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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사이사이 작은 가게와 밥집이 조화를 이루는 서촌. 사람 냄새 그득한 시장 골목도 있고 한적한 한옥 주택이 자리한 골목을 구석구석 걷다 먹고 나면 서촌의 낮은 짧고 밤은 더 짧다.
여름에는 크래프트 맥주를 중심으로 다국적 요리가 즐비한 경리단길에서 다이닝을 즐기다가, 가을이 깊어 가면서 종로구 서촌 일대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촌을 탐험하듯 걷다보니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했고, 다니다 보니 갈 곳이 많아졌다.
우선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 지역을 통칭한다. 통의동, 효자동, 통인동, 적선동, 사직동 등이 모두 서촌에 속한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을 나오면 바로 펼쳐진다. 소문이 자자한 중국집, 분식집, 대폿집 등에 밥집 •술집은 말할 것도 없이 많다. 이번 호에는 경복궁역을 중심으로 1번과 2번 출구로 이어지는 동네만 한정했다. 이 지역만 소개하기에도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서촌은 통인시장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다. 더불어 금천교시장 골목에는 작은 골목을 마주하고 각종 밥집과 술집들이 빼곡하다. 그 밖에 작은 모세혈관 같은 골목골목마다 자리한 곳도 많고, 오랫동안 골목을 지켜온 터줏대감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보물찾기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왠지 해질 녘에 어슬렁거리면 밥 짓고 국 끓이는 냄새가 날 듯하다. 하루 날 잡아 주말에 산책 삼아 어슬렁거려도 좋고, 그러다 출출해지면 맛난 음식을 먹어도 좋다.
루이스 & 에드워드 외관 | 일요일에만 문을 여는 선데이펍 |
그도 아니면 퇴근 후 짧은 여행처럼 가서 왁자지껄한 포장마차의 분위기나 고풍스러운 식당에서 가볍게 밥과 술을 곁들여도 좋은 곳이다. 여기에 소개된 곳이 서촌의 전부는 아니다. 서촌은 아직 가보고 싶고, 소개하고 싶은 곳이 많다. 올겨울 내내 서촌 일대의 각종 식당을 순례할 것이다. 그러다가 숨은 아지트 같은 곳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촌, 길을 잃어도 좋은 동네다. 아니 길을 잃고 싶은 동네다. 그러다 발견한 어느 식당에 들어가 겨울밤을 달래도 좋을 것이다. 다른 곳이 아닌 서촌에 자리해서 더욱 서촌스러운 식당 31곳을 소개 한다.
서촌의 특징 중 하나는 2개의 재래시장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통인시장 못지않게 옛 적선시장, 그러니까 금천교시장은 왁자지껄한 음식점이 빼곡하다. 시장 초입에는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해산물집, 삼겹살집, 안주집, 꼼장어집, 전집, 국숫집 등 시끌벅적한 정감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1 효자동 소금구이
어린 시절 한때를 옥인아파트에서 보냈다. 일터가 강북이 되면서 놀이터도 회사 부근 강북이다. 특히 서촌은 정감 있고 편안한 동네다.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돼지고기에 소주 한잔 생각날 때 근처에서 효자동 소금구이만 한 곳이 없다. 맛도 좋고 선술집 같은 분위기가 좋다. 소금구이 맛은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직접 가면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우식(두가헌 부지배인)
주소: 내자동 6-3
전화: 02-732-9288
2 서촌계단집
해물안주에 소주 한잔이 생각날 때 친구들과 함께 간다. 해물포차 같은 집이다. 해물이 신선해서 취향껏 먹으면 된다. 나는 골뱅이를 좋아하고 꼬막, 관자버터구이 등도 즐겨 먹는다. 마지막은 항상 해물라면으로 마무리한다. 요즘 손님이 많아서 오후 5시 30분~6시에는 가야 줄서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이창주(포토그래퍼)
주소: 내자동 11-1
전화:02-737-8412
3 살아있는 꼼장어
테이블이 몇 개 없는 포차 분위기의 작은 꼼장어집이다. 출입구에 꼼장어 수족관이 있고, 부산 출신의 사장님이 살아있는 꼼장어의 껍질을 벗겨준다. 손질한 꼼장어를 굽기 전 불 위에 놓고 유리로 된 냄비 뚜껑을 덮어주는데, 꿈틀거리는 꼼장어를 보는 것이 거북할 수도 있다. 이 집은 꼼장어가 신선해서 굳이 양념구이할 필요가 없다. 돌멍게, 간장 새우 등의 메뉴도 있다. 계단집 바로 옆에 있다.
