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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는 걸 반대하는 투쟁
어리석은 노태우 정권은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단체가 “노동자들이 노는 날이 많아서 돈벌이가 잘되지 않는다.”며 공휴일을 줄여달라고 하니 충분한 논의도 없이 한글날과 또 다른 공휴일을 줄이겠다고 발표한다. 나라경제나 회사경제가 좋지 않은 건 정부와 경제단체가 살림을 잘 못하고 정경유착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른 게 가장 큰 원인인데 엉뚱하게 한글날에 그 책임을 뒤집어 씌었다. 경제를 핑계로 일본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대기업과 일제식 한자혼용세력이 한글세력의 힘을 빼려고 한 음모이거나, 이들이 우리 말글에 대한 지식과 관점이 수준이하이거나, 노태우정권이 재벌들 정치자금의 노예였을 거라고 생각되어 그런 얼빠진 짓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전두환, 노태우 정권은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니까 국민과 노동자들을 달래려고 하루만 놀던 설날과 추석을 3일씩이나 놀게 해놓고, 또 불교신자들이 성탄절만 논다고 불만인 걸 달래려고 석가탄신일까지 공휴일로 만들었다. 그렇게 진짜 놀기 위한 공휴일을 늘려 놓고 보니 경제단체가 공휴일이 많다고 투덜대니 놀기 위해 늘린 날은 그대로 두고 엉뚱하게 나라와 겨레 흥망에 매우 중대한 기념일인 한글날을 짓밟은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는 건 핑계이고 그 뒤엔 한글을 죽이려는 보이지 않는 친일 사대주의 세력인 한자파의 음모가 있었다고 나는 짐작한다.
그 때 노동자 단체가 공휴일 축소를 반대하고 한글단체는 한글날 공휴일 제외를 강력하게 반대했으나 정부는 도둑질하듯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버렸다. 한글날 공휴일 반대는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가 가장 먼저 노태우 대통령에게 그 반대 건의문을 보냈는데 4월 28일에 국무회의에서 그 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소식을 듣고 한글학회, 애산학회, 대한음성학회 들이 반대 건의문을 정부에 보낸다.
그리고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회장 리대로)는 국어운동학생회(회장 김불꾼)와 공동으로 5월 1일자로 다시 정부에 공개편지를 내고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의한다. 그리고 5월 17일에 한글학회 강당에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정부에도 나오라고 했지만 나오지 않는다. 이어서 한글학회 각 지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문화원, 외솔회 들이 그 반대 성명과 건의문을 발표한다. 또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서명한 것을 정부에 보낸다. 그러니 정부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지 않을 거처럼 한 발 물러섰다가 그 해 말에 소문도 없이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버린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국어운동대학생회 학생들과 함께 문화부 장관을 만나자고 항의 방문했었다. 그 때 정부는 전투경찰을 문화부 앞에 배치하고 장관은 차를 타고 피했다. 그리고 어문과장과 직원들이 나와 우리를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최진용 어문과장은 “한글날은 절대로 공휴일에서 빠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 사실 국무회의에서 이어령 장관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는 걸 반대했다고 한다.
상식이 있는 정부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줄 알았고, 또 문화관광부에서는 한글날을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기에 그를 믿고 있던 나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우리 대학생들은 그들의 잘못을 되돌리자고 그 다음 해 2월 초 진눈개비가 내라는 탑골공원에서 모여 한글날을 국경일로 되돌리라고 외치며 명동까지 거리 시위를 했다. 그 때 경찰도 동정이 가는 지 시위대의 구호가 약하다고 크게 외치라는 말을 내게 귀띔하기도 했다. 한글학회는 그 해 10월에 “반문화, 반민족처사를 걷어치우라!”는 한글단체 건의문과 성명서를 모은 자료집을 내고 그 잘못을 알려주었지만 모두 헛일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한글날 기념식을 더 성대하게 하고 한글발전 정책을 펴겠다고 달랜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은 거짓말이었고 오히려 한글날 기념식도 마지못해 하고, 한자와 영어 조기교육을 추진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겠다고한다. 그러니 우리말과 한글은 더 힘들게 되고 겨레 얼과 나라사랑정신까지 흐려지면서 강대국 투기자본의 밥이 된다. 왜정시대 우리말과 한글을 살리려고 애국지사들이 만든 한글날이 외세에 기대어 돈벌이에 눈먼 재벌과 얼간이 정치인들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힌 슬픈 사건이었다. 그 반대 건의문과 성명서들을 소개한다.
