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시절 학교운동장보다도 더 많이 뛰어논 장소가 3곳이 있는데 그 하나는 천마산이요. 둘째는 남부민동 골목, 셋째는 남항방파제이다. 골목길은 이제 다 커버려서 거기서 놀수는 없지만 천마산과 남항방파제는 아직도 종종 들러 바람도 쐬고 옛추억도 생각하곤 하는 멋진 장소이다.
남항방파제는 일제강점기시절인 1939년에 완공된 꽤나 오래된 방파제로 영도가 자연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자연히 형성된 자갈치포구, 연안부두를 보호하는 건축물이다.
뭐니 뭐니해도 유년의 나에게 죽을고비를 안겨준 이곳은 각종 천연의 놀이기구가 많았다. 쥐치대가리와 철사나 막대기만 있으면 방파제 밑에서 조그만한 방게를 수도 없이 잡을수 있었고. 그물에 돌을 달아 던져 놓고 시간이 흐르면 그안에 성게,군수들이 모여들곤 했었다.
방파제 주변에는 어선들이 손질하는 그물들이 곳곳에 수북히 쌓여있었는데 푹신푹신한 쿠션때문에 그위에서 뛰어놀고 낮잠도 자고 각종 놀이를 많이 했다. 다만 단점은 그물에서 나오는 비릿내와 소금기가 온몸과 옷에 묻어버리는 것인데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것 같다.
방파제안 항구주변에는 소형선박들이나 나룻배같은것 들이 상당히 많이 정박해 있었는데 겁이 없게도 그 배위들을 뛰어다니면서 놀곤 했다. 초등학교 2학년전에는 멀미가 심하게 난던거 같은데 여기서 뛰어놀면서 극복이 된것도 같았다. 한번은 정박한 배위와 중간바지선으로 향하는 나무 널판지 다리밑에서 놀다가 하체는 배에 있고 팔은 바지선 널판지를 잡다보니 배가 물살에 쭉밀리면서 그만 널판지를 붙잡고 동동 매달린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 당시 수영도 하지 못했고 밑은 내항이라 그런지 시커먼 바닷물이 4M 정도의 깊이여서 힘이 떨어지면 그냥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어쩌면 비명횡사할지도 몰랐는데 다행히 주변을 지나던 선원아저씨가 들어 올려주어 목숨을 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방파제라는 말처럼 매번 태풍이 오는 계절이면 항상 방송국리포터가 뒤로 엄청난 파도가 방파제에 부딛치면서 일으키는 물보라를 배경으로 태풍속보를 내곤 했다. 군복무시절 태풍속보가 TV 에 나오면서 유년시절 놀던 방파제가 화면에 나오니 꽤나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있어 부산과 거제도 일대 섬들로 가는 연안여객선들의 운항이 없지만 나의 유년시절에는 거제도로 가는 크고 작은 배들이 많았다. 그중 엔젤로로 불리는 소형고속쾌속선이 방파제를 벗어나면서 가속하는 장면은 참으로 멋졌던거 같다. 작은고모가 거제도 부속 도서인 칠천도에 사셨고 아버지의 고향인 통영쪽에 방학때 놀러갈때면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을 타고 갔는데 방파제를 지날때면 갈매기들과 함께 방파제에 놀로온 사람들과 손을 흔들면서 서로 인사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이 곳에 바람을 쐬거나 놀이터로 생각하는 어린애들은 거의 없고 낚시하는 어른들과 배수리및 공사하시는 인부들만 간혹 보이는 한적한 곳이다.
멀리가지 않고 간단히 옛추억을 생각하면서 바닷바람쐬기에는 나에게는 아직도 훌륭한 장소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