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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천병희 옮김, 숲, 2009)
제4권 실제 정체와 그 변형들
제1장 정치학의 과제와 대상
특정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분야 전반을 포괄하는 모든 기술과 학문epistēmē에 적용되는 규칙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기술과 학문이 저마다 제 분야에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197)
따라서 학문의 한 영역인 정치학도 포괄적이어야 한다. 말하자면 정치학은 첫째, 어떤 정체가 최선의 것인지, 외적인 장애 요인이 없을 경우 이상적인 정체에 가장 부합하는 정체는 어떤 종류인지, 둘째, 개별 국가들에 어떤 정체가 적합한지 고찰해야 한다. (…) 그래서 훌륭한 입법자와 진정한 정치가는 절대적 최선의 정체뿐만 아니라 상대적인 최선의 정체에 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셋째, 정치학은 실재하는 정체에 관해 그것이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으며, 일단 생겨난 뒤에는 어떻게 해야 오래오래 존속될 수 있을지 고찰해야 한다. (197-198)
끝으로 정치학은 그 밖에도 어떤 정체가 대부분의 국가에 가장 잘 맞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 정체를 새로 도입하려면 그것은 기존의 정체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쉽게 받아들일 마음이 내키는 그런 정체여야 한다. 그래서 낡은 정체를 개혁하는 것은 새로운 정체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 그러므로 진정한 정치가는 (…) 기존의 정체들을 개선할 줄도 알아야 한다. (198)
그러기 위해서는 정체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 우리는 각 정체의 상이한 변형이 얼마나 많으며, 그것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되는지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198-199)
정체에 법을 맞춰야지 법에 정체를 맞춰서는 안 된다. 정체는 (…) 국가의 제도인 반면, 법은 정체의 이런 규정과는 달리 (…) 규칙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정체에 맞는 법을 제정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정체들의 변형과 그것들의 수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199)
제2장 정체들의 질적 순위
세 가지 왜곡된 정체 가운데 (…) 참주정체가 최악이고, (…) 과두정체는 그다음으로 나쁘고, 민주정체가 가장 견딜 만하다. (201)
제3장 정체는 왜 여러 가지인가?
정체가 여러 가지인 것은 모든 국가가 여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203)
이 부분들 가운데 때로는 전부가, 때로는 소수자가, 때로는 다수자가 국정에 참여한다. 따라서 정체를 구성하는 부분이 여러 종류인 만큼, 정체도 분명 여러 정체일 수밖에 없다. 정체는 공직에 관한 제도이며, 공직은 언제나 상이한 계층(이를테면 부자와 빈민)이 갖고 있는 힘에 따라 또는 양자 사이의 어떤 평등의 원칙에 따라 배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분들의 우월성과 차이에 따른 조합組合만큼이나 많은 정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4)
잘 구성된 정체는 한두 가지뿐이고, 나머지는 최선의 정체 또는 조화롭게 혼합된 정체의 변종인데, 이 변종이 너무 엄격하고 지배적이면 과두정체라 부르고, 너무 규율이 없고 느슨하면 민주정체라 부른다. (204)
제4장 국가의 여러 부분과 민주정체의 여러 종류
자유민이 최고 권력을 가지면 민주정체고, 부자들이 최고 권력을 가지면 과두정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쪽이 많고 한쪽이 적은 것은 우연이지만, 실제로는 자유민은 많고 부자들은 적기에 하는 말이다. (206)
자유민이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비非자유민을 지배하는 정체를 민주정체라고 말할 수 없다. (…) 또한 부자가 빈민보다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정권을 잡는다면 이를 과두정체라고 할 수 없다. (…) 그러나 다수자인 가난한 자유민이 최고 권력을 잡을 때는 민주정체고, 소수자인 부유한 귀족들이 최고 권력을 잡을 때는 과두정체다. (206-207)