[노태우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 안 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노태우님! 오늘도 국민과 나라를 위해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우리 대학생들은, 23년 전부터 우리 것은 업신여기고 남의 것만 좋다면서 우리 문화와 우리 말글을 천대하는 조상과 기성세대를 원망하면서, 우리 겨레의 얼과 말과 글을 지키고 빛내어 민족 자존심과 긍지를 살리고, 선조들이 만든, 세계에서 으뜸가는 한글을 잘 써서 세계사에 빛날 민족 자주문화, 한글문화를 창조하자고 국어운동 대학생회를 만들고, 우리 말글사랑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과 젊은이들은 우리가 하는 일에 협조하지만, 장관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지식인들 중 나이가 많은 분들, 재벌급 회사의 간부들이 우리의 호소와 주장을 외면하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국민학교 때부터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고 가르치면서 이 나라의 지도자와 학자들, 기성세대는 잘 쓰지 않고 천대했습니다. 유치원생인 손자도 잘 읽고 잘 쓰는 한글을 일제 때 ‘경성제국대학’을 나온 학자와 그 제자들인 할아버지는 잘 읽고 쓰기 힘들다고 합니다.
일찍부터 법(한글전용법 법률 제6호)으로 공문서는 한글로 쓰게 했고, 대통령령(1965년 제 2056호), 국무총리 훈령(1968, 제 68호)으로 공문서와 기타 알림글(표어, 현수막, 간판, 간행물, 공고와 광고)을 한글로 쓰기로 정했으나, 오늘날 정부와 관리들은 그 법과 지시를 무시하고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날 각 정부기관에 붙여 논 국정지표, 노동부 장관 공고문(1989.12.7), 민생대책 본부와 농정 종합 상황실 간판들이 한자이며, 그들의 정책수행은 하나같이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 스스로, 그렇게 법과 규정을 무시해도 괜찮은 겁니까? 대한민국의 높은 사람이나 지식인들은 제나라의 말과 글을 쓰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왜 지도자들은 툭하면 일반 국민이 알아듣기 힘든 한문, 영어, 일본말 들 남의 말을 마구 섞어 쓰고 있습니까?
500여 년 전 세종임금과 그 때 지도자 지식인들은 백성을 위해서 우리 글자를 힘들여서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지도자 지식인들은 만들어 놓은 제 글자를 쓰지 않고 남의 나라 글자와 말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세종시대의 지식인들이 바른 건지 오늘날 지식인이 정상인지 알고 싶습니다.
조선시대에 태어나 나라가 망하고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아본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식인들은 우리 한글을 살려 쓰려했는데, 왜정시대 태어나 일제 교육 받은 오늘날 일제 지식인들은 한글을 천대하고 있습니다.
건국 초기 지도자들은 한글전용법도 만들고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했는데 오늘날 지도자들은 한일회담을 체결한 뒤 일제 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며 한글전용법도 폐기하자고 하고 제5공화국 들어서 외국어를 더 쓰더니 제6공화국이 되어 한글날까지 공휴일에서 뺀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정치 체제나 이념과 종교는 세월이 가면 변하고 없어질 수 있지만 우리 말글은 수 천 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남의 나라 말글이나 종교, 남의 문화보다 우리 말글이 더 소중하다는 말입니다. 오늘의 우리는 몇 십 년 뒤엔 이 땅에서 없어지지만, 우리 말글은 영원히 남아 우리 후손들이 요긴하게 쓸 문화생활 연모입니다.
노태우 대통령님!
