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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재사랑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호산아 오상수
2014년 12월 21일 (일요일) * [송년산행] ♣ 白頭大幹 남덕유산
* [산행코스] ♣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 영각사→ 나무테크 다리→ 계곡 길→ 능선의 안부→ 철계단 암봉→ 긴 철계단 산봉→ <하늘>→ 남덕유산 정상(1,50)→ 백두대간→ 눈꽃천지→ 월성재(안부)→ 하산길(4.0km)→ 황점마을 <17:00 하산 완료>
* [귀경 길] 황점-서상 간 37번 지방도로→ <고속도로> 서상I.C→ 대전-통영선→경부선
* [프롤로그] — 한 해를 고개를 넘어가는 길목에서
☆…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해 넘어가는 고갯길에 볼을 파고드는 칼끝 같은 바람이 매섭다. 그 동안 몇 차례 눈도 많이 내렸다. 강원도나 일부 호남 서해안 지역에서는 폭설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편하지가 않다. ‘문제(問題)’가 아주 없는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특히 올해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터지면서 우리 사회의 인간적·도덕적 치부가 드러나서 괴롭고 민망했다. 어디 그 뿐인가. 소위 정보화 시대라는 문명의 이름으로 양산되는, 진위(眞僞)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바람처럼 횡행하면서 세상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다.
☆… 오늘을 사는 개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음이 늘 바쁘다. 나름대로 이런저런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세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돌아오지 않는 강(江), 그게 바로 세월이 아닌가. 늘 느끼는 바이지만, 그래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시간이 항상 소중하다. 오늘의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追憶)이 되기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회한(悔恨)으로 남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진지하게 사는 오늘이 보람이 있어야 하고, 마음의 열정이 만들어 가는 이 자리의 삶이 아름다워야 한다. 떳떳하게 살아야 할 이유이다.
☆… 산을 좋아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산(山)처럼 당당하고, 물처럼 겸허(謙虛)하게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비록 부조리한 세상일지라도, 나의 마음 하나라도 산과 물의 미덕(美德)을 한마음에 품고 살 수 있다면 더없이 큰 은총이다. 늘 자기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자연(自然)의 순리를 따르는 정직(正直)함이 참 생명의 길이다. 그리고 세상과 한마음이 되는 따뜻함을 간직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심란하고 혹독한 겨울바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결굴 우리의 산을 품는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찬바람이 몰아치는 산으로 간다!! 땀 흘린 만큼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의 산행지, 남덕유산] —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뻗어가는 거대한 산체
☆… 덕유산(德裕山)은 ‘덕(德)이 많고 너그러운 어머니의 마음 같은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송년산행을 하는 의미가 있다. ‘북덕유’에 해당하는 무주군 설천면의 향적봉(香積峰, 1,614m)에서 뻗어 내려온 장대한 산줄기가, 경상남도 거창군과 전라북도 장수군의 경계를 이루며 남하하다가, 경남 거창과 함양 경계에 들면서 솟아 올린 산봉이 남덕유산(南德裕山)이다.
저 추풍령-황학산-삼도봉을 거쳐 서쪽으로 뻗어오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산줄기가 무주와 거창을 잇는 안부 신풍령(국도 37번)을 지나오면서 덕유산 영역에 진입한다. 전라북도 무주군와 경상북도 거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이 백두대간이 덕유산의 신풍령-대봉(1,263m)-귀봉(1,400m)의 산줄기를 거쳐 백암봉(白岩峰, 1,503m)에 이르러 주봉 향적봉(香積峰)에서 남하하는 산줄기와 만난다. 그러므로 ‘덕유산의 백두대간’은, 실질적으로 백암봉에서 시작하여 덕유평전(1,480m)-중봉(1,594m)-무룡산(1,492m)-삿갓봉(1,410m)-남덕유산(1,507m)-서봉 (1,510m)으로 이어지는 산맥이다. 해발 1,500m 안팎의 거봉들이 줄 지어 달려가는 것이다.
