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3. 27. 일요일 찬송대회
1. 초대
첫 식사마실 이후 황 씨 어르신 조의 가장 큰 관심사는 찬송대회입니다.
부활절을 맞아 어르신들께서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큰 찬송대회가 열린다고 하셨습니다.
근처에 사는 성도들끼리 한 팀이 되었는지 식사마실 하시는 어르신들께서 한팀이라고 하셨습니다.
식사마실 아니어도 모여서 찬송 연습하시고, 식사마실 때도 찬송 연습하시고
황 씨 어르신과 최 씨 어르신이 적극적으로 악보도 복사해 오고 연습도 이끄셨습니다.
함께 식사마실 하니 자연스럽게 함께 연습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27일에 합창대회 나가~”
“새로운 사람이 함께하면 보너스 점수도 있고, 그날 먹거리도 많을 텐데 오면 좋겠네.”
“와! 좋아요. 초대해주시면 저야말로 감사하죠!”
“그러면 혼자 오면 좀 그럴 텐데 친구랑 같이 와.”
“남자친구랑 오면 앞에 나가서 커피 사줄게.”
내심 처음 이야기 나왔을 때부터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마침 어르신들께서 초대해 주셔서 흔쾌히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젊은 사람이라 금방 따라 부르네.”
황 씨 어르신께서 악보 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응원만 생각했었는데 저도 함께 합창하게 되었습니다.
“일요일 10시 30분까지 오면 돼.”
“늦으면 안돼.”
“네. 그럼 일요일에 교회로 갈게요.”
어르신들께서 제가 합창대회 간다는 말에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갈지 말지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간다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2. 소망교회 찬송대회
27일. 김제 오는 길
같이 오게 된 친구와 함께 혹시나 폐 끼치지 않을까 휴대전화기로 검색해서 노래도 찾아보고 연습도 했습니다.
교회 찬송대회라고 해도 친구도 저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긴장했고 그만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소망교회에 도착해서 예배드리는 곳으로 가니
먼저 저를 발견한 황 씨 어르신께서 저와 친구를 따뜻하게 안아주셨습니다.
“정말 왔네. 아이고, 예뻐.”
최 씨 어르신도 이 씨 어르신과 신 씨 어르신도 그리고 지난 목요일에 함께했던 진 씨 어르신도 모두 잘 왔다고 오느라 고생했다며 친구와 제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 그렇게 맞아주시니 일요일 늦잠을 포기한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식사마실 날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셨습니다.
평소 하지 않으시던 화장도 하셨습니다.
조금 더 일찍 갔더라면 사진도 찍고 했을 텐데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찬송대회의 시작.
중·고등부를 포함 총 13팀이 이번 찬송대회에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우리는 열한 번째인 요한팀이었습니다.
첫 번째 팀 두 번째 팀
세 네 명이 나오기도 하고 열 댓 명이 나오기도 하고
준비하고 연습한 것이 티 나는 팀 그렇지 않은 팀
점점 저희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열한 번째 요한팀의 차례
키가 작은 사람들이 가운데 키가 큰 사람들이 끝자락에
이야기했던 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간주가 나왔습니다.
아무도 첫 소절을 부르지 못했습니다.
조금 지나고 가장 목소리가 우렁찬 황 씨 어르신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간주보다 조금 출발이 늦은 요한팀의 찬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중간부터 누구는 빠르게 부르고 누구는 느리게 부르고
2절인지 3절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중간에 갈피를 못 잡아 소리가 나오지 않기도 했습니다.
길게만 느껴졌던 찬송가 4절.
마지막은 어느 팀보다 우렁차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장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계속해서 맞지 않는 합창 소리에 많이들 웃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마무리 짓는 모습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균 나이가 가장 높은 우리 요한팀. 가장 먼저 악보 준비하고 저 찾아 왔었는데, 고생 많았습니다.”
진행 맡으신 목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 뒤로 중·고등부 찬송이 끝나고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1,2,3 순위를 정하려고 했으나 공동 1등을 3팀 뽑았습니다.
“특별상 요한팀, 중등부”
이번에 상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우리 팀이 호명되었습니다.
이 팀 반장이신 황 씨 어르신께서 대표로 상금을 받으셨습니다.
“이번에 찬송 준비하시면서 반장이 연락 한 번 안 하시고 오늘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반성하셔야 합니다.”
“또 한 번도 안 모이시고 여기 오셔서 준비하신 분들도요.”
어떻게 보면 전혀 상 받을 만한 찬송이 아니었는데
목사님 말씀을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같은 교회 근처에 사는 사람들 간이라도 서로 챙기고 관심 가지는 것에서부터 이 찬송대회가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번 찬송대회 취지가 그렇다 하면 요한 팀은 가장 취지를 정확히 이해한 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예배를 끝으로 오늘 찬송대회가 모두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친구도.”
신 씨 어르신께서 점심 드시러 가기 전에 손 꼭 잡아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늘 약속을 잘 지켜주셨는데
잡아주신 손이 따뜻했습니다.
“이건, 친구랑 차비로 써.”
점심 드시러 가시기 전 황 씨 어르신께서 아까 받으신 상금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아니에요, 오늘 끝나고 모여서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그러셔야죠.”
“쓰읍- 어른이 주는 건 받는 거야.”
“오늘 오느라 고생했으니까 주는 거야. 차비도 들었잖아.”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도 그 봉투는 제 손에 들려있었습니다.
점심은 전주에서 하기로 하여 식사하러 가시는 어르신들께 인사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 부활절을 맞아 교회에서 나눠주는 달걀을 어르신 몫까지 챙겨서 주셨습니다.
오늘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는 길에 친구와 함께 이 상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주에 갈 때 좋아하시는 과일이라도 사가.”
그래도 어르신께서 챙겨주셨기에 반절은 차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식사마실 날에 보태거나 과일을 사 가기로 했습니다.
이제 정말 완연한 봄날
김제 나들이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황 씨 어르신이 속한 요한팀 특별상 수상
첫댓글 우와 좋다. 교회를 찾아간다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예나 참 예쁘다.
하하하~ 읽는 내내 웃었어요. 얼떨결에 예나도 찬송 대회까지 나갔구나!^^ 어르신께서 얼마나 든든하셨을까? 고마워요. 받은 상금으로 다시 과일을 사서 함께 하셨던 분들과 나누어 드시게 자리 마련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