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초 (伐 草) -체험 삶의 이야기-
어젯밤 유명한 헤어디자이너 그레이스 리(이경자) 그녀가 53년을(78세) 유지한 단발머리를 벌초(?)하여 커트 머리를 한 사진, 유방암으로 시작하여 4번째의 암을 극복한 내용, 그리고 최초의 헤어디자이너가 된 그녀의 일대기를 읽다가....
나도 내일은 벌초를 좀 해야겠다(어머님 忌日도 다가오고 두 달 전 아버님 忌日때 벌초하고 넝땡이 부려서 안했음-불효막심)는 생각 중에 나도 몰래 스르르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새벽녘 꿈에 하얀 턱수염을 기른 백발 노인이 나타나 “너의 현재가 있다는 증거를 찾거라”는
이상 야릇한 말을 듣고 6시경 잠에서 깨었는데..(증거라니 조상 벌초 가는데 혹시 조상(??))
암튼 시원할 때 벌초를 얼른 마쳐야지 생각하고, 곤히 자고 있는 여의주한테 “나 벌초 간다”고 말하자 코대답도 안한다.
아침 좀 먹고 일할 때 충족할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생각에 주방에서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으메’ 먹을 것은 많은데(여의주가 어제 마트에서 왕창 사왔음) ...
이것 저것 뒤적거리니 딸그락 거리는 소리에 여의주가 깨어서 “애들 자는데 왠 소란이야”라고 버~럭 소리치며 침대에 누워 핀잔이다.
훔치다 들킨 도독처럼 찍소리도 못하고 서서 모기소리로..."뭐 좀 찾아먹을라고"하니
엉그적 반쯤 감긴 눈으로 다가오며 “기다려 내가 밥 챙겨줄게” 하면서 냉장고 앞에서 푹~ 엎어진다.(속으로 왠 성질이야. 아이고! 하는 꼴을 보니 밥 얻어 묵기는 글렀군..)
(누구말대로 쫒겨 나는 이유에 걸릴까봐) 정중히 “언제 밥 챙겨 묵고 가나”, “밥 먹고 나면 해가 중천이겠다”, “오늘 날씨도 맑고 폭염이 있다는디 괘~않다”, “들어가 잠이나 자” 하고 걍~문을 나섰다.
집에서 나올 때 까지 우유 한 잔 외에 아무것도 못 먹고, 일할 때 먹을 에너지원도 못 챙겼다(우~쉬! 속맘으로 걍! 잠이나 자지 나와 가지고 알아서 챙겨갈 것도 못챙기게 하나, 에-이~ 뒤에는 쏘련말이라 삼갈래여)
주차장으로 가서 애마에 시동을 걸며 생각을 정리하다가, 1차로 마트에 들러 내가 먹을 양식(단팥빵과 우유+음료수+맥주1병+오징어채를 포함 7천원)을 준비하였고,
나의 애마(벌초용 장비는 항상 실고 다님)에게 물을 먹이려고 주유소에 들러 5만원어치 먹여 배불리고 예초기 먹일 양식(휘발유 1리터-1,950원)도 같이 사고 생수 한 병을 얻었다.(고마운 주유소- 아까 마트에서 빼먹었는데)
신선한 바람과 같이 금구와 원평 중간쯤인 산소(신세계병원이 옆에 있음)로 명랑 주행하여 도착하였다..
백발노인이 말씀한대로 ‘현재의 나’를 있게 만든 증인들(?)을 찾기 위해 산소를 둘러 보니
이거~원! 산소가 아니라 풀밭이네여..(증인들이 모두 숨어있음: 사진 참조 ㅋㅋ )
(속으로 한 달 넝땡이 부렸더니 이 모양이네)
증인(?)아니 조상님들 지송합니다(부모님, 조부모님, 증조부모님, 고조부모님 소재-칠반상)
우선 일할 때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빵 한개와 우유로 아침 요기를 때우고 나서,
작업복과 작업화로 차 속에서 중무장을 하고 밀짚모자를 둘러 쓰니 나의 작업 준비 완료.