☆… 백두대간 덕유산의 가장 남쪽에 솟은 남덕유산(1,507m)은 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전북 장수군 계북면과 경계하며 솟아있는 산으로 덕유산 백두대간의 최고봉이다. 덕유산 전체의 제1봉인 향적봉(1,614m)에서 남쪽으로 약 15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남덕유는 덕유산 자체로 보면 제2봉이지만, 향적봉이 백두대간에서 비켜 나 있고, 남덕유는 백두대간 속의 중심의 분수령(分水嶺)을 이루며 솟아있다. 남덕유산은 북덕유 향적봉과는 달리 장쾌한 기상으로 솟은 바위 뼈대로 솟은 골산(骨山)이다. 산 경치가 금강산(金剛山)을 방불케 하는 절경(絶景)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 골산의 위용은 하얗게 눈 덮인 겨울철이 더욱 아름답다. 마치 히말라야의 설산거봉처럼 눈부시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등산길은 가파르고 험준하여 7백여 철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이 또한 명물이다.
☆… 남덕유산은 3대강의 발원지(發源地)이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왜구들과 싸웠던 덕유산 의병들이 넘나들었던 육십령(六十嶺)은 금강(錦江)의 발원 샘이며, 북쪽 바른골과 삿갓골샘은 낙동강(洛東江)의 지류 황강(黃江)의 첫 물길이고, 남덕유 정상 남쪽 기슭의 참샘은 산청의 경호강에서 지리산 물과 진주 남강(南江)으로 흐르는 첫물길이 된다. 전라북도 장수와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 사이 백두대간에 우뚝 서 있는 남덕유산에서 진주 남강(南江)이 시작되는 것이다. 강은 진주시의 촉석루를 지나서 남쪽을 휘감아 돈 뒤 낙동강으로 들어간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남강은 서상면을 지나 서하면에 이르고, 화림동 계곡의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을 지나, 비단내라고 불리는 금천변의 광풍루가 있는 함양군 안의면에 이른다. 이 남강을 중심으로 하여 경상남도의 문화가 찬란하게 꽃을 피운다.
* [산으로 가는 길] — 혹한 속의 출행
☆… 이른 아침 7시 40분, 서울의 군자역을 출발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이지만 서울의 하늘은 맑았다. 서울의 기온이 영하 13.2도를 기록하는 아침이다. 연일 혹한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의 산행지 남덕유산은 경상남도에 위치해 있는 먼 여정임에도 불고하고 많은 산우들이 참석했다. 산행 때마다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분들은 모습은 한결같이 정겨운 모습이다. 특히 오늘은 오랜만에 나온 ‘라일락’ 임만춘 님과 ‘뻐꾸기’ 권혁진 님, ‘바람처럼’ 김정출 님, ‘하회탈’ 지기 문진우 님, 그리고 묘순 님 등이 반가웠고, ‘노을비’는 부인과 함께 초등학생 아들까지 대동하여 나와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참석하신 문채순 님과 벗, 그리고 이성희 님과 김미경 님이 대원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못 말리는 우정을 과시하는 전진국·강재훈·안상규 님 3인방을 비롯하여, 전평국·문승배·‘꽃구름’ 님 등은 늘 부부동반이어서 언제나 정겹다. 무릎 수술을 받은 ‘통통공주’ 박은배 님은 지난달에 이어 참석했다. 언제나 명랑쾌활한 모습이 좋고 건강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아 반가웠다. 지평대장의 벗, 말수가 적지만, 늘 ‘당당하게’ 등장하는 최화신과 그 지기 박성길 님의 우정도 여전하다.
☆… 서울을 출발한 우리의 초록버스(분단항공)는 고속도로 <중부선>-<경부선>을 경유하여 <대전-통영선>을 타고 일로 남으로 질주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일요일이지만 도로는 아주 원활했다. 도로 주위의 산야는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중부선 이천 부근에서 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설원(雪原)의 들판에는 뽀얀 겨울 안개가 피어오르고 햇살을 받은 하얀 산록이 그림처럼 아늑해 보였다.
☆… 오전 9시 40분, <대전-통영선>의 금산의 휴게소인 ‘인삼랜드’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남행을 계속했다. 날씨는 화창했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겨울풍경이 평화롭다. 무주 덕유산I.C를 통과하면서 왼쪽의 차창으로 하얗게 눈 덮인 향적봉을 비롯한 덕유산의 산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한가한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해 나간다. 백두대간이 동서로 가로질러 가는 ‘육십령터널’을 지나면 경상남도 함양군, 멀리 동쪽으로 남덕유산의 웅자(雄姿)가 눈에 잡힌다. 우리의 버스는 서상I.C에서 내려 37번 국도를 타고, 산행들머리인 서상면 상남리 영각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전 11시 정각이었다.