우리말 우리글을 살려주십시오! 우리 말글을 더럽혀서 일반국민과 후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지금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 우리말과 한글이 더 천대를 받게 되고, 한글의 훌륭함이 빛을 못 보며, 한글이 빛을 보지 못하면 우리 겨레는 불행하게 됩니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뺄 게 아니라 더 푸짐하게 기념하고, 한글이 우리의 말글로서 빨리 주인노릇을 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겨레의 얼과 문화를 한껏 드러내고 빛내는 잔칫날로 만들어야 합니다. 수많은 국민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이제 일제 교육을 받아 일본 혼이 든 기성세대보다 민족교육을 받아 민족혼이 든 젊은이가 많습니다. 주저 마시고 한글전용법의 “얼마동안 한자를 병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없애고, 국민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문화부가 더 좋은 일을 하도록 힘을 주십시오.
일찍이 수천 년 전 중국은 한문이란 글자를 가지고 동양을 지배했고, 일본도 우리보다 500년 앞서 일본글자인 ‘가나’라는 글자를 만들어 써서 세계 강국이 되었으며, 서양은 로마자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 보다 더 훌륭한 한글을 가지고 세계를 이끌어 가야할 때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노태우님!
후손들로부터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든 지도자요, 노태우 대통령은 한글을 빛나게 한 지도자란 존경을 받기 바랍니다. 우리도 대통령을 믿고 따르고 도와 힘센 나라를 만든 선조가 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건강을 빌며 우리를 기쁘게 하는 조치와 답변을 바라면서 줄입니다.
1990년 4월 15일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회 으뜸빛 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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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가 노태우 대통령께 보낸 건의문]
요즈음 한글날을 공휴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가끔 나돌고 있는데, 이것은 당치않은 일입니다. 그 까닭은 :
1. 한글은 우리 겨레의 슬기가 만들어낸 문화 유산 가운데 가장 귀중한 것입니다.
2. 그뿐 아니라, 세종 임금님의 나라사랑과 민족정신, 백성의 권익을 소중히 여기는 민본정신이 우리 한글에는 숨을 쉬고 있습니다.
3. 그러므로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민족주의 정신과, 민주주의 정신이 대두될 때마다, 우리말과 우리 한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꽃피곤 했습니다.
4. 그리하여 일제시대에는 한글이 우리 겨레 정신이 기댈 데가 된 것입니다. 1926년 일제 때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 올렸을 때에, 일제의 총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모인 것은 이를 증명합니다. 이때에 거레의 큰 시인 만해 한용운님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그 감격을 표현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문득 만난님처럼... 그 충동은 아름답고 그 감격은 곱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쟁여놓은 포대처럼 무서운 힘이 있어 보입니다.”
한용운 선생은, 한글을 조국 광복의 상징으로 보았으며, 1981년부터는 이 날의 뜻을 더욱 빛내려고 정부에서 기념식을 맡아 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러한 한글날의 유래와 그 뜻을 알고 있는 한국 국민이라면, 한글날을 공휴일로 삼지 말자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관계 당국에서는 다시는 이런 소문이 떠돌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1990년 4월 25일
한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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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8일 신문보도에 5월 중에 당정회의를 거쳐 한글날 국경일 제외 건을 결정한다고 해서 5월 1일자로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는 국어운동학생연합회와 함께 국무위원과 민자당 대표위원들에게 공개편지를 내고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들은 공개 토론에 응하지 않는다. 나는 아래 글에서 앞으로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가운데 우리 공용어로 하자고 할지도 모른다고 예언했는데 진짜 재벌과 정부는 영어를 우리 공용어로 하겠다고 나선다. ]
국무위원 및 민자당 대표위원들께 드리는 공개편지
안녕하십니까?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기로 했다는 정부안이 확정되었다는 4월 28일자 중앙일보 보도를 보고 붓을 들었습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조령모개 식 행정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경제 난국 극복을 위해 공휴일 수를 줄여 다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는데 사실입니까? 만약 사실이라면 참으로, 참으로 한심하고 유치합니다.
내무, 문교, 상공부, 총무처, 통일원, 공보처 장관들이시여,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 경제 난국이 극복됩니까? 한글날이 공휴일이서 법정 공휴일이 방만하게 되었습니까? 정부가 설날과 추석날 등 방만하게 공휴일을 늘렸을 때는 일하는 분위기를 없애려고 한 것입니까? 아무 것이나 권력으로 밀어붙이면 다 되는 것입니까?
