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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6·25 전쟁 기념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 행사는 참전용사를 비롯한 안보단체와 참전 21개국의
국방장관이 초청됐고 주한 외교사절단이 참가한 규모가 큰 행사였다. 행사가 1·2부로 나누어져 순조롭게 진행이 됐다.
하지만 이 행사를 지켜본 내 마음 한곳에는 왠지 개운치 않은 점이 있었다. 바로 1부 행사에 대형 안무공연이 있었는데 그 배경
음악으로 등장한 '1812년 서곡' 때문이었다.
1812년은 나폴레옹이 대륙봉쇄령을 어긴 러시아를 침공해 들어간 해이고 이 곡은 러시아가 나폴레옹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러시아의 전승 기념곡이다.
이 곡의 말미에는 러시아 황제를 찬미하는 내용의 러시아 국가가 등장하는데 예포까지 쏘면서 화려하게 연주된다.
예술에 국경이 없고 나도 개인적으로는 이 곡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러나 하필 6·25 전쟁 기념행사에 이 곡이 선정돼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이런 날에 우리의 전승 기념곡이 연주될 수는 없는 건지 음악의 빈곤함을 한없이 느꼈다.
우리는 역사상 3대첩으로 불리는 살수대첩·귀주대첩·한산도대첩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정작 이를 기념하는 곡을 잘 들어보질 못했다. 안익태 선생의 코리아환상곡에 잠깐 스쳐 나오는 정도는 들은 적이 있다.
어디 3대첩뿐이랴. 우리의 빛나는 역사는 이를 기념하는 훌륭한 노래가 따라와 줘야 문화로 승화되어 길이 남을 것이다.
선진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강군시대에 음악의 힘은 더욱 요구된다. 저 옛날 관중이 제나라로 탈출해 올 때 음악의 힘을 빌린
유명한 고사가 있고 나폴레옹은 "공격수의 나팔소리는 컵의 물을 넘치게 하는 한 방울의 물과 같다"고 했다.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는 러시아의 압제하에 있던 조국을 해방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논어에 보면, 시(詩)로서 일어나고 예(禮)로서 서며 악(樂)으로서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고 했다.
음악은 감성의 조화를 중시하는 까닭에, 올바른 기운을 만들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한다는 뜻이리라.
우리 장병에게 권장할 수 있는 좋은 진중가곡·가요·군가·행진곡들이 더 많이 나오고 더 많이 불렀으면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를 일상에서 쉽게 노래하고 또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좋은 작품도 많이 나와야 한다.
체코의 몰다우강, 이 잘 알지도 못하는 강을 우리는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친숙해 있지 않은가.
민군이 협력해 우리의 선조가 이룩한 역사를 찬탄하고 소중한 강토를 찬미하며, 우리의 영웅들을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는
씩씩하고도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만들어 곳곳에 울려퍼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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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악적으로 해박한 군장성이 계시다는데 박수를 보낸다. 참 드문일인데... 이 문제는 국가에서 나서 주어야 해결될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순수 창작인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것은 사실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몇 사람을 선정해서 지원해 주고 한다고 해서 불후의 명곡이 나오는것도 아니다. 정말로 훌륭한 천재적인 창작인이 나타났을때 아낌없이 지원해야하는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그런 천재를 발굴해 내는 과정 또한 국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인것이다. 사업적인 수완이 뛰어난 음악인이 아니고 천재적인 창작능력의 소유자에게 확실하게 지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