-이영지([LUXERY] 기자)
4 체부동잔치집
막걸리 마시기 좋은 곳으로, 2차로 즐겨 가는 곳이다. 잔치국수가 맛있고, 즉석에서 부쳐 주는 전도 맛있는데 메밀전을 즐겨 먹는다. 개인적으로 즐기는 코스는 먼저 서촌 계단집으로 가서 해산물로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뒤, 뜨끈한 잔치국수와 전으로 2차를 하러 간다.
주소: 체부동 190
전화: 02-730-5420
5 전대감댁
직장 선후배와 함께 가기 좋은 곳이다. 10여 명이 함께 가서 여러 가지 요리를 다양하게 맛보았는데 좋았다.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면 평상 같은 공간이 마치 시골 한옥집 같은 정취를 더해준다. 갤러리 카페 분위기가 나게 꾸며서 공간마다 다른 이미지를 준다. 전과 제철 생선, 특히 요즘은 꼬막 데침, 무침, 전 등이 맛있다. 모둠 전, 육전, 부산오뎅탕, 황태탕, 황태구이 등 이 집의 모든 안주류를 좋아한다. 육전도 전문점 수준은 아니지만 기본을 가지고 맛을 내는 집이다. 막걸리도 종류가 다양하다. 단술과 안주가 쉽사리 어울리지 않는데, 조미한 맛이 아니라 두루 잘 어울린다. 닭고기 유자초회무침도 인상적이다. 유자청을 넣어 닭고기를 무친 요리다. 회식을 하거나 지인들과 어느 정도 격식 있게 즐기기에 괜찮은 곳으로 추천한다.
-강선영(올아메리카투어 마케팅부장)
주소: 체부동 184
전화: 070-4202-5170
6 열정감자
“여기 생감자 쓰나요?” “네! 저희는 미국산 냉동감자를 손으로 받아서 손으로 튀기고 있습니다! 하하하.” 젊은 청년들의 호객 행위(?)가 거북스럽지 않고 위트 있고 친근하다. 오래 앉아 먹을 수 있는 집이라기보다 생맥주 한잔에 감자튀김을 간단하게 먹기 좋은 집이다.
주소 :내자동 24
전화 : 070-7778-4676
7 라면점빵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여는데 거의 모든 시간대에 자리가 꽉 찰 정도로 손님이 많다. 라면 메뉴가 20여 종이다. 이색 라면은 꼭 한번 맛볼 만하다. 돈코츠 라면을 먹고 이를 시원한 맛으로 재해석해 만든, 따라 해서 ‘이미테이션’이라는 뜻의 이미라면, 참치와 깻잎이 있어 참치김밥 맛이 나는 참치라면, 매콤한 순두부라면, 고추통통이 치즈통통이 주먹밥을 추천한다.
-오나래([쿠켄] 에디터)
주소: 필운동 202
전화: 02-738-7865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사직공원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사직공원을 산책하고 주변의 커피집이나 식당에 잠시 머물러 본다. 그리고 또 다시 주택가로 이어진 골목골목을 탐험하듯 거닐어 본다.
8 사직동, 그 가게
진하게 끓인 차이가 인도의 맛을 전해준다. 차이뿐만 커리도 제대로다. 남기호 농부가 자연농법으로 지은 유기농 현미 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구운 남인도식 팬케이크 ‘마살라 도사’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향이 있다. ‘사직동, 그 가게’는 티베트 난민의 평화운동을 알리고 자립을 돕기 위해 마련된 곳으로, 수익금은 티베트 어린이 도서관 운영 등 티베트 난민을 돕는 데 쓰인다.