경제 난국이 온 것은 국무위원들이 나라를 잘못 이끌었기 때문이며, 공휴일이 방만해진 것 또한 얼머 전 국무위원들이 놀고 보자는 공휴일을 제멋대로 늘렸기 때문입니다. 한글날은 단순히 놀자는 날이 아닙니다. 한글날은 일찍이 나라 잃은 설움과 일제의 탄압을 맛본 선배 애국지사들께서, 우리 말글이 살아야 겨레와 나라가 살고 훌륭한 한글을 잘 써서 모든 국민을 똑똑하게 만들고 나라를 일으키자는 큰 뜻으로 공휴일로 정했습니다.
노는 공휴일이 많아 좋지 않으면 국무위원들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하고 놀기 위해 늘린 공휴일이나 줄일 것이지, 왜 성스러운 겨레의 기념일인 한글날에 감히 손을 댑니까? 잘못을 감춘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뺄 것이 아니라, 지난날 단순히 노는 날로 알고 틀에 박힌 한글날 기념식을 한 것을 뉘우치고, 이제부터라도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과 한글날을 만든 선배 지도자들께 고맙게 생각하면서 성대하고 뜻 깊게 한글날을 보내야겠습니다.
우리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와 전국한말글대학동아리연합회는 23년 전부터, 제 것은 버려두고 남의 것만 좋다며 한글을 천대한 조상들과 기성세대를 원망하면서, 우리 겨레의 얼과 말을 찾고, 지키고, 빛내자고 국민들께 호소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과 젊은이들은 이해하고 도와주는데 지도층이란 지식인과 정치인, 기성세대 가운데 일제 때 태어나 일본 왕을 하늘같이 받들며 자란 일부 사람들이 정부, 학교, 회사, 신문사의 요직에 앉아서 우리의 호소를 무시하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이 가면 우리를 이해할 것으로 믿고 그들의 입맛에 따르며 참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한일회담을 체결하고 더욱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주장하더니 제 5공화국 들어서 외국어를 마구 쓰고, 제6공화국이 되니 한글날까지 공휴일에서 빼려합니다. 이러다간 머지않아 한글날을 없애자고 하면서 우리가 쓰는 말글을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중에서 골라 공용어로 쓰는 것이 선진국이 되고 국제화 시대에 좋다는 주장을 할 거 같습니다.
우리 말글은 공기와 물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하고 고마운 것입니다. 우리가 물과 공기를 더럽히면 우리의 육체가 병들고, 우리 말글을 더럽히면 우리 정신이 병듭니다. 우리 말글은 국민의 생명과 국토만큼 모두가 지켜야 할 책임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말글이 외국말에 짓밟히고 더렵혀지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정부 지도자들이 서둘러서 우리 말글을 살리는 정책을 적극 펴 주십시오. 젊은 우리들이 기성세대를 불신하지 않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슬프게 생각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5월 중에 국무회의와 당정회의를 거쳐 한글날을 뺀다고 들었는데, 절대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지 마십시오. 훌륭하신 분들이 정부와 당에 있으니 그대로 강행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두고두고 국민과 후손들로부터 비난과 원망을 들을 것이고, 한글발전을 가로막은 죄인으로 기록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한글문제는 국가의 흥망이 달려있는 중대한 것임을 명심하고 함부로 다루지 마십시오. 한글은 오늘 사는 우리가 죽은 수천 년 뒤까지 후손들이 즐겨 쓸 것입니다. 조상이 만들어 준 제 글자에 먹칠한 못난이가 되지 말고, 우리의 말과 글을 갈고 닦아 후손들이 쓰기 편하게 해준 고마운 선조가 됩시다.
세상에는 지키고 가꾸어야 할 것도 많고 버려야 할 일이 많은데, 한글은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것이고, 공직자들이 자기의 직책과 권력을 이용해 자기 이익이나 앞세우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모습은 빨리 버려야 합니다.