다섯 번째 부분은 전사 계급propolemēson인데, 국가가 침략자들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다른 네 계급(농민geōrgos, 직공banausos, 상인agoraion, 품팔이꾼thētikon) 못지않게 필요하다. 노예근성이 있는 국가를 어떻게 국가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국가는 자립 자족한 것인데, 노예는 자립 자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8)
민주정체의 첫 번째 유형은 무엇보다도 평등의 원칙에 근거하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에서 법은, 빈민이든 부자든 (…) 양쪽이 대등한 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211)
민주정체의 두 번째 유형은 재산등급에 따라 공직을 배분하되 낮은 재산등급을 요구하는 경우다. 필요한 재산을 취득하는 자는 누구나 공직에 참여할 권리가 있지만, 필요한 재산을 잃은 자는 공직에서 배제된다. 민주정체의 세 번째 유형은 결격사유가 없는 시민(양친 모두 시민인 경우)이면 누구나 다 공직에 참여하되 법이 지배하는 경우다. 민주정체의 네 번째 유형은 시민이기만 하면 누구나 공직에 참여하되, 법이 지배하는 경우다. 민주정체의 다섯 번째 유형은 다른 점에서는 같지만 법이 아닌 대중plēthos이 최고 권력을 갖는 경우다. 이런 일은 법 대신 민중의 결의決議psēphisma가 최고 권력을 가질 때 발생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은 민중선동가dēmagōgos 탓이다. (211-212)
법이 아닌 민중의 결의가 최고 권력을 갖게 된 것은 모든 것을 민중에게 맡기는 민중선동가들 탓이다. (212-213)
그런 민주정체는 정체가 아니라는 이의異議 제기에는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법이 최고 권력을 갖지 않는 곳에는 정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이 모든 보편적인 것에 대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하고, 공직자들은 개별적인 경우들을 조정하면 된다. 그러한 경우에는 정체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민주정체가 정체 가운데 하나라면, 모든 것이 민중의 결의에 따라 결정되는 이런 체제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체가 아님이 명백하다. (213)
제5장 과두정체의 여러 유형
과두정체에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공직 취임에 매우 높은 재산등급이 요구되어 빈민은 다수자라도 공직을 맡을 수 없는 반면, 조건을 충족시키는 자는 누구나 공직을 맡을 수 있는 유형이다. 두 번째 유형은 공직 취임에 높은 재산 자격 요건이 요구되고, 결원缺員은 이런 높은 자격 요건을 갖춘 자들에 의해서만 보충되는 유형이다. 자격 요건을 갖춘 자들 전체에서 결원이 선출되면 이런 정체는 귀족정체처럼 보일 것이고, 한정된 집단에서 선출되면 과두정체처럼 보일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세습하는 경우다. 네 번째 유형은 세습한다는 점에서는 세 번째 유형과 같지만, 법이 아닌 공직자들이 지배하는 유형이다. 과두정체 중에서 이런 유형은 독재정체 중에서 참주정체와, 민주정체 중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한 유형(법이 아닌 대중plēthos이 최고 권력을 갖는 경우)과 닮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유형의 과두정체를 족벌族閥 정체dynasteia라고도 일컫는다. (214)
그러나 법적으로는 민주정체가 아닌 정체들이 실제로는 습관ethos과 훈련agōgē에 의해 민주정체처럼 운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정체가 법적으로는 민주정체의 요소가 더 강한데 습관과 훈련에 의해 과두정체처럼 운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은 특히 정체의 변혁變革metabolē 후에 일어난다. (214-215)
제6장 민주정체의 네 가지 유형과 과두정체의 네 가지 유형
어떤 경우에도 시민들 중 일부가 국정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 과두정체라면, 누구든 이런 권리를 갖는 것이 민주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권리를 가진 자들이 모두 실제로 국정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수입이 없어서 그럴 여가가 없기 때문이다. (216-217)
