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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27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로 열린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에 참가한 승려와 신도들이 청와대가 바라보이는 태평로를 행진하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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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제사, 굿 등을 십계명에 어긋나는 우상숭배로 가르치다
현재 한국 교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장로교는 미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선교사들의 영향 하에 성장했다.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평양 장로회신학교의 설립자 겸 초대교장인 사무엘 마펫(Samuel H. Moffett)이다.
그가 졸업한 인디아나주의 매코믹 신학교는 매일 찬송가와 성서를 읽고 기도로 수업을 시작했으며 학장과 교수들이 주일학교 교사가 되어 오후 예배를 진행하는 전형적인 '미션스쿨'이었다. 목회자와 선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 신학교는 청교도적 엄격성, 경건성을 표방한 곳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마펫은 1901년 평양신학교를 설립해 24년까지 교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최초의 장로교 목사이자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을 이끈 길선주, 한석진, 이기풍, 서경조, 양전백 등을 비롯한 수많은 교역자를 양성했다.
그는 신학생들에게 보수적 칼빈주의에 입각해 청교도적인 삶을 살도록 강조하면서 엄격한 신앙훈련을 시켰다. 마펫은 평양신학교 외에 평양숭실학교 교장, 조선예수회장로회 제8대 총회장을 지낼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고 구한말과 일제하 한국 장로교는 그에 의해 양육되고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특히 그가 활동했던 평양은 1894년경 전국의 교회 237개중 185개가 세워질 정도로 전도활동이 왕성했으며 1907년의 대부흥운동과 1909년의 100만인 구령운동의 본거지가 되면서 동양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렇듯 초기 장로교 선교사들은 16세기 칼빈주의 근본원리와 17세기 청교도신앙, 보수적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바탕으로 한 보수신학을 섭취했던 인물들이었고 유럽과 미국동부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자유주의' 신학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장로교와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감리교나, 캐나다나 영국을 배경으로한 선교사들 역시 장로교 선교사들과 유사한 신앙과 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선교사들은 조선이 망하고 빈곤해진 것은 당쟁과 같은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백성들이 우상숭배 종교인 불교를 믿거나 굿같은 미신적인 행위에 빠지고 음주·흡연과 같은 비도덕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한국의 전통종교와 문화는 단지 십계명에서 가장 금지하는 우상숭배로서만 보였던 것이다.
이들에게 영향을 준 근본주의 신학과 신앙은 기본적으로 성서에 대해 철저하게 문자주의에 기초한 성서무오설을 믿고 있으며, 신학은 확고한 정통주의 교리를 토대로 하고 있다. 신앙관에 있어서는 매우 배타적이어서 타종교는 물론이고 가톨릭, 심지어는 신앙 노선을 달리 하는 개신교 교파들에 대해서도 거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20세기 초 근본주의가 출현한 이유 중에 하나가 가톨릭을 믿는 아일랜드·이탈리아 이민들이 대거 몰려와 자신들의 신앙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외부 세계와 문화에 대해서는 악으로 규정하며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별히 신이 아닌 자연선택에 의해 오늘날 인류가 출현했다는 진화론과 무신론을 주장하는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는 적그리스도세력이 만든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강한 선민의식과 배타성은 심한 교조주의 성향과 함께 교파 및 교회 분열을 조장해 왔다. 역사관에 있어서는 비관주의에 입각해 예수의 재림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세대주의적 전천년왕국설을 신봉하는 경향이 있으며, 인간의 모든 일을 신의 뜻으로 돌리는 섭리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교회출석, 성경 읽기, 교회활동, 기도생활, 헌금봉헌 등 교회에의 헌신이 신앙생활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실천에 있어서는 엄격하고 철저한 금욕주의적인 도덕생활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게 음주는 금지된 행위의 으뜸이고, 그밖에도 음담패설, 맹세, 사교춤, 포르노, 난교, 록 뮤직 등도 구원받지 못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정치적 입장에서는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등 극우적인 태도를 보이고 빈곤문제 등 사회적 사안에 대해서도 개인의 문제로 돌려 구조적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권위주의 의식이 강하여 성경과 함께 성직자의 권위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고, 남성우월주의적인 성향도 교회 안과 가정 안에서도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복음을 증거 하는 일을 신자의 우선적 책임으로 보고 있으며, 개인의 성령체험과 중생의 경험을 구원의 필수조건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성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인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지성주의 성향이 강하다.
신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신정국가론 신봉
근본주의 선교사들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한국의 목회자들은 전통종교, 특히 불상을 모시고 있는 불교에 대해 호전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이들은 내심으로 장경동 목사가 말한 것처럼 승려들을 포함한 모든 불자들이 기독교로 개종해야 대한민국이 잘 살고 번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신교 신자들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고 불상을 부수거나 페인트칠 하고 기독교신자를 표방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공식석상에서조차 기독교를 적극 옹호하고 찬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헌법위반임에도 공직자들까지 공공연하게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보수 신학자들이나 목회자들이 주장하는 신정국가론(神政國家論)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신정국가론은 말 그대로 국가가 신의 뜻에 의해 통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장은 1970년대 미국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를 주도한 인물들은 유명 TV부흥사인 팻 로버트슨, 제리 폴웰을 비롯해 국가기도의 날을 주도해온 '포커스 온 더 패밀리(Focus on Family)의 창립자인 제임스 돕슨 목사, 1996년 '미국의 회복을 위한 센터'를 설립, 기독교인들이 공동체와 국가 안에서 성서적 덕성에 기초한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전도폭발운동'을 창시한 제임스 케네디 목사 등 이었다.
이들은 1960년대 진행된 흑인 급진주의와 페미니즘, 마약, 동성애, 낙태 등으로 미국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갔다고 비판하고 수천만 명에 달하는 고정적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기독교 근본주의 신앙과 정신을 전달하고 신정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세력화를 모색했다.
팻 로버트슨은 19988년 자신이 직접 신정정치의 대리인임을 선언하고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섰고 낙선한 후에는 1989년 기독교연합(Christian Coalition)을 창립했다. 기독교연합은 이후 급격히 성장해 공화당을 장악하고 조지 부시를 연임시키는 데 성공할 정도로 미국정치의 중핵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TV부흥사들은 백인 보수층의 입장을 반영해 청취자는 물론 정치가들에게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예를 들어 어떤 후보가 낙태 반대, 공립학교에서의 기도 허용, 소련과 동구권의 종교자유 주장 등 보수주의적 견해를 지지하는가를 알려주었고, 따라서 보수주의적 견해와 반대되는 정치가들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폴웰이 창설한 '도덕적 다수'는 진보적인 여성운동, 동성혼의 합법화, 공립학교에서의 기도, 음란잡지나 비디오와 같은 민감한 이슈에 대한 정보를 자신들의 회원들에게 알려주었고 백악관이나 의회에 로비스트들을 파견해 자신들의 주장을 입법화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신앙의 자유에 대해서는 미국 대법원이 공립학교에서의 성서읽기와 기도회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고 오히려 대법원의 판결은 청교도들에 의해 성립된 미국의 건국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의 외교 문제에도 깊이 개입했다. 진보주의자들이 제3세계 권위주의 정부의 인권탄압에는 깊은 관심을 가져온 것에 비해 이들은 이슬람, 중국이나 러시아 지역의 선교사들이 종교박해를 받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며 미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라크 침공으로 아랍권에서 반미감정이 일어나고 미국 선교사가 테러를 당하자 반이슬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남부의 석유재벌의 입장에 동조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도 허구로 일축하면서 환경생태운동에 대해서도 적대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