* [영각사에서 올라가는 계곡 길] — 하얀 눈을 덮고 있는 겨울산
☆… 영각사 입구에 도착하여 대원들은 스패츠와 아이젠을 장착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오전 11시 20분, 산행을 시작했다. 파란 하늘, 공기는 차갑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다. 길가의 눈밭에는 몇 기의 영각사 부도(浮屠)가 소복히 눈을 뒤집어쓰고 서 있었다.
영각사(靈覺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海印寺)의 말사이다. 876년(신라 헌강왕 2) 심광(深光)이 창건하였다. 1770년(조선 영조 46) 상언(尙彦)이 장경각을 짓고 《화엄경》 판목을 새겨 봉안하였다. 1907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강용월(姜龍月)에 의하여 곧바로 중창되었다. 6·25전쟁 때 다시 소실되었으며, 1959년 법당을 중건하였다. 현재 남아있는 건물로 극락전과 화엄전·삼성각·요사채 등이 있다.
☆… 유물로는 석등 부재와 부도 6기가 전한다. 우리가 길목에서 본 부도가 바로 그것인데, 모두 석종형(石鐘形)이다. 그중 해운(海雲)과 용월의 부도 2기만 주인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 [덕유산국립공원 영각공원지킴터] — 오늘의 산행이 시작되다.
☆… 덕유산국립공원 <영각공원지킴터>에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오늘도 선두의 길라잡이는 승조 김화영 대장(산행전문위원)이 서고, 후미는 지평 민창우 산행대장이 대원들을 수습해 오기로 했다. ‘베토벤’ 유형상 부대장이 중간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사실 오늘 우리가 오르는 산행지는 지난 주(15일)까지는 산불방지를 위해 폐쇄한 등산로였다. 처음 우리 <카페>에 공지한 계획은 경기도 가평-포천의 운악산이었으나, 얼마 전 국립공원 입산금지가 해제된 것을 계기로 이곳으로 산행지를 바꾼 것이다. 겨울철 산행의 백미인 설산(雪山)의 운치를 맛보고 아름다운 눈꽃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 지평 민창우 대장의 고심 끝에 제의한 것이었다.
☆… 산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고 눈밭에 서 있는 앙상한 겨울나무는 고즈넉이 침묵 속에 들어 있었다. 길가의 산죽도 눈밭에서 시퍼렇게 얼어 있었다. 그러나 완만하게 올라가는 산길은 남향받이 계곡길이라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아주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남덕유산은 겨울 산의 풍치가 아름다워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오늘도 산길에는 적지 않는 등산객들이 길을 붐볐다. 한 무리의 진한 남도(南道) 사투리가 왁자지껄하면서 지나가고, 얼마를 가다보니 또 한 무리의 자갈치시장 사투리가 높은 데시벨로 산의 정적을 깨뜨렸다. 산행이 계속되면서 서서히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고 땀이 솟는다. 두꺼운 파카로 무장한 대원들이 껍질을 벗듯이 옷을 벗어서 챙겼다. 뜨거운 숨결, 싸한 겨울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 차고 맑은 기운이 아주 신선해서 좋다.
☆… 계곡의 맑은 물은 비록 그 양(量)이 많지는 않지만, 얼지 않고 눈 덮인 돌 사이로 졸졸졸 흘렀다. 계곡의 돌들은 하얀 눈을 몽실몽실 뒤집어쓰고 있었다. 산행 들머리에서 1km 올라온 지점의 이정표를 지나고, 철골과 나무테크로 만든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으로 경사진 산록을 타기 시작했다. 길은 서서히 가팔라지다가 경사가 더욱 급해지고 사람들이 밀리는 상황도 있었다. 발아래는 하얀 눈이 눈부시고 고개 들면 파란 하늘은 눈이 시리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순도 100% 청정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날씨가 좋다!
