臥遊山水(와유산수) - 꽃을 피우다
2019. 8. 14 – 8. 20 인사아트센터 (T.02-736-1020, 인사동)
김기나 제7회 개인전
김기나 작가의 작품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집을 짓고 거처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형형색색의 꽃 더미 속에 파묻힌 동화 속 같은 예쁜 마을들과 운무와 연봉, 묵묵히 뿌리박고 있는 거대한 바위덩어리와 고목에서 여울지는 화사한 꽃들이 마음의 여유와 정신적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특히 작품마다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소담스런 꽃송이는 흰 눈을 연상시키며 꽃 더미 속에 파묻힌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臥遊山水(와유산수) - 梅谷鄕(매곡향), 68.5×136.5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臥遊정신의 발현
작가 김기나(Kim, Ki Na)가 자신의 그림에 붙인 와유산수(臥遊山水)라는 제목에는 미술의 존재와 의미에 대한 전통적 세계관이 들어 있다. 와유산수(臥遊山水)는 늙어 거동이 불편할 때 젊은 시절 다녔던 명산대천(名山大川)의 풍경을 벽에 그려놓고 누워서 즐겼다는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종병(宗炳)의 일화에서 따온 말이다. 종병(宗炳)의 그림에 대한 태도는 자아성찰(自我省察)이라는 심오한 경지로부터 보고 즐기는 대상으로서의 소박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것이다.
臥遊山水(와유산수) - 폭포마을, 38.0×65.0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김기나는 단청(丹靑)을 연상시키는 오방색(五方色)의 한지와 헝겊, 수묵채색을 혼용(混用)함으로써 전통 수묵산수화풍을 탈피하여 현대적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잊혀져가는 전통과 옛 정신을 살리면서 오늘을 사는 작가로서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친밀함으로 다가가서 관객과 소통을 원하고자 한다. 그가 주로 표현한 산과 물과 나무 그리고 목가적 풍경들이 누구에게나 행복으로 다가가서 작가가 추구하는 와유(臥遊)정신이 자리하기를 바란다. <임재광 교수 미술평론가>
臥遊山水(와유산수) - 꽃을 피우다, 68.5×136.5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가거자(可居者)’의 시선으로 그림 속에 들어가는 심상의 세계 김기나 작가는 산수화를 ‘와유(臥遊)의 사유(思惟)정신’으로 보고 나름의 경지를 만들어 냈다. 작가는 “원래 산수화는 만리(萬里)의 경치를 지척(咫尺)에 두고 애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다” 며 “그림 속 무릉도원의 이상향에 대한 갈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작가는 이러한 무릉도원의 이상향을 자연의 순수한 모습에서 찾았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복잡해질수록 얻고자 하는 정신적 위로와 꿈의 방편을 자연에서 찾아 진정한 소통의 장소로 표현했다. 작가는 “우리 고유의 산천(山川)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워하는 본원적 고향이자, 동경의 대상”이라며 “어릴 적 태어났었던 지리산자락의 향수를 요소요소에 넣어 종합적으로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관람객들을 그림 밖의 위치에서 시선을 둔 보행자가 아닌, 그림 속으로 들어가 거처하고자 하는 ‘가거자(可居者)’의 시선으로 이끈다.
臥遊山水(와유산수) - 소나무마을, 68.5×136.5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가거(可居)는 중국 북송시대의 화가 곽희의 산수화론서 <임천고치(林川高致>에 나오는 내용이다. 곽희는 산수 자연을 볼만한 경치 가망(可望), 볼만하니 가보고 싶은 경치 가행(可行), 가서 보니 노닐고 싶고 싶은 경치 가유(可遊), 놀다보니 거처하고 싶은 경치 가거(可居) 총 4단계로 구분했다. 이 중 최고의 경치로 꼽히는 가거(可居)는 가장 이상적인 꿈의 경치로써 작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맥을 같이한다.
臥遊山水(와유산수) - 청매실마을, 68.5×136.5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작가는 “동양은 자연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본다. 흙을 자연의 살, 물을 자연의 피, 나무를 자연의 머리카락, 바위를 자연의 뼈, 안개를 자연의 입김으로 마치 살아있는 인간의 몸체에 비유해 왔다. 예로부터 집을 산자락에 짓는 이유도 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작품에는 우리 민족의 소박한 모습과 풍속이 면면히 살아있다. 그래서 이를 감상한다는 것은 그 속에 깃든 우리 고유한 정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자 와유(臥遊)의 정신을 이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臥遊山水(와유산수) - 붉은 산, 38.0×65.0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김기나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한지와 헝겊 등 매체의 사용이다. 이들 매체는 옛사람들의 산수 유람과는 다른 현대의 유람을 나타내는 중요한 재료가 됐다. 투명한 색감과 재질감이 두드러지는 한지와 헝겊을 통해 입체적인 효과를 내어주고 흥미로운 감상을 끌어냈다. 작가는 “산수화도 현대적인 감각과 관점이 필요하다. 전통 산수화의 경직성과 고루함에서 탈피한 발상과 표현법을 천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한지와 헝겊 등의 배색이 주는 한국적인 색채감과 생동감이 수묵의 번짐과 깊이감에서 오는 차분함과 대조되어 현대적인 산수화풍을 만들어 냈다.