두 번째 유형은 (…) 가문에 근거한다. 이 경우 가문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는 누구나 다 국정에 참여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실제로는 필요한 여가가 있을 때만 참여한다. 따라서 그런 민주정체에서는 법이 최고 권력을 갖게 되는데, 시민들에게 수당을 지불할 만한 세입稅入이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유형은 모든 자유민이 국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지만 (재원이 부족해서) 실제로는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다. 따라서 이 유형에서도 필연적으로 법이 지배하게 된다. 민주정체의 네 번째 유형은 국가에서 시기적으로 맨 나중에 생겨난 유형이다. 국가가 처음보다 규모가 커지고 세입도 많이 늘어나 시민들이 대중의 수적 우위에 힘입어 모두 국정에 참여하고, 국가에서 수당을 받는 빈민을 포함하여 모두가 여가를 갖게 되어 정치 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217)
과두정체의 (…) 첫 번째 유형은 시민들의 다수가 재산을 갖고 있지만 그 재산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경우다. 이 경우 이들 시민은 필요한 재산을 취득한 자에게는 누구든 국정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리하여 국정에 참여하는 자들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람이 아닌 법이 최고 권력을 갖게 된다. (…) 그러나 재산을 가진 자들이 앞의 경우보다 더 적은데도 그들이 가진 재산이 더 많으면 두 번째 유형의 과두정체가 생겨난다. 그들은 강자强者인 만큼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계층의 시민들 중에서 정부에 진입할 자들을 자신들이 선출하지만, 아직은 법 없이 지배할 만큼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취지의 법을 만든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의 수는 줄어들고 재산은 늘어나는 경향이 강화되면 세 번째 유형의 과두정체가 생겨나는데, 이 경우 그들은 모든 공직을 독점하며, 법은 아들이 아버지를 계승하도록 명령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부와 영향력이 월등하면 이런 종류의 족벌 정체dynasteia는 독재정체monarchia와 가깝다. 그렇게 되면 법이 아닌 인간이 최고 권력을 갖는다. 이것이 네 번째 유형의 과두정체로 마지막 유형의 민주정체(극단적 민주정체)와 유사하다. (217-218)
제7장 귀족정체의 여러 변형
어떤 특정한 기준에 의해 훌륭한 것이 아니라 무조건 가장 훌륭한 자들aristoi로 구성되어 있는 정체만이 진정한 의미의 귀족정체다. 이런 귀족정체에서만 훌륭한 사람과 훌륭한 시민은 무조건 일치하고, 다른 정체에서 훌륭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의 기준에 따라서만 훌륭하다. 하지만 과두정체와도 다르고 이른바 ‘혼합정체’와도 다르면서 귀족정체라고 불릴 수 있는 정체들도 있다. 그런 정체들에서는 공직자를 선출할 때 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덕까지 고려한다. (…) 따라서 (…) 부와 미덕과 민중을 고려하는 정체는 귀족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 미덕과 민중만을 고려하는 정체와, 민주정체와 미덕을 혼합한 정체도 마찬가지로 귀족정체라고 할 수 있다. (219-220)
제8장 ‘혼합정체’와 귀족정체의 차이
‘혼합정체’는 간단히 말해 과두정체와 민주정체의 혼합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민주정체 쪽으로 기우는 혼합만 ‘혼합정체’라고 부르곤 한다. 과두정체 쪽으로 더 기우는 혼합은 귀족정체라 부르곤 하는데, 교양과 좋은 가문은 일반적으로 부유층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222)