주소: 사직동 1-7
전화: 070-4045-6331
9 커피 한잔
숯불에 로스팅해서 내려주는 커피가 유명하다. 함석판으로 만든 간판에 쓴 손글씨가 정겹다. 출입문 왼쪽에 작은 화덕을 설치하고 화덕호떡을 만들어 주는데 커피 못지않게 맛있다. 구운 빵의 느낌이 강한 화덕호떡은 3000원이다. 호떡 하나에 3000원이라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우리밀 무농약 통밀과 백밀, 유정란 달걀, 파스퇴르 우유로 반죽하고 마스코바도 설탕, 임실치즈 등 좋은 재료로 만든다. 볕 좋은 오후에 평상에 앉아 먹으면 화덕호떡이 더욱 맛있다.
주소: 사직동 1-6
전화: 02-764-6621
10 키오스크
바게트를 우유와 달걀물에 푹 재어놓은 후 팬 프라이로 구워 부드럽고 촉촉한 프렌치토스트를 내준다. 기본 토스트에 절인 사과, 딸기, 블루베리 등의 과일 토핑과 초콜릿 크림 바나나, 땅콩 버터 바나나 등의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 배고플 때 든든한 요리라기보다는 산책 후 출출할 때 달달하고 따끈하게 먹는 간식용으로 추천한다. 배화여대 후문 맞은편에 자리한다.
주소: 필운동 49
전화: 02-737-2466
11 구루루
건물 모두가 ‘구루루’ 공간이다. 1층은 멀티리빙 숍이다. 그릇, 인테리어 소품, 패브릭, 핸드메이드 가방 등이 눈에 띈다. 2층은 카페로 핸드드립 커피, 차, 음료 등을 판매한다. 서촌 산책길에 잠시 들러 주인의 감각으로 골라 온 소품도 둘러보고 편안하게 꾸민 공간에서 차 한잔을 마셔보자.
주소 :누하동 248
전화: 070-8954-8815
12 칼질의 재발견
코스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메인 메뉴는 모두 수비드 요리법으로 요리하는데, 고급 레스토랑 요리 못지않다. 쇠고기와 오리 가슴살, 연어 요리를 추천한다. 한옥에서 코스 요리로 기분 내고 싶을 때 딱이다.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레스토랑 내부는 비나 눈이라도 오는 날에는 연인과 분위기 잡기 좋다.
-전성진([쿠켄] 에디터)
주소: 필운동 118
전화 :02-6326-0912
13 누하의 숲
서촌에 가장 최근에 생긴 작은 밥집 중 하나. 일본인과 한국인 커플이 운영하는 일본 가정식집이다. 점심 메뉴는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한다. 일본 큐수 미야자키현의 향토 음식인 치킨 남방 정식은 치킨가스와 비슷하지만 빵가루를 입히지 않고 부드럽게 요리한 치킨요리다. 잡곡밥, 달걀 샐러드, 토마토와 상추 샐러드, 오늘의 반찬, 오늘의 수프가 함께 나온다. 일본 가정식 스타일의 치킨 크림 스튜도 맛볼 수 있는데, 채소가 풍부하다. 다시마, 가쓰오부시로 육수를 낸다. 저녁에는 생맥주나 사케와 함께 오야코동, 일본식 야채 치킨 냄비, 돼지고기 생강구이 등 일품 메뉴를 맛보기 좋다.
주소: 누하동 45-2
전화: 02-733-5632 149-155
지나가다 한입, 한 모금 휘리릭 먹기좋은 5곳
1 갓 튀긴 감자튀김과 생맥주 한잔, 열정감자
2 숯불 로스팅 커피와 호호 불어 먹는 화덕호떡, 커피 한잔
3 달달한 프렌치토스트, 키오스크
4 인도식 차이와 도사, 사직동, 그가게
5 균형 잡힌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다, 커피공방
한결같이 동네를 지켜온 어머니의 손맛 3가지
1 김밥, 못난이, 튀김만두, 달걀이 들어있는 떡볶이 정식, 승혜네 떡볶이
2 푸짐한 양의 바삭한 닭튀김,영광통닭
3 된장비빔밥, 칼국수, 부추전,식혜 코스, 옥인동할머니 손칼국수
발행 2013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