끝으로, 나라의 안녕과 발전을 간절히 빌면서, 공휴일제도 자문위원과 6인 소위원들, 관련 장관과 학생, 한글문화단체 대표가 한 자리에 빨리 만나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려하는 이유에 대해 공개토론 할 것을 제의합니다. 만약 응하지 않으면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알 것이며, 온 국민과 함께 한글날 되찾기 싸움을 벌일 것이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국무위원과 정부 당국자들에 있음을 밝힙니다.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바람직한 결단을 내리기 바랍니다.
단기 4323(1990)년 5월 1일
전국 국어운동대학생 동문회, 전국 한말글운동 대학동아리 연합회(강원대 한말글사랑터, 건국대 한말글사랑터, 경기대 겨레말연구회, 경북대 한글한마음, 경희대 우리말메아리, 계명대 한글메아리, 고려대 우리말사랑모임, 공주사범대 우리말사랑모임, 대구교대 한말글, 동의대 우리말펴기모임, 부산수산대 한글사랑모임, 부산여대 한글한마음, 부산외대 한얼연구회, 상명여대 우리말연구회, 서울대 국어운동학생회, 서울산업대우리말사랑회, 서울시립대 우리말사랑모임 강다리, 연세대 국어운동대학생회, 영남대 한글물결, 전남대 우리말동아리, 건국대(충주) 우리말 사랑모임, 충남대 우리말메아리, 충북대 우리말사랑패, 한양대 국어운동학생회)
[한글 새소식 사진 :한글회관에서 공개 토론회 여는 사진과 관련 기사]
공개 토론회를 마치고 총무처장관에게 보낸 건의문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시겠지요.
우리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가 건의한 한글날 공휴일 폐지 반대에 대한 회신은 잘 받았으나, 공휴일제도 연구개선 시 참고 한다고 하신 말씀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인지 안하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고 애매합니다.
지난 5월 18일 공휴일 관련 담당자와 전화 통화 시 들은 바로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기로 논의안 일도 결정한 일도 없다고 하였는데, 신문과 방송 보도에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기로 하였다고 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위장되는 것은 더욱 의혹을 사고 불신을 조장하게 됩니다. 이는 정부와 국민, 국가에 모두 이롭지 않고 불행한 일인 줄 압니다. 더욱이 5월 19일 한글회관 강당에서 가진 ‘정부와 국민과의 이야기 마당’에 오지 않은 것은 매우 섭섭한 일입니다.
그 날 나온 우리 회원과 시민, 한글단체의 의견을 전하니 정책에 꼭 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1. 공휴일이 늘어난 것과 나라 경제가 어렵게 된 것은 정부가 정치를 잘못하고 경제인이 경영을 잘못한 때문이며, 한글날이 공휴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한글과 한글날을 무시하고 한글날을 단순히 노는 날로 착각한 정책 수행자의 정신상태가 한심하다.
2. 한글날은 특정 종교 기념일이나 신,구정과 추석 공휴일보다 더 중요한 공휴일이다. 오히려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국경일로 승격시켜야 한다.
3. 우리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하루 놀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글이 천대받느냐 빛나느냐는 민족과 나라의 흥망이 달린 문제인데 지금 우리말과 한글이 한자와 외국말에 밀려 죽어가고 제 빛이 나지 않기 때문에 한글날을 살려 우리 말글을 살리는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4. 정부는 한글날을 단순한 공휴일로 보낼 q이 아니라 학교에서 진지하고 성대하게 기념식을 할 것이며, 신문 방송에서도 그 뜻을 살린 보도를 많이 해 국민 교육을 해주기 바란다.
5. 지금 우리 말글은 위기다. 정부는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낼 새롭고 큰 정책을 펼 것을 촉구하며,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 반민족문화 행위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며 강력한 투쟁을 할 것임을 밝혀둔다.
위에 밝힌 한글단체와 국민의 소리를 우습 게 보지 마시기 바라며 지난번 총무처 담당자가 전화로 말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기로 논의한 일도 결정한 일도 없다”는 말을 문서로 답해 주기 부탁합니다.
다시 한번 우리가 이해하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을 펴주셔서 정부와 장관을 존경할 수있기를 바라며 줄입니다.
