다. 자전거 타기에 대통령까지 나선 것은 국민건강을 돌보려는 것 외에 더 큰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자동차가 소비하고 있는 에너지의 절약과 자동차가 내뱉고 있는 매연을 줄여야 한다는 지구적 차원의 말씀이었을 것이다. 출퇴근이나 일상생활에서 자동차를 대체하여 일상에서 생활자전거를 이용하자는 권고사항으로 대다수 사람들은 이해하였을 것이다.
이런 뜻이라면 당연히 차도를 잘라 자전거 전용로를 내도록 정부 관계부처가 서로 협조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 자동차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도로차선이 조금 좁아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전거타기 생활화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 정부당국은 안전성에 문제 있다고 부처끼리 싸움질이나 하고, 일부 시민들은 당장 차량통행에 지장이 있다고 고함을 친다고 해서 차선일부를 잘라 자전거 전용로를 내는 것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어리석음이 안타깝다. 그런 주장에 일부 동조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 지금 유행하는 자전거 행렬을 보면 생활자전거가 아니라 스포츠 또는 하이킹 자전거라는데 거부감이 일고 있다. 장바구니 자전거이거나 뒤에 간단한 짐을 실을 수 있는 값도 저렴한 생활자전거가 대종을 이루어야 하는데, 차값과 맛물리는 고급외제자전거에 값비싼 유니폼을 입고 속도 경쟁을 하는 스포츠 자전거가 눈에 거슬리는 것이다. 명품시대에 살고 있어서일까,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는 경쟁심 때문에 고급브랜드에 미쳐나는 일이 자전거 타기에도 불이 붙었다. 활력 넘치는 한국인의 기상일 수도 있지만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자제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생활자전거가 정착되는 날에 자전거전용로가 차도 한차선을 양보받아 출퇴근과 장보러 가는 여유로운 도시 모습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저렴한 생활자전거가 많이 보급되는 날 자전거수리점이나 대여점 등 1인창업기회가 늘어나 서민 경제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스포츠와 하이킹자전거가 유행하면서 오히려 대형 자전거센터만 여러곳에 생기고 소자본으로 수리점 부품점을 내려던 기대치는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자전거 수리와 부품은 이름있는 외제자전거 판매에 끼워 서비스하는 정도로 퇴락해 버렸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 여행을 하자는 정책 제안은 처음부터 민망스러운 것이었다. 스포츠 자전거의 유행으로 서민들이 기대했던 국산자전거 시장 확대가 무너지고, 급기야는 차도로 내려던 자전거전용로 개설이 벽에 부딛히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자전거가 사람이 다니는 인도로 뛰어들어 횡포를 부리는 추태가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 보도에서는 사람이 다니면 타고가던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가는 것이 원칙이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도 차도 일부를 떼어 자전거용 도로를 내어 일상생활자전거가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조치해 주어야 한다. 좁아터진 보도를 뚝 잘라서 자전거 전용로라고 버젓이 만들어 주고 있는 지방정부의 무신경 행정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다.
(미래촌 동장 김만수) 미래촌 까페 http://cafe.daum.net/mireach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