臥遊山水(와유산수) -설향, 68.5×136.5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산수화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의 관심과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싱그럽다’, ‘산뜻하다’, ‘방에 걸어 두고 싶다’는 평은 작가 의도와 부합하기 때문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반응은 그의 원활한 소통능력도 한몫했다. 현재 (사)한국미술교육학회 이사이자 보절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김기나 작가는 관람객들이 보다 작품을 이해하고 일반인들도 미술문화와 쉽게 교감할 수 있도록 미술이해 감상을 위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인문학적 강좌(‘비밀을 푸는 명작기행’)의 전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전국의 초중등 교사와 대학 교수들이 미술 감상 수업을 위한 커리큘럼을 연구하고 국내외 학술 논문을 발표할 수 있도록 도모해서 미술 감상 대중화와 시각문화 활성화를 위해 중학교 미술교과서(도서출판 해냄)를 집필하고 문화유산 교육지도사3급(영어) 자격을 취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앞장서 왔다.
臥遊山水(와유산수) - 산수유마을(연작시리즈), 91.0×409.5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작가는 “작품이 지녀야 할 존재의 의미를 관람객에서 찾아야 한다”며 이들에게 그림을 볼 수 있는 혜안과 미학적 접근 능력을 길러주는 미술관, 박물관 등, 미술문화이해교육을 활성화 시킨다면 장차 미술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며 앞으로도 현대인들에게 감상과 감동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현재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국내외 전시를 준비하면서 미술관 에듀케이터, 갤러리 설립을 기획하고 있으면서 한국적 회화가 전통적 미감을 반영하고 이를 통해 일반적이고 대중화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출처: 뉴스메이커 신선영 기자>
臥遊山水(와유산수) - 梅花村(매화촌), 39.0×58.0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글 : 김기나 작가노트>
동양문화, 특히 전통미술에 대한 몰이해나 왜곡된 인식은 서양인에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서구의 물질에 동양의 정신이 압도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인간의 심성이 황폐화되고 예술의 비인간화를 초래하게 되어 현대 한국인들의 전통적 가치관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현상을 낳았다.
“도기병중(道器竝重)” “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거창한 명제를 차치하고 학창시절부터 서양의 문화 환경에 익숙한 채 동양회화를 시작한 나로 하여금 창작에 대한 부담과 고민은 끈임 없는 도전을 안겨주었다. 본디 산수화는 노자(老子) · 장자(莊子)의 무위자연사상(無爲自然思想)과 현학(玄學)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다. 중국 한(漢)나라와 남북조(南北朝)시대를 거치면서 선경(仙境)의 대상이 됐던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동경하여 시(詩)를 쓰기 시작하게 되었고 산수시(山水詩)를 감상하면서 누구나 산수자연에 거처하고 싶어 지척(咫尺)으로도 만리(萬里)의 경치를 대신하고자 명산대천(名山大川)을 작은 공간 안에 그려놓고 선경(仙境)을 감상하고자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臥遊山水(와유산수) - 도화동, 39.0×58.0cm. 수묵채색과 매체혼합
이른바 산수 자연에 대한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서 비롯된 유(遊)정신은 무형(無形)으로는 산수시(山水詩)를, 유형(有形)으로는 산수화(山水畵)를 표현하게 되었다. 남북조시대 종병(宗炳)은 병든 노년 말기에 젊은 시절 기행탐승(紀行探勝)했었던 명산대천(名山大川)을 함기심목(咸記心目)하여 벽에 그려 놓고 산수자연(山水自然)을 즐기면서 와유(臥遊)정신을 추구하였다.
최초의 산수화가(山水畵家)요, 화론가(畵論家)인 종병(宗炳)의 이러한 와유산수고사(臥遊山水古事)를 감히 빗 대여 안빈낙도(安貧樂道)와 자아성찰(自我省察))에 대한 현대인의 고뇌를 와유산수(臥遊山水)라는 주제로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북송(北宋)시대의 화가 곽희(郭熙)가 임천고치(林泉高致)에서 가거(可居)의 경치를 평가 한 것처럼 누구나 이상적 산수(山水)세계에 거처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산수화에 담고 싶었다.
김 기 나 | Kim, Ki-Na
작가는 공주사범대학을 졸업하였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석, 박사과정을 다녔고 공주대학교, 전주대대학원, 공주교대, 전북교육연수원 등지에서 한국미술사 등을 강의하였다. 인사아트센터(2019, 2015), Asia Contemporary Art Show(2015, HongKong)
Seoul Open Art Fair(2016, 서울COEX), Art Busan Art Fair(2018, 부산BEXCO), 서초 한전아트센터(2015), 한국소리문화의 전당(2007) 군산시민문화회관(2003)등에서 일곱 번의 개인전, 개인부스전을 열었고 Affordable Art-Fair(2018. Amsterdam)
평창동계문화올림픽 아트-배너전(2017-2018, 서울올림픽 평화의문 광장), 영호남 미술교류전(2016,광주메트로갤러리)
International Korean Art & Culture Expo(2008, Greenville Convention Center in North Carolina USA)
등 기획전, 초대전, 단체전에 150여회 참여하였다. 지금은 사)한국미술교육학회(KAEA)이사, 사)한국미술협회 회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전담강사, 보절중학교 교장으로 있다.
M : +82) 010-2654-6849 / E-mail : achangkim@hanmail.net