1990년 5월 25일
전국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으뜸빛 리대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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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글 동아리 연합회 '한글날 공휴일 폐지 반대 ' 보도기사
스포츠서울 1991년 2.13
'전국 한말글운동 대학동아리연합'이 한글날 공휴일 폐지 반대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26개 대학 500여명으로 구성된 이 동아리연합은 지난 5일 건국대에서 한글날 공휴일 폐지 반대운동 발대식을 갖고 전국적인 가두서명운동에 들어간데 이어 7일에는 총무처와 문화부를 항의 방문했으며 20일부터는 거리 선전을 벌일 계획이다.
회장인 엄기정군(건국대 국문과 3년)은 "현재 우리나라의 연중 휴일 71일은 세계 중요 80개국의 평균 휴일 94.6일에 비해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 면서 "다른 공휴일은 그대로 놔두고 하필이면 우리겨레의 뛰어난 역량과 재주의 결정체인 한글날이 페지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7년 창립된 이 대학동아리연합은 80년 초 일시 해체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왜색문화와 외국어문화에 맞서 거리 간판전시회 등을 통해 토박이말 보급운동을 전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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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8.3. 금. 한겨레신문〉'더불어 생각하며'에 쓴 글]
공휴일 축소와 불신풍조의 진원지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으뜸빛 이대로
총무처는 지난 5월 초순 노동자들이 노는 날이 많아 회사의 경영이 어려우므로 공휴일을 줄여 달라는 재벌들의 요구에 식목일, 국군의 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하려다가 한글문화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여론이 있어 미루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26일 다시 국무회의에 상정하려다가 이번엔 ‘노총’까지 가세한 반대여론 때문에 또 상정을 보류했다. 여론을 받아들여 강행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국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도 없이 반대여론을 무조건 무시하고 임시방편으로 조용하면 그대로 강행하려는 비민주행위가 더 큰 문제라 생각한다.
우리 국어운동대학생회와 동문회는 지난 4월 15일과 5월 1일, 5월 17일 세 차례에 걸쳐 한글날 공휴일 폐지의 부당성과 반대 뜻을 청와대와 문화부 등 정부 여러 기관에 건의하면서 공휴일 조정이유에 대해 공개토론 할 것을 제의한바 있다.
그런데 대부분 장관들은 건의내용이 총무처 해당이어서 총무처에 이송했다는 대답이었고, 총무처에선 앞으로 공휴일제도 개선연구 때 참고하겠다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공개 토론 할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나와 달라고 간청했으나 총무처에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키고 논의한 일도, 결정한 일도 없으니 당신들끼리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이미 여러 번 신문과 방송에도 보도된 사실인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신문보도는 거짓이라고 했다.
우리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기로 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보도 또한 사실이 아니란 것을 문서로 답변해줄 것을 또 요청했으나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사정하기에, 여론을 반영해 취소할 것으로 순진하게 믿고 있었는데 지난 7월 26일 다시 국무회의에 상정 시행하려 했던 것이다.
나는 총무처 담당자에게 왜 지난번에 거짓말을 했느냐고 추궁했더니 재벌들과 높은 분들이 하는 일이라 자신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다시 문화부와 총무처장관실에 전화를 해 이에 대해 문의하자 장관비서관으로부터 방금 상정 취소되었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으나 지난번에도 속아서 믿을 수 없다며 언제 다시 날치기통과 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금 나라안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믿지 못하여 갈등이 심하고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사회의 불신풍조가 심해서 대학가가 시끄럽고 정국과 경제가 안정이 안 되고 지역갈등 해소와 통일도 어렵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나라를 이끄는 일부 고위정치 지도자와 재벌들이 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도록 하고 국민에게 불신감만 일으키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으니 너무나 한심하고 답답하다.
정부 관리들 또한 힘 있는 일부 사람들이나 과격한 행동의 요구는 들어주고, 평화롭고 조용한 국민의 요구는 무시하는 것 같다. 평화스런 건의와 주장을 귀담아 듣고 서로 진실 되게 대화해야 하고, 옳은 것은 서로가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들의 기득권에 해가 된다고 해서 발전을 위한 당연한 주장을 거부해선 안 된다. 나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한문이나 영어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다. 나는 지난날 한글을 훌륭한 글이라고 나에게 가르치면서도 쓰지 않았던 기성세대의 모순된 행위를 불신하면서 한글을 살리고 쓰는 것이 우리 겨레와 통일에 이롭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국어운동을 시작했다.