미덕에 따라 공직을 배분하는 것이 귀족정체의 주된 특징이다. 귀족정체의 원칙은 미덕이고, 과두정체의 원칙은 부富이며, 민주정체의 원칙은 자유민 신분이니 말이다. 물론 다수결의 원칙은 이 모두에서 발견된다. (…) 그러나 ‘혼합정체’에서 동등한 몫을 요구할 수 있는 요소는 사실은 세 가지, 즉 자유민 신분, 부, 미덕이다. 흔히 네 번째 요소로 간주되는 좋은 가문은 마지막 두 요소의 결과이며 세습된 부와 미덕의 혼합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혼합정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요소, 즉 부자와 빈민의 혼합에만 사용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귀족정체라는 이름은 세 가지 요소의 혼합에 국한해야 하는데, 이런 정체야말로 첫 번째의 진정한 귀족정체 말고는 어떤 유형의 정체보다 귀족정체라 불릴 자격이 있다. (222-223)
제9장 과두정체와 민주정체의 혼합으로서의 ‘혼합정체’
(‘혼합정체’의) 조립 또는 혼합을 가능케 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민주정체의 법규와 과두정체의 법규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 이 두 가지 법규를 결합하는 것은 양자에게 공통된 중도中道를 취하는 것으로, ‘혼합정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혼합정체’는 두 정체의 혼합이기 때문이다. (…) 두 번째 방법은 두 가지 상이한 법규의 평균 또는 중간을 취하는 것이다. (…) 세 번째 방법은 일부는 과두정체의 법규에서, 일부는 민주정체의 법규에서 취하는 것이다. (224-225)
같은 정체를 민주정체라고도 할 수 있고 과두정체라고도 할 수 있다면 민주정체와 과두정체가 잘 혼합되었다는 증거다. 분명 혼합이 잘 되어야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중간도 이와 성격이 같다. 중간에서는 양 극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25)
제대로 혼합된 ‘혼합정체’는 민주정체의 요소와 과두정체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그중 어느 쪽 요소도 포함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외부의 지원이 아니라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또한 그 자력이란 대다수가 정체의 존속을 원한다는 데서가 아니라 국가를 구성하는 어떤 부분도 다른 정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서 나와야 한다. (226)
제10장 참주정체의 세 가지 유형
세 번째 유형의 참주정체는 필연적으로 독재자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자기와 동등한 자들과 더 훌륭한 자들을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배하는 독재정체다. 그래서 그것은 강압적이다. (228)
제11장 대부분의 국가를 위한 가능한 최선의 정체
행복한 삶이란 방해받지 않고 미덕에 따라 사는 삶이며, 미덕은 중용mesotēs에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중도적인 삶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중용의 삶이 최선의 삶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이런 판단 기준은 국가에도 정체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정체는 말하자면 국가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229-230)
모든 국가에는 세 부분이 있는데, 매우 부유한 자들, 매우 가난한 자들, 그리고 세 번째로 그 중간계급hoi mesoi이 그것이다. 그런데 중도中道to metrion와 중용中庸to meson이 최선이라는 것이 인정된 만큼, 행운의 선물을 소유하는 데서도 중간 상태가 최선임이 명백하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이성에 가장 잘 복종하기 때문이다. (230)
국가는 가능한 한 동등하고 대등한 자들로 구성되려고 하는데, 이런 조건은 주로 그 구성원이 중산계급일 때 충족된다. 따라서 우리가 말한 국가의 자연스런 구성 성분들로 구성된 국가가 필연적으로 가장 훌륭한 정체를 갖는다. 그리고 한 국가에서 가장 안전한 것이 중산계급이다. (231)
따라서 중산계급으로 구성된 정체가 최선의 국가 공동체고, 중산계급이 많아 가능하다면 다른 두 계층을 합한 것보다, 아니면 적어도 어느 한쪽보다 더 강한 국가는 훌륭한 정체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 (…) 따라서 그 구성원이 중간 규모의 적당한 재산을 갖고 있다는 것은 국가에는 큰 행운이다. (232)