예초기에 에너지원 양식(휘발유)을 가득 넣어 두고,
산소를 잘 살펴보니 벌들은 안 날라 다니는 것이 작업장의 환경은(벌초 전엔 꼭 벌들이 날라 다니는지 점검해야함-잘못하면 돌아가신 조상 돌보다가 나도 황천객 되는 수가 있음. 하하)
양호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드디어 예초기에 시동을 걸고 증인을 숨겨 놓은 풀들을 예리한 칼날로 단번에 싹쓸이(하하)
하니 풀들이 이리 저리 흩날린다. 내가 낫으로 벤다면 골백번은 해야 할 일을 예초기는 회전수가 상당히 높아서 한번만 지나가면 시원하게 잘려 나간다.
(고마운 예초기-예초기 설명하려면 조침문처럼 장황해 지니까 여기서 그~만. 오호 애재라!)
첨에는 소나무의 그늘이 진 곳부터 벌초를 시작하다가 증인(?)들이 계신 봉분부분은 한 중앙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9시를 넘어서자 드디어 하늘에서 폭염이 폭탄같이 떨어진다.
오늘은 왜이리 구름한 점이 없다냐.
땀은 얼굴이고 어디고 할 것 없이 온몸에서 줄 줄 흐른다
(심하게 말하면 흐르는 소리가 들려여.. 하하)
우선 아버지와 어머니 봉분부터 깎고(사진의 오른쪽 상단을 안 깍은 봉분은 누구시냐구요?
당연 어머니지요. 여자니깐. 아버지는 박박 깎어 백코를 쳐여. 항상...ㅋ, 제작년에 아들 대불고 추석 성묘 갔을 때 두 봉분 중 “누가 할머니야” 하니 당장에 알더라구요. 하하 ),
<다른 이유도 있지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어머니가 머리를 잘라 제 공책을 마련해 주신일 있었지요. 한동안 수건을 두루시고 다니셨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요. 가엾은 어머니~오호 애재라!>
이어서 조부모님 순으로 윗분들의 증인들을 찾아내었다.
(하트 형으로 전지한 나무)
아버지는 88년 올림픽 하던 해에 돌아가셨고,,어머니는 06년에 돌아가셨으니 18년만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천상에서 만나셨을꺼다(모르지! 이미 장가 갔는지...)
한차례 더 예초기에 양식을 먹이고 일단 예초 완료하니 슬슬 배도 고프고 목이 탄다.
중간에 맥주 한 병과 물 음료수 등 갔고 간 것은 바닥이 났다. 아이고! 어쩐다냐.
마침 여의주가 전화가 왔다. 아침엔 “미안했다”고,
“냉동고에 얼음물도 있고 먹을 것도 챙겨주려고~
(여기서 말을 끊고 숨을 헉! 헉! 거리며)
“이봐! 됐어! 알았어! 빨리 끊어” (속으론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것인데..)
“뭬여! 거기에 있다는 것이 어쩐다고 여기까지 거리가 25킬로미터인디 갔다 줄랴 아님 전화 끊어라”(상당히 퉁명스럽다)
어차피 믿는 구석이 있지..흐흐
바로 뒤편에 무당집반+절(卍)반쯤 되는 산제당 '용곡암'이라는 어렸을 때 이웃으로 살던 곳이 있다
휴식 좀 할 겸 산제당에 가면 나를 반갑게 맞아 주는 여주지가 계신다.
날 보자 마자 “또 오셨어?”하며 냉장고에서 씨~연한 물을 한 컵 따라 준다..
난 능청스럽게 “오~메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아이고 하나님이시넹”
(어려서 마마를 앓아 얼굴은 얽었는데 마음씨는 천사다-왼쪽분,오른쪽은 어머니)
나는 물을 마시며
“오늘은 굿 없어?”
“오늘은 없어 매일하면 좋지”, “한달에 10번도 못혀”
“요새 젊은 사람들 시설 좋은데로 가고 이런데는 안올라고 혀”
나는 “참나 멍충한 것들 시설이 대순가 정성이 문제지”하며 거든다.