공휴일 3일 줄여서 경제성장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불신풍조부터 푸는 것이 더 급하다는 것을 재벌과 정부 당국자에게 말하고 싶다. 〈1990.8.3. 금.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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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지키다 일제에 끌려간 서른 세분에 대한 추모의 밤 다짐글]
한글날을 지키자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서문 첫머리에서, 우리말의 소리는 중국말과 달라서 글자가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우리들이 이 말에 깊은 관심을 쏟는 것은, 그 때는 모든 지식인들이 중국 문화에 취하여 모든 것을 중국과 같아지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했었다. 최만리 같은 사람은 중국 글자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랑캐의 노릇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둘레의 철저한 중국 문화 중독자들 사이에서 세종대왕은 우리는 중국 사람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말은 중국 글자로서는 적을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며, 민족 자주 정신의 자각의 결과이다. 훈민정음을 만들게 된 동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세종대왕은 이어서, 그렇기 때문에 백성들 가운데에 제 뜻을 글로 적을 수 없는 사람이 많으니, 이 딱한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 글자를 만든다고 하였다.
이 말씀은 앞의 말씀에 못지않게 우리의 관심을 끈다. 세종대왕이나 그를 에워싼 선비들은 한문으로 글살이를 하는 데 아무 불편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그것을 그들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세종대왕의 관심은 한문 배울 돈과 시간이 없는 민중에게로 쏟아졌다. 여기에 새 글자를 만들게 된 둘째 동기가 있다.
새 글자는 중국 글자와 달라져야 했고, 민중을 위해서는 쉬운 글자여야 했다. 여기에 한글이 음소글자로 만들어진 이유가 있으며, 또 여기에 한글이 이렇게 쉽게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글자이며, 민중의 글자이다. 이러한 동기에서 만들어진 한글은, 세계의 글자들 가운데서 매우 우수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의 글자들은 대개 중국 글자와 같은 뜻글자에서 시작해서, 일본 글자와 같은 음절글자를 거쳐, 한글과 같은 음소글자로 발달한다. 글자의 발달 단계로 보면, 한글은 가장 발달된 단계에 있는 글자이다.
그 뿐 아니라 한글은 같은 음소글자인 로마자(알파벳)보다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 로마자는 글자와 소리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소리를 적는 글자일지라도 그 꼴은 전혀 다르게 되어있다. 그러나 한글은 비슷한 소리는 비슷한 글자로 적힌다. 여기에, 한글이 한자보다는 말할 거없고 일본글자보다, 로마자보다도 더 배우기 쉬운 이유가 있다.
세계의 글자들은 하나같이 다 오랜세월동안 저절로 생겨서 저절로 발달해 왔다. 그러나 우리 한글은 세종대왕과 언어학자들이 한 시대에 만들었으며, 그 밑바닥에는 과학적인 음운학의 원리가 깔려 있고, 우주관이 깔려 있고, 음양오행 동양철학의 진리가 깔려 있다. 위대한 슬기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우리 겨레의 슬기를 자랑할 때에, 한글을 첫손으로 꼽는다.
이렇게 하여 이 세상에 나타난 한글은 우리 민족문화 발전에 큰 힘이 되었다. 처음에는 주로 외국문화를 받아들이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일제 침략 암흑기에 우리 겨레 정신의 기둥이 된 것도 한글이다. 1926년 가갸날(지금 한글날)을 맞은 만해 한용운 선생은, 한글에서 잃었던 조국을 보고, 한글에서 침략자의 가슴을 노리는 포대를 본다고 읊었다. 한글은 우리 겨레의 글자요, 우리 민중의 글자이며, 우리 겨레정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1926년부터 우리는 한글날을 기념해 오고 있다.