따라서 중간 형태의 정체가 최선임이 분명하다. 거기에는 파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산계급이 많은 곳에서는 시민들 사이에 알력이나 반목이 생길 가능성이 가장 적다. 같은 이유로 큰 국가가 파쟁에서 자유로운 것은 그곳에 중산계급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작은 국가는 전 주민이 두 계층으로 갈리기 쉽다. 그러면 중산계급은 남지 않고 거의 모두가 빈민이거나 부자다. (232)
또한 민주정체가 과두정체보다 더 안정되고 더 오래 존속하는 것은 중산계급 덕분이다. 중산계급은 수가 많은 데다 과두정체에서보다는 민주정체에서 공직에 더 많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산계급이 없어지고 빈민의 수가 훨씬 더 많아지면 사태가 악화되어 민주정체는 급속히 붕괴된다. (232-233)
제12장 정체에서 질質과 양量의 균형
모든 국가는 질to poion과 양to poson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질이란 자유, 부, 교육, 좋은 가문을, 양이란 대중의 수적 우위를 뜻한다. 질은 국가를 구성하는 부분 중 어느 한쪽에, 양은 다른 쪽에 속할 수 있다. (…) 질과 양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빈민의 수가 다른 쪽의 질적 우위를 상쇄하고도 남는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민주정체가 생겨난다. 어떤 유형의 민주정체가 생겨나느냐는 그때그때 어떤 유형의 민중이 우위를 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 부자와 귀족의 질적 우위가 양적 열세를 상쇄하고도 남는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과두정체가 생겨난다. 마찬가지로 어떤 유형의 과두정체가 생겨나느냐는 그때그때 어떤 과두집단이 우위를 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235-236)
입법자는 언제나 정치적 결정권을 가진 계층에 중산계급을 포함시켜야 한다. (236)
중산계급이 다른 두 계층을 합한 것보다, 또는 둘 중 어느 한쪽보다 수가 많은 곳에서는 ‘혼합정체’가 지속될 수 있다. (…) 어디서나 중립적인 중재자가 가장 신뢰를 받기 마련인데, 중산계급 출신자야말로 그런 중재자다. (236)
정체는 더 잘 혼합될수록 그만큼 오래 존속된다. (236)
제13장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올바른 전략과 그릇된 전략
제14장 정체와 심의권
모든 정체에는 세 부분이 있는데, (…) 이 세 부분 중 첫 번째는 공무koina에 관해 심의하는 부분to bouleuomenon이고, 두 번째는 공직에 관한 부분to peri tas archas이다. (…) 세 번째는 재판에 관한 부분to dikazon이다. (240-241)
심의하는 부분은 전쟁과 평화, 조약의 체결과 폐기, 입법, 사형, 추방형, 재산 몰수형, 공직자 임명, 임기 만료 시 공직자들에 대한 감사에 관해 최고 권력을 갖는다. 이 모든 결정권은 첫째, 시민 전체에게 주어지거나, 둘째, 몇 사람에게만 주어지거나, 셋째, 어떤 권한은 시민 전체에게 주어지고 어떤 권한은 몇 사람에게만 주어질 수밖에 없다. (241)
시민 전체가 모든 공무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정체의 특징이다. (241)
두 번째 방법은 시민 전체가 함께 심의하되 공직자들의 선출과 감사, 입법, 전쟁과 평화에 관해 심의하기 위해서만 모이고, 다른 안건들은 그런 목적으로 임명한 공직자들에게 심의를 위임하는 것인데, 이들 공직자는 시민 전체에서 투표나 추첨에 의해 선출된다. (241)
세 번째 방법은 시민들은 공직자들의 임명과 감사, 그리고 전쟁과 조약에 관해 심의하기 위해서만 모이고, 나머지 안건은 가능한 한 투표로 선출된 공직자들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이때 이 공직자들에게는 전문 지식이 필수조건이다. (242)
네 번째 방법은 시민 전체가 한데 모여 모든 안건을 심의하고, 공직자들은 결정하지는 않고 예비 조사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족벌적 과두정체와 참주적 독재정체에 해당된다고 말한 바 있는 극단적 민주정체의 오늘날의 유형이다. 이 네 가지 방법은 모두 민주정체의 특징이다. (242)
한편 시민 몇 명이 모든 안건을 심의하는 것은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첫째, 심의 기구의 구성원이 그리 높지 않은 재산 자격 요건만 갖추면 선출될 수 있어 그들의 수가 많다면, 또한 그들이 바꾸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된 것을 바꾸려 하지 않고 복종한다면, 그리고 필요한 재산 자격 요건만 취득하면 누구나 심의 기구에 참여할 수 있다면, 그런 정체는 과두정체이긴 하지만 절제되어 있기에 ‘혼합정체’의 성격을 띤다. 둘째, 재산 자격 요건을 갖춘 모든 시민이 아니라 선출된 자들만이 심의 기구에 참가하되 그들이 앞의 경우처럼 법에 따라 지배한다면, 그것은 과두정체다. 셋째, 심의권을 가진 자들이 자기들 중에서 결원을 보충하고 아들이 아버지 자리를 세습하고 그들이 법을 지배한다면, 이런 제도는 필연적으로 극단적인 과두정체가 될 수밖에 없다. (242)