잠깐 예기를 나누다가 “대일밴드 하나 주셔” (손에 물집이 생겨서)
그것도 금방 찾아다가 손수 붙여준다(고맙고 감사하다).“사마리아 여인이랑께”
다시 내려와서 둘러 보고 풀이 마른 곳부터 갈퀴로 긁어 내야한다.
베어진 풀잎은 오그라져 말라 부피가 작아졌다.
이것을 긁어 모으다 보니 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폭염은 계속 된다.
나도 고생 갈퀴도 고생이다..하하
모두 끝내니 1시가 되었다..
내가 현재 이자리에 있게한 증인님들을 모두 제대로 찻은 것이다..
백발노인의 명령 완수...하하
온통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기에 항상 가는 계곡의 신선탕이 생각났다.
알탕(투명욕)을 하려고 옷을 모두 벗으니 등부분에 염전이 생겼다..하얗게..
모악산에서 내려 김제쪽으로 마지막산인 구성산(470고지) 아래 있다..(나만이 아는 계곡 신선탕)
계곡 물도 그냥 퍼서 마신다.
오염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목이 탄다. 선녀가 저 위쪽에 떵 싼물이라도 상관없다.
옛날에 살았을 때 10여년을 그냥 마신 물이다.
깨를 할딱 벗고(투명욕-실오라기 하나 걸...),(윗 사진 보면 내 빤쥬가 증명함)
옷을 대충 빨아 바위에 널어놓고
물속으로 “으휴 시원하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하하하
투명욕 다시 입증한다면(왼쪽 다리 엉디 그림자 보면 학실하져? 하하)
목욕을 마치고 바위에 두팔다리 쫙~벌리고 일광욕 까지 한다..,수건도 필요없다.ㅎㅎ
헉~ 선녀가 하늘에서 보면 어쩔려고..,그럼 더 없이 좋겠지...ㅋㅋ
깨까시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나서 애마를 몰고 내려오면서 곰곰 생각해봤다.
내 뒤에 자식이 이런 고생을 할랑가?
나는 이런 것을 쉽게 할 수 있는데...
아들도 하나 밖에 없는데 이 고생을 시켜야 하나?
지가 알아서 잘 할까?
데리고 와서 가르쳐야 하나?
왜 선조들은 이렇게 매장하여 무덤으로 해놨을까?
풀 벨라면 힘든 노릇인데..
어머니께선 돌아가시기 전 평상시 제가 물어봤을 때 “어머니 매장할까? 화장할까?
하니 조용히 “매장해달라”고 하셨다.
이러니 내가 청개구리도 아니고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안 들어줄 수 있겠나?
인도에서는 주로 화장인데 水葬도 있단다(그 사람이 살아서 물고기 많이 잡아 먹었다고 물고기 밥으로 준단다)
티벳 어느 부족은 鳥葬도 있단다(독수리에게 먹이로 주는데 새가 죽은사람의 영혼을 물고 하늘로
올라 간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암튼 나는 이제 기대할 수 없이 화장이다..
(죽을 때 쓸만한 부속품은 다 기증하고 나머지는 실습 해부용으로 줘야겠다고 생각함-몇개나 쓸만한게 남을 진 지금은 잘 모르겠다..술도 안 먹고 약도 덜 먹고 좋은 부품을 많이 남겨야겠다.)
그리고 수목장으로 하고 싶다.
주희(중국 주자학자 1200년 죽음)는 묘지를 이렇게 썼다..
800년전 사람인데 역시 똑똑하다.. 벌초할 일이 없다.(아예 돌로 덮어버렸다.ㅋ)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날아갈 듯 상쾌하다..
절대루 자랑은 아니다...좀 쑥쓰럽다.
청산에 살고 싶다..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자손 노릇 제대로 했넹. 요즘 친구같은 맘으로 조상 모시는 사람 몇이나 되까? 소리없이 가슴 한켠 저려온다...나는 어떤가...
동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인걸...ㅋ
댓글 고마워^^
보람!수고했네.
소당연인디 뭘..
걍 재미로 읽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