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야기] ‘계란프라이’ 닮은 꽃… 개망초와 달리 줄기 속 비어 있죠
봄망초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5.13. 03:00
요즘 공터 등에서 흰 꽃잎에 가운데는 노란색을 띤 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개망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요즘 피는 것은 대부분 봄망초로, 개망초와는 약간 다릅니다.
먼저 개망초는 국화과 두해살이풀이에요. 두해살이풀은 가을에 싹을 틔워 잎을 만들고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낸 뒤, 봄이 오면 꽃과 열매를 만드는 식물을 말해요. 개망초 이외에도 냉이, 애기똥풀 등이 두해살이풀에 속해요. 개망초는 꽃 모양이 계란프라이를 닮았다보니, 아이들은 ‘계란꽃’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개망초는 망초와 함께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개화기에 우리나라로 들어온 대표적인 귀화식물입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착화된 식물을 귀화식물이라고 해요. 둘 다 나라가 망할 때 들어와 퍼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가졌습니다. 그러니까 조선 시대나 고려 시대, 나아가 삼국 시대가 배경인 사극에 개망초가 가득 핀 벌판이 나오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겠죠.
개망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망초와 함께, 버려진 땅이나 사람들이 훼손한 곳에서 잘 자라는 잡초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망초와 개망초의 구분은 야생화 공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야생화 모임에 가면 “내가 망초와 개망초도 구별하지 못했을 때…”라는 말을 가끔 들을 수 있습니다. 개망초는 잡초지만 꽃의 모양을 제대로 갖춘, 그런대로 예쁜 식물이에요. 개망초의 하얀 꽃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나요. 반면 망초는 꽃이 아주 작고 볼품없이 피는 듯 마는 듯 지는 식물입니다. 보통 ‘개’자가 들어가면 더 볼품없다는 뜻인데, 개망초 꽃은 망초 꽃보다 더 예뻐요.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봄망초도 개망초와 생김새가 비슷해요. 개망초는 꽃이 대개 6월부터 피는데, 봄망초는 그보다 일찍인 4월부터 6월까지 핍니다. 봄망초 혀꽃(꽃잎처럼 보이는 혀 모양 꽃)은 흰색이지만 연한 분홍색을 띠기도 합니다. 봄망초는 이 혀꽃이 개망초보다 가늘고 많아 빗질을 하지 않은 것처럼 좀 산만한 느낌을 줍니다.
무엇보다 봄망초는 줄기 속이 비어 있다는 점이 개망초와 다릅니다. 그래서 봄망초는 줄기를 살짝만 눌러도 푸석하게 들어갑니다. 개망초 줄기는 속이 차 있어서 눌러도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개망초와 봄망초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봄망초는 우리나라에선 대구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대구망초’라고도 불렀습니다. 아직 개망초는 꽃이 필 시기가 되지 않았어요. 지금 꽃이 피어 있는 것은 대부분 봄망초입니다. 개망초 꽃이 피기 전에 봄망초 꽃을 익혀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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