* [산길에서 만난 미지의 조난자] — 구조헬기가 날고, 아 안타까운 상황 …
☆… 얼마를 올라갔을까. 헬리콥터 소리가 산의 정적을 깨우고 날아왔다. 처음엔 지나가는 헬기려니 하고, 무심코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조금 위로 올라가 보니 우리가 오르는 경사진 길목에 등산객 한 사람이 누워 있고, 그 주변의 몇 사람이 손발을 주무르고 있었다. 사고가 아니라 몸의 순환장애가 온 것 같았다. 헬리콥터는 응급구조요청을 받은 이 지방 119헬기가 출동한 것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두 손을 뻗어 헬기에 신호를 보내고, 각자 소지한 종이와 주변의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워서 헬기가 확인하도록 도왔다. 동료인 듯한 사람이 다급하게 서두르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딱히 도와야 할 일이 없었다. 사람들은 계속 밀려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더 이상 그 자리에 지체할 수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그렇게 머뭇거리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왔다. 어떻게 잘 수습되고 위기를 잘 넘기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한참 뒤에 헬기 소리가 사라지고, 산은 다시 백주(白晝)의 정적 속에 잦아들었다.
* [남덕유산 동쪽 능선] — 함양군 서상면과 거창군 북상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
☆… 가파른 경사면을 치고 올라오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테크의 긴 계단이 앞을 가로 막았다. 능선으로 올라가는 막바지 길목이다. 계단으로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주변 겨울나무가 백색의 눈옷을 입고 파란 하늘 속에 그 앙상한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다.
* [덕유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 — 가파른 철 계단,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암봉
☆… 12시 45분, 드디어 능선에 이르렀다. 눈 쌓인 능선의 주변에는 눈옷을 입은 하얀 겨울나무가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지금까지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겨울바람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능선을 넘어오는 바람결은 매서웠다. 정상으로 가는 산길은 서쪽 방향,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하늘을 치받고 있는, 숨이 막히게 가파른 암봉 하나가 버티고 있고, 거기에 올라가는 길 또한 가팔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파르고 긴 철 계단이 앞을 가로막았다. 계단은 한 사람 정도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긴 계단을 오르며 고도를 서서히 높여간다. 주변의 풍경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늘이 맑고 대기가 청정하니 시계(視界)가 아주 좋은 날이다. 우선 북쪽으로 눈을 돌리니, 멀리 백암봉-무령산-삿갓봉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아, 백두대간의 장대한 산줄기가 주변의 수많은 산군을 거느리고 포진하고 있고, 지금 우리가 막 올라온 뒤쪽[동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거창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가까이에 거대한 산봉이 솟아있고 그 뒤로 수많은 첩첩산군이 이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남쪽의 영각사 방향, 서상면 눈 덮인 들판이 펼쳐져 있는데 한낮의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사하고 있었다.
☆… 첫 번째 암봉를 오르는 막바지 철계단 아래 당도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눈 위에 암봉 그 우측의 뒤쪽 건너편에 하늘을 찌르듯이 솟아있는 또 하나의 우뚝한 암봉이 가슴을 압도하며 다가섰다. 눈에 덮인 순백(純白)의 암봉에는 가파르게 하늘을 치고 올라가는 철 계단이 시설되어 있고, 앞서 올라간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 입은 산행객들이 철 계단에 벌레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산정(山頂)에는 어느 정도 공간이 있는 지,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이 아득하게 올려다 보였다. 아, 장엄한 설산고봉의 위용이여! 잠시 걸음을 멈추고, 후속해서 올라오는 대원들을 맞이하여 그 장대한 암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다.
<계 속>
첫댓글 오박사님! 안녕하세요.거망골입니다.
제고향 남덕유산을 다녀가셨군요. 서상면이 제고향이자 정사장님의 고향이지요. 영각사는 학창시절에 소풍을 다니던 곳이지요...
아아, 거망골!!
오랜만이네!
반갑습니다!!
그렇지요. 함양군 서상면
거기가
우리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동지
거망골과 전 사장님의 고향이지요.
서상에 들면서 두 분을 생각했어요.
조선시대 경상우도의 대학자
남명 조식 선생의 학문이 수많은 제자들을 통하여
고절한 정신문화를 꽃 피운 곳
그 산청의 경호강이 진주 남강으로 흘러
옛날 신라와 가야를 가름했던 삼랑진 물금의 낙동강으로 흘러드는데
그 발원지 중의 하나인
눈덮인 영각사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거망골을 생각했지요.
그렇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또 한 해가 속절없이 해넘이를 하는군요.
매사 지성으로 사는 거망골을 그리워하고 있다오.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