한편 특정한 안건을 특정인들이 심의할 수도 있다. 예컨대 전쟁, 평화, 임기 만료 시 공직자 감사에 관해서는 시민 전체가 심의하고, 다른 안건은 공직자들이 심의하되 공직자가 투표나 추첨에 의해 선출된다면, 이런 제도는 귀족정체다. 끝으로 어떤 안건은 투표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다른 안건은 추첨으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결정하거나, 아니면 투표로 선출된 자들과 추첨으로 선출된 자들이 공동으로 결정한다면, 이런 제도는 일부는 귀족정체의, 일부는 진정한 의미의 ‘혼합정체’ 성격을 띤다. (242-243)
제15장 정체와 집행권
공무는 세 가지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첫 번째 종류의 공무는 정치에 관한 것으로,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싸움터의 장군처럼 시민 전체를 보살피거나, 부녀자와 어린이의 감독관처럼 특정 시민들만 보살핀다. 두 번째 종류의 공무는 경제에 관한 것이다. (…) 세 번째 종류의 공무는 천역賤役에 관한 것으로,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노예들이 맡아본다. 일반적으로 말해 특정 안건에 대한 심의권과 결정권과 명령권, 그중에서도 특히 명령권을 위임받은 공직을 공직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명령하는 것이야말로 공직자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246)
어떤 공직은 특정 유형의 정체에서만 볼 수 있다. 예컨대 ‘예비위원회’는 민주정체에 맞지 않으며, 민주정체에는 평의회評議會boulē가 적합한 제도다. (…) ‘예비위원회’는 필연적으로 구성원이 소수일 수밖에 없어 과두정체의 성격을 띤다. (248)
어린이의 감독관이나 부녀자의 감독관이나 그와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는 민주정체보다 귀족정체에 적합하다. (249)
(공직자 임명에 관한 방법 중) 세 가지 방법, 즉 전 공직자가 전 시민 중에서 투표 또는 추첨에 의해, 또는 두 가지 방식 모두에 의해 (…) 선출되는 방법은 민주정체의 특징이다. 모든 시민이 한꺼번에 공직자를 임명하지 않고 일부 시민이 모든 시민 또는 일부 시민 중에서 추첨이나 투표나 이 두 가지 방식 모두에 의해 공직자를 선출하거나 또는 어떤 공직자는 전 시민 중에서, 다른 공직자는 일부 시민 중에서 추첨이나 투표나 이 두 가지 방식 모두에 의해 (…) 선출되는 방법은 ‘혼합정체’의 특징이다. 그리고 한정된 계층이 공직자를 전 시민 중에서 투표에 의해 또는 추첨에 의해 또는 두 가지 방식 모두에 의해 (…) 임명하는 방법은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한정된 계층이 어떤 공직자는 전 시민 중에서, 어떤 공직자는 한정된 계층에서 임명하는 방법은 더욱 더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일부 한정된 계층이 일부 공직자는 전 시민 중에서 선출하고 다른 공직자는 한정된 계층에서 임명하는 방법은 귀족정체에 가까운 ‘혼합정체’의 특징이다. 반면 한정된 계층이 한정된 계층에서 투표로 선출하는 것은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한정된 계층이 한정된 계층에서 공직자를 추첨으로 임명하는 것도, 한정된 계층이 한정된 계층에서 투표와 추첨이라는 두 가지 방법 모두에 의해 공직자를 임명하는 것도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끝으로 한정된 계층이 전 시민 중에서, 그리고 전 시민이 한정된 계층에서 투표로 공직자를 임명하는 것은 귀족정체의 특징이다. (250-251)
제16장 정체와 재판권
배심원이 전 시민 중에서 임명되어 모든 사건을 재판하는 (…) 방법들은 민주정체의 특징이다. 배심원이 한정된 계층에서 임명되어 모든 사건을 재판하는 (…) 방법들은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배심원이 어떤 사건에는 전 시민 중에서 임명되고 다른 사건에는 한정된 계층에서 임명되는 (…) 방법은 귀족정체의 특징이자 ‘혼합정체’의 특징이다. (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