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요한 사도께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편지를 쓰실 때쯤에 연세가 많아서 세상을 많이 달관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 듣게 되는 독서의 말씀에서도 그분이 사람들을 얼마나 잔잔히 사랑하고 계신지가 드러납니다.
오늘 독서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자녀, 아버지, 젊은이입니다. 여기서의 자녀는 하느님의 자녀 모든 사람을 말합니다. 그에 비해 아버지와 젊은이는 특정한 계층을 말합니다. 아버지는 말 그대로 아버지로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젊은이는 하느님과 인생을 알고 배우는 과정에 있는 이들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이 세 부류의 사람들에게 두 번에 걸쳐 인사의 말씀을 줍니다. 그 내용을 잠깐 볼까요.
자녀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았고, 아버지를 알고 있기에 인사합니다.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계신 그분을 알고 있기에 인사를 합니다.
젊은이들은 말씀을 통하여 세상의 악을 이겨냈기에 인사합니다.
이 세 인사를 보면 요한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성장하고 삶을 알아가면서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하느님께서 영원하신 분이고 우리 존재의 근원이심을 성장하면서 믿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은 그래서 배움의 연속입니다. 그 배움의 과정에서 옳지 않음을 알아가고 멀리하는 법을 알게 되며, 옳음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하는 실천을 통해 늘 더 큰 옳음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며, 이렇게 계속 하느님을 닮아가는 가운데 그분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따라서 인생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살아가면 됩니다. 오늘 미진하고 부족하다면 내일에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계속하는 것과 알면서 의지를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것이 영적성장입니다. 인생에서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주어지지만 주어진 것에 충실하면 부족한 것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정말 인생을 사랑하면서 살면 됩니다. 욕망과 악을 피하면서. 그리고 최선을 다해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면서.
한 해의 마지막 평일입니다. 마지막을 묵상하는 오늘 우리 성당에서는 삶의 마지막을 넘어서신 두 분의 장례를 모십니다. 인생을 많이 생각하게 하는 날입니다. 우리 신자분들 모두가 주님을 믿으면서 인생을 사랑하고 더욱 깊게 살아가는 결심을 하기 바랍니다.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여 다른 사람과 우리 자신을 더욱 알고 사랑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1요한 2,17)
[비전동성당 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