그런데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어버리겠다고 한다. 성탄절, 부처님 오신날을 공휴일로 하고, 식목일, 음력 설날, 한가위 들을 공휴일로 해놓고 보니, 이제 와서야 노는 날이 너무 많다고 한글날을 빼자는 것이다. 이 날이 자기들 보기에 만만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이 날은 그대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 만만한 날이 아니다. 이 글자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우리 문화 발전에 이비지해 왔으며, 일제에 대한 저항 투쟁에 얼마나 힘이 되어 왔는지 그대들은 모르느냐? 만일 이러한 처사를 계속 밀고 나간다면, 그대들은 우리 문화에 대한 반역자, 역사에 대한 반역자, 민족에 대한 반역자,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자임을 절대로 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544돌 한글날을 맞으면서,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고 빛내는 일에 애쓰신 스승들의 영령 앞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끝끝내 싸워 나갈 것을 다짐한다.
1990년 10월 8일
한글학회
*이 때 김종필과 김영삼이 민자당 대표위원으로서 재벌들과 짜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고, 한자 조기교육과 영어조기교육을 하겠다고 나섰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눈에는 국민이나 한글은 보이지 않고 돈과 외세인 중국, 일본, 미국과 그들의 말글만 보였다. 한글단체는 이날 다짐한 대로 우리 겨레의 보물이고 빛인 한글과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일에 신명을 바친다. 드디어 2005년 12월 8일에 국회에서 한글날 국경일 제정법안이 통과되어 한글날을 짓밟은 자들을 심판했다. 다시 한글이 빛나고 겨레의 앞날을 밝게 할 한글 새 역사를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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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뺀다고 나서고 우리말과 한글이 몹시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그 흐름을 막으려는 심정으로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는 544돌 한글날에 ‘한글문화 선언문’을 발표하고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는 일을 더 발 벗고 할 것을 다짐한다.
한글문화 선언문
한글이 만들어진지 544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한글이 우리 글자로서 주인 대접을 못 받고 그 훌륭함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란 것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일이며 한글이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우며 한글만 써도 글자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책이나 한글 신문에서 증명된 일인데 일부 국민이 한글만 쓰기를 꺼려하는 것은 한글을 만들고 지켜온 조상들께 큰 죄를 짓는 것이며 후손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없는 우리 글자를 힘들여 만든 조상들의 큰 뜻과 용기와 노고를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우리말과 한글을 즐겨 써서 민족 자주 한글문화를 창조하여 빨리 나라도 통일하고 세계 으뜸 문명국가가 되어야겠다.
오늘날 많은 국민이 한글을 즐겨 쓰고 있고 우리 말글을 지키고 빛내려고 애쓰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나 이른바 이 나라 한글문화 발전을 가로 막고 있으니 가슴 아픈 일이다. 오랫동안 한글과 우리말을 지키고 빛내는 일을 해온 우리는 한글문화가 발전하도록 더욱 힘쓸 것을 선언하면서 빨리 고쳐야 할 몇 가지 잘못된 것을 지적한다.
1. 정부는 지난날 한글전용이 국책으로 되었는데도 스스로 법을 잘 지키지 않은 것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한 뒤 앞으로는 법을 잘 지키고 우리말과 한글을 빛내고 지키는 일을 열심히 할 것을 확실히 밝혀야겠다.
2. 신문과 방송은 지난날 우리말 한글을 더럽히는데 앞장선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한글문화 발전에 힘쓸 것을 다짐해야겠다.
3. 기업인들은 상품이름을 우리말 한글이 아닌 외국말로 쓰고 있는 것은 돈만 벌고 보자는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고 곧바로 고쳐야겠다.
4. 남북한 당국자는 말글 통일이 나라 통일을 앞당기는 첫걸음임을 깨닫고 빨리 남북한 학자들이 만나 통일된 표준말을 만들고 남북 신문과 방송을 국민이 자유롭게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우리말 한글 사랑은 곧 겨레사랑, 나라 사랑임을 국민 모두 깨닫고 누구나 알아듣기 쉽고 쓰기 쉬운 우리말 한글을 즐겨 써야겠다. 말이 통해야 마음도 통하고 서로 생각과 뜻을 이해할 수 있어 통일도 빨리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말글 대신 외국말을 쓰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스스로 못난 표시란 것을 깨닫자.
단기 4323(1990)년 10월 9일 544돌 한글날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회 으뜸빛 리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